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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뽕이 시리즈 55 - 케이블카


BY 박예천 2010-09-09

           케이블카


 

여름장마처럼 며칠 내리던 비가 잠시 그쳤습니다.

질퍽거리던 유뽕이네 마당도 오래간만에 제 빛을 찾았어요.

간밤에 불어댄 비바람은 살구 여러 알을 떨어뜨려놓았네요.

한쪽 끝이 불그레하게 물들기 시작했었는데 채 익지도 못하고 먼 길 떠났습니다.

선뽕이 누나는 혹시나 먹을까 얼룩이토끼 영랑이에게 가져다줍니다.

“엄마, 영랑이가 살구를 먹네!”

신기한 듯 토끼장 안에 넣어준 살구 이야기를 전합니다.


며칠 비가 내린 탓에 잡초가 무성하게도 자랐습니다.

엄마는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듬성듬성 삐져나온 풀들을 뽑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유뽕이도 심심한지 마당 한 쪽에서 이것저것 들추며 놉니다.

물뿌리개 하나를 들고 와 수돗가에 앉으려 합니다.

“유뽕! 오늘은 물장난하기 없기! 비가 와서 꽃들도 물 많이 먹었대. 나중에 햇님 나와서 날씨 더워지면 물놀이 하자. 알았지?”

“네에. 알았어요!”

대답만큼은 씩씩하게 합니다.


마땅히 가지고 놀만한 것이 없어진 유뽕이는 풀 뽑는 엄마 곁에서 빨랫줄만 건드립니다.

흐린 하늘 때문에 빨래들이 없는 빈 줄.

집게 여러 개를 잡고 한쪽으로 쭉 밀고 갔다가 다시 왔던 방향으로 돌아옵니다.

문득 뭔가 생각났다는 얼굴표정이더니 급하게 집안으로 들어갑니다.

엄마는 녀석이 그저 컴퓨터게임이나 하려나보다 생각했지요.

한참이 지나 간식을 챙겨주러 들어가 보니 유뽕이는 책상에 앉아 꼼짝하지 않습니다.

가위로 색종이도 오리고 끙끙대며 투명테이프를 붙입니다.

사각상자 모양인데 아직은 용도를 알 수 없는 묘한 형체입니다.

궁금해진 엄마가 물어봅니다.

“이거 뭐 만드는 건데?”

“케이브리카!”

“아하, 케이블카구나? 멋지네!”

다 완성이 되었는지 쿵쾅거리며 거실을 빠져나가네요.

슬며시 뒤따라갔습니다.

빨랫줄에 정성껏 만든 종이상자를 붙이고 있습니다.

잘 안되는지 인상이 구겨지고 양 눈썹이 치켜 올라가는 중입니다.

짜증 섞인 괴성이 나오기 전에 엄마가 앞서 도우미로 나섰지요.

“엄마가 도와줄까? 이렇게 큰 집게로 하면 되겠네. 그치?”

와! 정말 근사한 케이블카입니다.

통풍 잘 되며, 덤으로 마당경치 감상하라고 양 쪽으로 큰 창문까지 달려있네요.

대롱대롱 유뽕이가 만든 케이블카는 비 멎은 마당한쪽 빨랫줄에서 왕복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살던 아파트에서도 유뽕이는 종이케이블카를 자주 만들었어요.

설악산 소공원 가서 타봤던 것을 직접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견고하게 부착할 공간이 없어서 서재 책꽂이와 의자사이를 끈으로 연결했었지요.

좁은 곳이다 보니 오가는 가족들 손길에 채이고 끊어져 울상이 되곤 했습니다.

이제 유뽕이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지요.

작지만 곳곳에 녀석의 놀이터가 되어줄 마당이 생겼으니까요.

대형 어린이공원은 아니어도 눈만 돌리면 놀이도구가 넘쳐납니다.

귀염둥이 토끼가 있고, 코딱지만 한 우물가도 있습니다.


해가 기울도록 빨랫줄 케이블카는 운행을 멈추지 않습니다.

계단 난간 끝에서 감나무까지 벅찬 소식과 손님을 실어 나르느라 바쁘답니다.

캄캄해진 밤인데 유뽕이는 케이블카를 그대로 달아놓고 방으로 들어왔네요.

저녁을 먹고 난 후,

걱정이 되는지 방안에서 그림 그리던 유뽕이가 마당으로 나갑니다.

“유뽕아! 캄캄한 밤인데 어딜 가?”

“케이브리카요!”

꼼꼼한 유뽕요원, 안전점검이라도 했나 봅니다. 살펴본 후 다시 들어오더군요.


주인 없는 틈을 타 밤새 누군가 종이케이블카 삐걱거리며 타고 놀겠지요.

올라 탈 손님이 길 잃은 참새 한 마리여도 좋고, 살랑거릴 바람결에 떨어진 감나무 잎사귀라도 허락할 참입니다.

절대로 승차비는 받지 않을 겁니다.

엄마도 유뽕이 닮아 맘 착한 아줌마이고 싶거든요.


