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453

유뽕이 시리즈 58 - 파랑새반 아이들 (4)


BY 박예천 2010-09-09

파랑새반 아이들(4) - 삼겹살 파티



종달새, 뻐꾸기, 산까치, 파랑새로 이름 붙여졌던 유뽕이네 교실 이름이 5학년 때부터는 없어졌답니다.

그래도 한번 파랑새는 영원한 희망입니다.

엄마는 그냥 파랑새반으로 정하고 학교이야기를 이어갈 작정입니다.

 

 


(예절교육 받으러 갔던 사진입니다. 학교홈피에서 퍼왔어요.
오른쪽 맨 뒤에 앉은 총각이

유뽕입니다^^)


지난 토요일.

유뽕이네 반에서 삼겹살파티가 있었습니다.

회장어머니 말씀 들어보니, 학교 텃밭에 아이들이 키운 상추가 제법 자라서 고기를 구워먹기로 했답니다.

엄마의 준비물은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개인접시, 수저입니다.

파랑새반 부회장인 종호네 엄마를 태우고 11시까지 모이라는 등나무 밑으로 갑니다.

가다가 대학교 앞에서 기락이 엄마도 엄마 차에 올라탑니다.

미리 도착한 재원이 엄마는 왜 오지 않느냐며 휴대전화 불이 나게 울려댑니다.


학교 주차장 옆 오래된 등나무 그늘아래에 준비한 고기 판을 배치합니다.

세 모둠이라니 열두 명 친구들이 네 명씩 앉기 편하게 식탁을 차려줍니다.

유뽕이 일학년 때 만난 엄마들이 그대로 오년이나 같은 반 학부형이네요.

달랑 한 반뿐이고 보니 미우나 고우나 함께 할 운명들이지요.

선생님과 아이들이 교실에서 나오기 전에 수다 한판 떠들썩하게 벌어집니다.

다른 학년들 학업에 몰두하고 있을 시간에 까르르 웃어대는 엄마들 목청이 어찌나 큰지요. 누워있던 등나무 잎들이 벌렁벌렁 흔들립니다.

언니, 동생하며 안부인사 주고받고 반가워하느라 자신들이 학부모인 것도 깜빡 잊은 모양입니다.

열린 교실창문으로 엄마들이 내 쏘는 걸진 웃음소리들은 마구 들이닥쳤을 겁니다.


잠시 후, 잘 씻어 건진 상추바구니를 들고 아이들과 선생님이 줄지어 옵니다.

가스 불 켜고 고기를 얹어놓으니 지글지글 먹기 좋게 익어갑니다.

솔솔 냄새가 각 교실 안으로 비집고 들어갔을 텐데, 마침 점심시간도 가까워오니 다른 학년 아이들 입안에 침이 고였을 겁니다.

유뽕이는 엄마를 보자 힐끗 동네 아줌마 보듯 합니다.

개인접시를 건네주고 알아서 먹으라 했더니 익숙하게 자기 모둠에 끼어 앉아 먹네요.

짜식! 정말 많이 컸습니다.


올해 초 경기도에서 전학 온 소연이 엄마는 가족처럼 있어지는 이 풍경이 어색 한가 봅니다.

“다들 잘 아시는 분들인가 봐요?”

엄마들끼리 지나치게 격 없이 대하고 친한 걸 보고 한마디 하십니다.

“우린 어쩔 수가 없어요. 졸업할 때까지 같이 갈 엄마들이거든요.....호호호”

누군가 대답하니 그때서야 한 반뿐인 유뽕이네 학교실정을 이해하며 웃으십니다.

“선생님도 여기 앉아서 드세요!”

유뽕이네 학교 유일한 총각선생님은 드센 아줌마들의 친절에 그저 부끄러운지 얼굴만 빨개집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냥 왔다 갔다 하며 집어 먹으면 됩니다!”

씩씩한 목소리로 답하면서도 담임선생님은 어쩐지 엄마들이 무서운 표정입니다

저만치 얼굴 예쁜 교무선생님이 오시네요.

“어머! 맛있겠다. 얘들아, 이거 선생님이 어젯밤 준비한 수박이야!”

깍두기 모양으로 밀폐용기에 수박을 잘 썰어 오셨습니다.

쪼그리고 앉아 엄마들 틈에서 상추쌈에 삼겹살을 먹는 교무선생님. 그 순간만큼은 그저 평범한 아줌마였습니다.

편하게 다가오며 허물없는 대화를 주고 받다보니 엄마들도 옆집 아낙인 듯 속내를 쏟아냅니다.


아이들을 챙겨주며 가끔 유뽕엄마도 입안에 고기쌈을 넣고 오물거렸지요.

