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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1,860

유뽕이 시리즈 56 - 강아지미용사


BY 박예천 2010-09-09

           강아지미용사



저녁입니다.

마당 빨랫줄에 걸린 옷가지들 걷어 들이고, 엄마는 며칠사이 올라온 잡초를 뽑습니다.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풀 사이를 헤치는데 자꾸 실실 우습네요.

잡초 뽑기는 내일로 미뤄도 되는데, 건망증 심한 엄마이기에 지금 꼭 떠벌여야 하는 얘기가 있답니다.

유뽕이의 만행을 온 천지에 외쳐야합니다.


선뽕이 누나와 같이 먹으라며 엄마는 오후에 간식을 만들어 주었지요.

오늘은 선물 받은 햇감자 채 썰어 튀김을 준비했습니다.

식탁위에 차려놓고 녀석을 불러도 대답이 없습니다.

뭔가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지 방문까지 꼭 닫혀 있네요.

“유뽕아! 감자 먹어라!”

들릴 듯 말듯 대답하더니 의자에 와서 앉습니다.

남매가 간식 먹는 동안, 엄마는 재활용쓰레기를 담기로 했지요.

내일 새벽에 대문 밖으로 내놓아야 하니까요.

플라스틱과 비닐봉지가 들어있는 분리수거함을 열어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종이가 들어있는 뚜껑을 열었습니다.

어머나! 이게 뭘까요?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며 비명을 질렀습니다.

낯익은 털 한 뭉치가 폐지위에 소복이 얹혀있는 게 아닙니까.

“꺅! 이게 뭐야?”

“엄마, 왜 그래?”

감자를 한입 베어 물던 선뽕이 누나가 놀란 엄마에게 묻습니다.

“선뽕아! 이리 와봐. 이거 견우 털 아니니?”

우리 집 귀염둥이 견우 털이 분명합니다.

과연 범인이 누구겠습니까?

뻔 한 인물이겠지요.

엄마는 날카로운 목소리와 눈 꼬리도 최대한 가늘게 만들어 유뽕이를 째려봅니다.  

“유뽕! 이게 뭐지? 네가 견우 털 깎았지?”
“아니, 안 그랬어! 나 안 그랬어!”

절대 자기는 아니라며 엄마보다 더 큰 목소리로 대듭니다.


어릴 적, 명탐정 셜록홈즈를 밤새워 읽었던 엄마입니다.

범인 찾으러 코는 벌름, 귀를 쫑긋 세우며 방마다 예리한 눈빛으로 돌아다닙니다.

견우가 주방에 없던 시각은 유뽕군이 자신의 방문을 닫는 그 순간 부터였습니다. 견우가 사라진 그때, 범행시간은 간식을 먹기 전으로 파악 됩니다.

그렇다면, 범인은 필히 식탁 앞에 음식을 차려놓기 전까지 다른 곳에 있었다는 얘기죠.

마지막으로 유뽕이 책상 앞으로 다가섰지요.

세상에! 저게 뭔가요?

미처 처리하지 못한 털 한 무더기와 가위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간식 먹기에 급급한 유뽕군.

증거물 은닉을 못한 채 탐정엄마에게 몽땅 들켜버리고 말았습니다.

너무나도 확실한 증거가 드러났기에 부인도 못하는 범인 유뽕이.

“미안해! 안 그럴 거야!”

이제 와서 그 말이 무슨 소용 있나요.


엄마는 바느질바구니에서 새 가위를 들고 옵니다.

선뽕이누나에게 견우를 잡고 있으라 하고 삭발당한 견우 털을 다듬어 줍니다.

다행인지 양쪽으로 탐스럽게 내려왔던 귀 털만 짧게 깎았네요.

견우 꼴은 말이 아닙니다.

갑자기 귀족신분에서 천민으로 낙인찍힌 얼굴입니다.

촌스럽기 그지없는 시골집 누렁이만 같아졌네요.

예전 연속극에 나왔던 몽실언니 헤어스타일을 닮기도 했습니다.

누나와 엄마는 불쌍한 견우 생각은 뒷전이고 숨넘어가게 깔깔 웃고 말았지요.


강아지미용사 게임을 인터넷에서 자주 하더니,

드디어 오늘이 실습의 날이었나 봅니다.

하마터면 귀까지 잘려 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유뽕이녀석 정말

꿀밤 몇 대 쥐어박고 싶네요.

우리 가족의 희생양 흰둥이 견우.

짧아진 단발머리(?)를 나풀대며 그래도 좋아라 엄마만 따라다닙니다.

잘난 아들 덕에 그저 미안하니, 내일은 고깃점이라도 흘려줘야겠네요.