근데요. 

딱 한 번만 유뽕이가 만든 케이블카를 타고 싶은데....,

안될까요?





2010년 5월 25일

빨랫줄에 케이블카 달아놓은 유뽕이 보다가.

0개
*콜라* 2010.05.31 01.21 신고
벌써 유뽕이 케이블카 타셨는데요 뭘~
그보다 더 근사하고 귀여운 케이블카 세상 어디서 구경이라도 하겠어요?
담에 유뽕이 돈 벌면 엄마 손잡고 티켔끊어서 함께 타면
이제 오늘 그 소망 완전히 이루신 겁니다. 이 날 기억해두세요~
짜쓱~ 노는 게 달라. 아무래도 한 인물 할 것 같은데요?
국력이 집안에 있다 생각하시고 잘 키워주세요~ 잘나면 나라의 아들이라면서요 ㅎㅎㅎ  
  박예천 2010.05.31 11.37 수정 삭제 신고
그렇게 삽니다.
녀석에게 향하도록 논높이를 낮추면서,
욕심을 비우면서,
희망은 꼭 걸어두면서요.
되돌아 보면, 감사한 일들이 넘쳐납니다.
수년간의 한 숨과 절망끝에 얻어진 시간들이기에,
더욱 소중하지요.
댓글 감사드려요~!  
토토 2010.05.27 11.07 신고
예천님 글은 동화를 읽는 느낌들어요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하늘담은 유뽕이며..
그져 동화속 나라같은 분위기에 글.,,
세상속에서 찌든 나같은 아즘이 댓글쓰기 좀 어려울꺼같은 느낌이라..댓글을 못썻네요..
자주 예천님 아름다운 동화속 나라로 구경하다보면
나도 그동화속나라 주민이 된듯 행복할꺼같아요.

  
  박예천 2010.05.27 11.35 수정 삭제 신고
아....그러셨군요.
저는 행여라도 토토님 맘을 상하게 해드린 적이 있었나 생각했었어요.
유독 제 글에만 댓글을 남기지 않으시기에 잠시 고민했었습니다^^
토토님 나름 소신이 있으셔서 그렇겠지 이해하는 중이었습니다.
이렇듯...댓글 주시니 모든 오해가 순식간에 풀어지네요 ㅎㅎㅎ

동화처럼 느끼셨다니 그저 감사한 마음입니다.
어려워 마시고 흔적도 남기고 편하게 대해주세요^^
세상속에 찌든 아줌이라 하셨는데.....
저역시도 그래요...ㅋㅋㅋ
다만...무거운 이야기는 피하고, 밝고 긍정적으로 올리려
노력중입니다.
님의 표현대로 저의 동화속(?)나라에 자주 놀러오세요.
읽는 이들이 행복해진다면........그보다 더 바랄 게 없지요.

조금은 발걸음 어려웠을텐데... 댓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남은 오후도 행복하시구요^^  
카라 2010.05.27 01.34 신고
ㅋㅋㅋ 울 꼬맹이들 지난 석가탄신일날 남산에 케이블카 타러 갔었어요.
집에서 자그맣게 보여서 신기한지 매일 쳐다보고 그리워하더니 그만
남산타워 로망이 걸려버렸어요.
그날 간다고 했더니 아침밥도 안먹고 가자고 나서더라구요.
혹시 케이블카 타면 무서워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밖을 쳐다보면서
꺄악 소리지르고 너무 즐거워하더라구요.
마당넓은 집이라 빨래줄에 케이블카 놀이 할수 있다니...
너무 기발하고 재미있는데요.
저도 내일 집 어딘가에 줄쳐놓고 케이블카 만들어서 애들과 놀아주어야겠습니다.
오늘 밤에 시간이 좀 있어서 님들 댓글 달았더니 시간이 많이 늦어버렸네요.
댓글쓰는 것도 보통일이 아닙니다 ㅋㅋㅋㅋ
그러니 제 글에 댓글 써주시는 님들이 얼마나 고마운지요.
당분간 글 올리는 것도 좀 자제를 해야겠습니다.^^  
  박예천 2010.05.27 09.58 수정 삭제 신고
저도 맘먹고 댓글 충실히 달아보려 노력중인데,
만만치 않은 일이더군요.
고루 다니며 댓들 주셨던 아트파이님 수고가 다시 떠오릅니다.

아이들과 남산 케이블카 타고 오셨다구요?
거기 돈까스 먹으려는 사람들 아직도 길게 줄 서서 있는지.
몇 년전에 싸고 맛 좋은 돈까스 먹으려고 가족들과 기다렸던
생각이 납니다.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은 맛이었어요.

