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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1,495

유뽕이 시리즈 50 - 영랑이 오빠


BY 박예천 2010-09-09

            영랑이 오빠

 




진눈깨비 하루 종일 흩뿌리던 날 유뽕이네는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왔습니다.

장독대와 빨랫줄 걸고 싶은 엄마소원도 이루고, 토끼 키우자는 유뽕이 희망사항도 해결되는 집이지요.

보름이 넘게 엄마는 방수공사 아저씨들과 집수리를 했습니다.

비가 새는 옥상도 고치고 마당구석에 수도꼭지도 달았지요.

퇴근하자마자 아빠는 마구 자란 나무들을 가지치기하며 다듬었습니다.

마당 반쪽은 보드라운 잔디밭이고 나머지 반은 우리 집 채마밭입니다.

늦게 내린 봄눈이 녹지도 않은 날부터 엄마는 밭에 심을 채소 결정하느라 아빠와 얘기꽃을 피웁니다.


하나둘씩 아파트집에서는 없던 것들이 집안을 채웁니다.

낫이며 마당비, 호미, 꽃가위들도 마당구석 연장통에 가지런히 놓였지요.

길게 매달아 놓은 빨랫줄에 집게들이 매달려있네요.

심심한 유뽕이는 계단과 옥상을 번갈아 뛰어다니다가 빨랫줄 앞으로 옵니다.

빨래집게 여러 개를 빼들고는 양말이며 옷 위에 대롱대롱 달아보기도 합니다.

온통 유뽕이 놀이터가 됩니다.

길게 이어진 계단 철제난간은 유뽕이만의 기차 길이 되어 칙칙폭폭 달려가지요.

이것저것 살피며 놀던 유뽕이가 엄마 곁으로 다가옵니다.

“양양가요!”

“응? 거긴 왜가?”

“토끼 사요!”

“아! 맞다. 장날 사러가자고 했지. 조금만 기다려봐. 낼 모레 가자!”

엄마는 양양장날을 기약하며 유뽕이와 손가락 걸었습니다.


자주 이용하던 동네 슈퍼마켓도 바뀌었네요.

새로 이사 온 곳은 먼저 살던 아파트보다 커다란 마트가 있습니다.

장보러 갔던 길에 계산대에서 우연히 아는 얼굴과 마주쳤어요.

예전 유뽕이 유치원시절 주방에서 일하던 아줌마랍니다.

반갑게 인사 나누다가 이사 오게 된 일과 토끼이야기를 했지요.

“우리토끼 데려다 키우실래요? 저는 이번에 아파트로 가게 되었거든요.”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토끼를 얻게 생겼습니다.


아빠학교가 일찍 끝나는 토요일에 드디어 토끼를 데려왔습니다.

바둑이처럼 검정과 흰색이 섞인 털옷을 입었답니다.

토끼를 싣고 오는 차 안에서 엄마가 아빠를 향해 묻습니다.

“여보! 우리 토끼이름을 뭐라 지을까?”

“뭘 고민해. 당연히 유뽕이가 다 알아서 지을 텐데.”

하긴 그렇습니다.

엉뚱한 이름을 말해도 어차피 유뽕이 토끼니까요.

새로 토끼장을 만들어 줄 필요도 없이 알맞게 지어진 집까지 얻었습니다.

덤으로 마트에서 일하신다는 아줌마가 다듬고 버린 채소도 필요한 만큼 주신다네요.

이래저래 유뽕이만 땡잡았습니다.


담벼락 앞에 토끼네 집도 이사를 왔습니다.

토끼 눈 만큼 휘둥그레진 유뽕이에게 엄마가 말합니다.

“유뽕아! 토끼 왔네. 이름을 뭐라고 할까?”

“영랑이!”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선포를 합니다.

아마도 예전 키우던 설악이와 영랑이 생각이 났나봅니다.

설악산과 영랑호를 따서 이름 붙였던 토끼 한 쌍이었지요.

설악이는 흰 털의 수컷이었고, 암컷 영랑이는 바둑모양 얼룩이였거든요.

해가 저물고 어두컴컴해졌는데도 유뽕이는 토끼장 안에 배춧잎을 쑤셔 넣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그만 줘라! 영랑이 너무 많이 먹으면 너처럼 배불뚝이 된다구.”

좋아하는 모습이 재밌어 엄마는 뱃살 나온다며 놀려댑니다.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내복차림의 유뽕이가 이불을 박차며 벌떡 일어납니다.

어디론가 바쁘게 달려 나가려 합니다.

“유뽕아, 어딜 가? 밖에 추운데.....,”

“토끼 밥 주러 가요!”

밤새 영랑이가 배고파 굶는 꿈이라도 꾸었는지 잽싸게 커다란 슬리퍼를 끌고 마당으로 나갑니다.

어디서 들었는지 자기는 꼭 좋은 오빠가 될 거랍니다.

영랑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확인도 못했는데, 유뽕이는 그냥 오빠가 되어버립니다.

재롱둥이 강아지 견우만 닭 쫓던 무엇처럼 멍하니 서 있네요.

당분간 유뽕이 사랑은 영랑이에게 옮겨 갈 듯 합니다.

왜냐하면,

영랑이 오빠가 되기로 작정했으니까요.


오빠 만세!


 

2010년 4월 8일

유뽕군 오빠 된 날에.