모험심 강한 유뽕이로 인해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긴장의 연속인 범행현장에서

이상, 개털 깎던 엄마가 알려드렸습니다!

 





2010년 5월 마지막 날

유뽕이 애견미용사 실습 훌륭히 마침.


0개
모퉁이 2010.06.01 17.49 신고
맞씁니다.생각날 때 해야 합니다. 나중에 하면 재미없습니다.ㅎㅎ
이번엔 이발을 시켰으니 다음엔 파마를 시키는건 아닌지..
매번 느끼지만 예천님의 예리한 관찰력과 글솜씨가
변해가는 유뽕이의 흔적이 되어 큰 보물이 될 것 같습니다.^^
  
  박예천 2010.06.01 19.41 수정 삭제 신고
어쨌든 유뽕이한테 고맙지요...ㅎㅎㅎ
녀석이 아니면 웃을 일도 드물것이고,
글로 옮길만 한 이야기도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나중에라도 녀석이 이 글들을 읽으며 미소짓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나름...열심히 기록합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토토 2010.06.01 10.05 신고
후후,,,유뽕이땜에 웃네요
처음읽을때부터 강쥐를 다치게 하면 어쩌지 하며 조마했는데..
너무다행
유뽕이 미용도잘하고 무언가 꼭 끝까지 해보려는게...좋아보여요
참 대단한 유뽕이야..
예천 탐정님도 한껀 올렷네요.

예전에 우리딸 어릴때...강쥐 밥주는 게임기 있엇는데,.,학교에 가지고 가면
선생님한테 혼나니깐 ..제가 집에서 밥주던 기억이나네요,,
아이들은 참 천사야....  
  박예천 2010.06.01 10.58 수정 삭제 신고
나이를 보면....한숨이 나올 일이지요.
장애가 있는 녀석이니 발달이 늦다 여기고 바라보는게 부모 맘이구요.
유치원수준의 놀이를 이제 시작합니다.
애정표현도 부끄럼없이 하고요.
덩치 큰 아들이지만 ....그저 저에겐 아직도 아기같네요...^^  
살구꽃 2010.06.01 08.45 신고
ㅎㅎ 유뽕이가 아무래도 한인물 할거 같어요, 손재주가 많으니요,,ㅎ 맞아요,엄마는 힘들어도..ㅎ 아들이 행복한게 ..최고지요. 힘드신 가운데도.
그래도 유뽕이가, 엄마에게 늘 웃음을 주는 천사네요..ㅎ 늘 행복하세요..  
  박예천 2010.06.01 10.54 수정 삭제 신고
멀쩡한 아들이라면....혼나기도 하고 매도 맞을 일이지만,
그저 녀석은 뭐든 표현하고 일 저지르는게 발달 과정이려니 지켜보게 됩니다.
워낙 자기속에 갇혀 지내던 아이라서 말이지요.
오늘 학교에서 돌아오면 또 뭔일을 저지를까요..ㅎㅎㅎ
  
오월 2010.05.31 22.09 신고
맞아요 맞아요 글 읽는 내내
혹시나 강아지 잘려서 피나지 않았을까
맘 졸였어요 털이 많은 개가 있어요
가끔 딸아이나 남편이 가위로 털을 잘라 주는데
엄청 조심을 해도 다치는 수가 있더라고요
털은 또 길어 나는 것이고 유뽕이가 많이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ㅎㅎ  
  박예천 2010.06.01 08.04 수정 삭제 신고
어젯밤 늦게서야 유뽕이 녀석이 깎은게 귀털만은 아님을
발견했답니다.
아 글쎄 꼬리털도 바싹 깎아 버렸더군요.
조금만 더 짧았으면 아찔할뻔....ㅜㅜ
정신 없어요..요즘.
만날 유리창에 샴푸거품 풀어서 발라놓고,
세차하는 중이래요.
우리집 전부가 녀석의 장난감이 되었답니다.
그래도....유뽕이가 행복하면 땡이지요.
그쵸? ㅎㅎㅎ  
헬레네 2010.05.31 21.20 신고
강아지 미용사 게임도 있어요 ??
나나 우리딸이나 게임엔 아는게 없어서 ,,,,,, 흣 ,,,,, 유뽕이가
아주 여러모로 관심이 많은가부다 ? 우리딸은 관심 있는게 별로 없어서
심드렁 조 라고 불러 주기도 했었네요 ㅎㅎ  
  박예천 2010.05.31 21.23 수정 삭제 신고
인터넷 아동프로그램에 있어요.
강아지 미용하기인데....파마도 해주고
염색도 할까요?.....라고 느끼한 남자 목소리가 나오지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