카라님....ㅎㅎㅎ
울 집 마당 넓지는 않아요.
손바닥만 한 곳인데....쪼개고 쪼개서 별 걸 다 늘어놨지요.
저도 빨랫줄이 케이블카 줄의 용도로 쓰일 줄 몰랐답니다.
유뽕이는 뭐든 놀잇감으로 삼으니까요..ㅎㅎㅎ

글 올리는 것 자제 한다고 맘대로 되시나요?ㅋㅋ
그냥 맘 가는대로 시간 허락하는 대로 편하게 하세요.
일부러 작정하려면 저는 잘 안되더라구요.
카라님을 아컴에서나마 자주 뵙기를 바라는 맘입니다요.
오늘...하늘 빛이 오랜만에 청명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구요^^  
헬레네 2010.05.26 01.11 신고
마당있는 집에서 무한한 상상력으로 유뽕이가 날마다
성장하는 모습이 그려 집니다 .
유뽕이,,,,,,,, 홧팅 ,,,,,,,,,  
  박예천 2010.05.26 16.50 수정 삭제 신고
유뽕이같은 장애를 지닌 아이들에게는
도시보다는 시골이 적합한 듯 합니다.
직접 만지고 느끼며 뭔가 알아간다는 확신이 생겨요.
늘...헬레네님처럼 응원주시는 님들 덕분에
유뽕이도 날마다 새롭게 눈을 뜨고 있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모퉁이 2010.05.25 22.41 신고
사진이 있지 않을까 궁금해 하면서 조심조심 내려왔는데 없네요. 아쉽다~ㅎ
궁금한 마음 케이블카 탄 기분이었거든요. 약간 흥분되는거 있잖아요.ㅎㅎ
참 재주도 많은 녀석입니다.
알바 다니느라 바쁜척 하는 중입니다.
저녁에 간단한 회식이 있어 참석하고 왔는데도 제가 불을 켜야 했어요.흑~~
유뽕이네 케이블카가 재밌어서 왕복으로 두 번 타고 갑니다.^^  
  박예천 2010.05.25 22.48 수정 삭제 신고
저도 그게 아쉽네요...ㅠㅠ
사진기사가 야간자율학습 감독하는 날이라서요....ㅎㅎㅎ
기계치인 저는 아무리 연습을 하고 설명 들어도
찍어 옮길 줄 몰라요...ㅋㅋㅋ
지금 나가보니 또 빗방울이 떨어지네요.
아무래도 케이블카 추락사고(?) 날 것 같습니다.

알바를 하시다니.....참 대단하시네요.
저는 이렇듯 젊은데도 놀고 있구만유.
건강 잘 챙기시면서 하세요.
빈 집에 불을 켜는 쓸쓸함....뭔지 알 듯 해요.
자취하던 시절 동생 군대보내 놓고 제가 그랬거든요.
댓글 고맙습니다^^
  
살구꽃 2010.05.25 21.51 신고
ㅎ 유뽕이가, 머리가 좋다..ㅎ 어찌 그런 생각을 다 했지..ㅎ 그림도 잘그리고.
손재주가 많은거 같네요.. 마당에 살구나무도 있나부죠. 좋겠어요. 전요 마당에 유실수 나무 있는집이 부럽던데.. 울동네 목욕탕 가는길에도, 살구나무가
큰게 하나 있는데. 살구가 주렁주렁 달렸던데.. 놓랗게 익었을땐 가는길에 하나 몰래 따먹고 싶던데.. 너무 높아서 손이 안다요,,ㅎ 떨어진것도 없구요..
유뽕이네 집으로 살구 따먹으러 가야겠어요..ㅎ 앵두도 따먹기 재밌는데..ㅎ
전요,낼 결과보러 병원가는 날여요.. 괜찮을지..걱정이 좀 되는데.. 인터넷
뒤져보니, 관리만 잘하고 하면, 괜찮다고 하는거 같은데..잘모르겠네요..낼가서 의사샘, 만나보면 알겠지요.. 예천님도, 늘 건강하시고요..유뽕군도요..ㅎ  
  모퉁이 2010.05.25 22.46 신고
살구꽃님 글을 읽었어요.
검사 후 결과 기다리는 시간이 애간장 타지요.
저도 경험이 있어서리 그 마음 알아요.
어렵더라고 마음 편히 먹고 의사 선생님 말씀 잘 들으면 좋아질겁니다.
화이팅 한번 넣어드리고 싶네요.아자아자~~  
  박예천 2010.05.25 21.57 수정 삭제 신고
아이고 살구꽃님 다녀가셨네요^^
저희 집엔 감나무 큰 것 두그루, 살구나무도 제법 크고, 배나무가 있어요.
포도나무와 앵두, 보리수나무는 이제 크는 중이구요.
딸기, 토마도....ㅋㅋㅋ 자랑이 늘어졌네요.

낼 결과나오는 날이라는 것 알고 있었지요.
제가 다 떨리네요....ㅎㅎ
괜찮을 겁니다. 결과 나오면 에세이방에 올려주세요.
항상 좋은 쪽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면 결과도 좋을 겁니다.

며칠 바쁜 일 때문에 다른 님들 글 읽고 댓글도 못 올리네요.
댓글 감사드리며, 살구꽃님의 밝은 일상을 기다립니다.
기도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