   

0개
봉자 2010.04.13 15.11 신고
어째 길을 잘못 든 것처럼 유뽕이네 집안 사정이
거꾸로 읽힙니다. 마당 자랑에 부러웠던 마음을
평정하고 나니 이제 막 이사를 온 걸 눈치챕니다.
아무려면 어때요....유뽕이 신난 걸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네요.ㅎㅎㅎ  
  박예천 2010.04.13 16.11 수정 삭제 신고
유뽕이 녀석 위해 마당있는 집을 겁없이 결정했는지도 모릅니다.
불편사항이 많다고 주위에서 혀를 끌끌 차더군요.
아무렴 어떻습니까.
유뽕이만 신나면 베리~~베리~~굳이지요^^  
헬레네 2010.04.10 23.24 신고
모든 사람들의 로망 ~~~마당있는집 ~~~
유뽕이 만세 영랑이도 만세 ~~~
기어이 마당있는집으로 이사를 가셨군요 .
유뽕이 에게 축하 한다고 전해 주세요 ^^  
  박예천 2010.04.12 10.13 수정 삭제 신고
마당이 있기는 한데, 그야말로 손바닥 한 크기랍니다^^
그 조그만 공간에 꿈만 커서 이것저것 설계(?)하느라 고민이구요.
유뽕이도 여간 바쁜 게 아니지요.
집 안팎 돌아다니며 관리에 들어갔거든요.
녀석이 벌려놓은 뒷정리가 더 힘드네요..ㅎㅎㅎ
댓글 고맙습니다~!  
초록이 2010.04.09 10.32 신고
마당 넓은 곳에 새터를 잡으심을 축하합니다
유뽕이가 아주 좋아했겠네요 ㅎㅎ 아이들은 모니모니해도 흙을 밟고
놀아야 잘 크죠 며칠전에 문득 예천님이 궁금해 조회해 본적 있어요
또 아주 궁금한 분이 또 한분 있구요 ^^
저도 글방은 오랜만에 들어 오는 거거든여 부디 건강 조심하고
마당에 채소도 잘 가꾸시길 ~
  
  박예천 2010.04.09 19.53 수정 삭제 신고
그러게요....초록이님을 뵙게 되니,
작가글방 여러 님들이 더욱 그립습니다.
궁금한 분도 많구요.
그 님들은 언제쯤 발걸음 하실지......,

뿌린 씨앗이 싹이 터서 잘 커주기를 바랄뿐입니다.
앞으로 초록이님 조언이 많이 필요할 듯 합니다.
님께서도 풍성한 결실 맺으시는 텃밭 되시기 바랍니다.
행복한 봄날 되시구요^^  
모퉁이 2010.04.08 20.44 신고
모란이 피기까지..던가요?영랑시인.그 이름을 생각하고 들왔는데 ㅎㅎㅎ 유뽕이 동생이름이 영랑이. 거 참 녀석..ㅎㅎㅎ
마당있는 집에 길다랗게 빨랫줄 걸고 그 가운데 바지랑대 높게 치세우고
뽀얀 햇살에 포실포실 빨래 말리고, 채마밭에 상추 쑥갓 심어놓고 아침저녁
물조리개로 물 먹이고,, 눈에 선한 그림인 이유...어릴적 마주치며 살았던
그 곳의 풍경을 닮았으니까요.
고무호스는 미리 준비했다고 했으니 뭘 드리면 될라나...
대문 앞에 빨간 우체통 하나 걸어드릴까요?
마음으로 보내는 선물이니 받으시어요~~^^

  
  박예천 2010.04.08 22.01 수정 삭제 신고
ㅎㅎㅎㅎㅎ 제가 웃는 이유?
모퉁이님~! 어쩌지요.....벌써 빨간 우체통도 달았는데...ㅎㅎㅎ
하얀 철제 대문과 우체통은 빨랫줄과 장독대 다음으로 제가 맘 먹었던
것들이지요.

영랑이가 첫날은 낯을 가리는가 싶더니,
먹성이 유뽕이 맘먹습니다.
채소값도 만만치 않은데...어쩌지요?
내일은 근처 마트에 가서 채소부스러기 동냥(?)을 해야겠습니다.
모퉁이님....!
우체통 선물은 그만두시고,
우리집 채마밭에 따스한 햇볕이나 잔뜩 보내주세요~!
선물 독촉합네다^^  
아트파이 2010.04.08 11.24 신고
너무 예쁘네요. ^^
한동안 유뽕이 이야기 못 봤는데....

그 사이 일이 많았었네요. 이사하시고..영랑이 오빠되고.... ^^

마당이 참 마음에 드네요. 서울에는 작은 평수에 빼곡히 집들로 가득해서... 마당있는 집은 하늘에 별따기네요. 물론 저희 같은 서민은... ^^;;

과거 고향에 살때는 앞에 마당이 있어..사실 마당이라고 하긴 뭐했지만...ㅎㅎㅎㅎ 그곳에 분꽃부터 여러 꽃을 피우고..아빠가 화분가꾸기를 좋아해서..여러 나무에 분재까지 했었는데....

여긴 그렇지 않거든요.. 모처럼 맘 따뜻해봅니다. ^^  
  박예천 2010.04.08 21.57 수정 삭제 신고
저도 서민입니다.
이곳은 수도권처럼 땅값이 비싸지 않아 감히 저질렀지요..ㅎㅎㅎ

달력은 봄이라 표시되어 있는데,
기온은 봄 같지 않는 한기에 오들오들 몸이 떨리네요ㅜㅜ
아마도 설악산에 녹지않은 가득한 눈 무더기 탓인듯 합니다.
씨 뿌린 채마밭만 뚫어져라 쳐다본답니다ㅎㅎㅎ
댓들 주심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