내숭떨며 교양 있는 척 해보려다 잘 익은 고기 맛에 그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먹고 나누다가 알게 된 사실.

맘 여리고 예쁜 친구 한나가 전학을 간답니다.

그래서 송별회 겸 삼겹살 파티를 하게 되었다는군요.

장난기 심한 유뽕엄마가 한 소리 합니다.

“너희들 근데 왜 안 울어? 작년에 유리, 유희 전할 갈 때는 콧물, 눈물 난리였는데....,”

일 년 사이 세상 때가 묻었느냐며 아이들을 향해 놀려댔지요.

재원이 엄마가 말합니다.

“벌써 울었을 거야! 여기선 엄마들이 많으니까 쑥스러워서 그러겠지 뭐.”

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는 대답이지요.


양호선생님도, 교감선생님도 오셔서 음식을 나눕니다.

주거니 받거니 마치 여러 대가 함께 모여 사는 일가족 같은 정경입니다.

학교 어머니회 회장님, 총무님도 음료수를 챙겨 오셨네요.

커다란 모임도, 오래 계획된 행사도 아닌데 알음알음으로 전해진 모양입니다.

전국에 이런 학교도 없고, 더구나 이렇게 절친한 학부모들은 더더욱 없을 거라며 모인 엄마들이 웃으며 낄낄댑니다.

허물없이 먹고 웃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아이들이 신났는지 운동장을 뛰어다닙니다.

몸 젖는다며 옷 버릴 걱정하는 엄마가 없네요.

“괜찮아 실컷 놀아라. 옷이야 빨면 되구. 추운 겨울비 아니니까 맞아도 돼!

산성비에 머리 빠져 대머리 되도 가발 좋은 거 많으니 맞추면 되지 뭐. 놀아라!”

유뽕엄마 한 마디에 선생님과 엄마들 한 부대가 또 한바탕 웃습니다.


경기도 부천으로 전학 가는 한나.

아마 어른이 되어도 파랑새반에서 나눈 추억들을 아름답게 기억할 것입니다.


집에 돌아와 엄마는 아빠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얘기들을 리듬감 있게 전해줍니다.

껄껄 웃던 아빠는 유뽕이를 쳐다보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유뽕아! 너 더 크지 말아라. 아니, 사년만 초등학교 더 다니면 안 될까?”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고,

옆에서 지켜보던 엄마도 입 다문 채, 그저 큰 눈만 깜빡거리고 있었답니다.






2010년 6월 21일

파랑새반의 지난 주말을 떠올리며.

  

 


0개
헬레네 2010.06.24 00.49 신고
온정 초등학교 들어본것 같아요 .
유뽕이는 좋겠다 . 정있는 학교에 친구에 ,,,,,
좋은 부모까지 ,,,,,,,,,  
  박예천 2010.06.24 08.15 수정 삭제 신고
아마 학교를 보셨을 겁니다.
설악산 가는 방향에 위치했거든요.
헬레네님 산 좋아하시니까 언뜻 보셨겠지요.
좋은 아들 둔 저도 좋답니다....ㅎㅎㅎ  
백향목 2010.06.22 09.33 신고
우리가 자랄때만 해도 한 반에 60명여명이 콩나물 시루같이 빽빽하게 교실을 채우고 공부했는데... 가족같은 분위기 속에서 정서있는 아이들로 이쁘게 자라날것 같네요  
  박예천 2010.06.22 10.16 수정 삭제 신고
일부러 유뽕이는 시내에서 떨어진 학교를 보냈습니다.
비단 장애가 있어서만은 아니었구요.
참 좋은 학교입니다. 정이 넘치는 학교. 이름도 예뻐요.
온정초등학교^^  
살구꽃 2010.06.21 18.09 신고
유뽕이가 의젓하게 앉아있네요..ㅎ 삼겹살 파티에 엄마들의 수다는 시간가는줄 모르고 이어졌을 테고요. 딴반 애들이 얼마나 군침이 넘어 갔을꼬..ㅎ
암튼 ,그동안 유뽕이 그만큼 키우느라 참 ,,고생많이 하셨네요..앞으로도 유뽕이가 건강하게 자라서 엄마랑 행복하게 살길 바래요..^^  
  박예천 2010.06.21 18.41 수정 삭제 신고
살구꽃님 반갑습니다.
문득 그생각을 해봅니다.
과연 유뽕이시리즈가 언제까지 이어질까....하는.
좋은 학교를 만난 건 행운이지요.
곧 중학교에 가게 되면....또 한숨 쉬며 조마조마 하겠지요.
사춘기로 접어드는 녀석을 어찌 감당할지 조금은 걱정됩니다.....만,
이제껏 살아온 모양대로 버녀가려구요...
댓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