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판촉사원
“좋은 느낌~~~!”
신나게 노래를 부릅니다.
텔레비전 광고 멜로디를 좋아하는 유뽕입니다.
한동안 거리에서나 교회에 사람들 앞에서도 마구 생리대 선전을 합니다.
누나와 엄마는 얼굴이 빨갛게 되어 유뽕이의 입을 막아 봅니다.
자기가 부르는 노래를 못하게 하는 것만 서운해서 소리치며 웁니다.
미술학원 건물 일층에 작은 슈퍼가 있지요.
유뽕이의 단골 가게이기도 합니다.
가끔 슈퍼 주인아줌마가 녀석이 꼬박꼬박 학원 다니는 게 기특하다며 공짜로 과자를 건네주시지요.
진열대에 빼곡하게 쌓인 여성용 생리대 포장에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입니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사각 비닐포장 덩어리가 엄청나게 많거든요.
역시나 그냥 지나치지 않고 크게 광고멘트를 날립니다.
“깨끗함이 달라요!”
엄마는 난처해하며 슬며시 유뽕이를 끌어안았지요.
지나가던 여자가 덩치 큰 아들과의 때 아닌 애정행각(?)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어제 저녁 일입니다.
안방 화장실을 치우려는데 휴지통에 생리대 담았던 큰 비닐봉지가 들어있네요.
덜렁이 선뽕이 누나 짓이라는 생각에 엄마는 잔소리를 늘어놓습니다.
“야! 선뽕, 이거 네가 여기 버렸지? 분리수거 해야 된다고 몇 번을 말해야 되니? 가족이 다 같이 협조해야 되는데, 정말 이럴 거야?”
덩달아 아빠까지 혼이 납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야! 폐지도 아무데나 버리고 말이지. 다들 제발 나 좀 도와 주라! 응?”
누나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눈동자만 굴립니다.
“이상하네? 난 버린 기억이 없는데.....,”
몇 시간이 흐른 뒤 수건 빨아놓은 것을 정리함에 넣으려던 엄마는 깜짝 놀랐지요.
화장실 벽면 유리 장식장 안에 ‘깨끗함이 달라요’ 생리대 세 뭉치가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겁니다.
도안과 이름이 잘 보이도록 정면을 향해 반듯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유뽕군의 애창곡에 나오는 울트라 날개 형 중형 패드라고 소개되어 있네요.
엄마는 아차! 하는 마음으로 이마를 탁 쳤습니다.
생리대 홍보에 여념 없는 우리의 판촉사원이 저지른 결과물이지요.
큰 봉지에 담아 잘 감춰둔 것을 어떻게 찾아냈을까요?
넋 놓고 한참을 쳐다보았지요.
안에 쌓아 두었던 새 칫솔이며 비누까지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오직 생리대만 잘 보이게 전시 했습니다.
여인네들의 은밀한 생리대를 이렇게 마구잡이로 드러내놓고 보여도 되는 것인지....,
그저 웃고 말았지요.
유뽕이로 인해 겪게 되는 난감함이 불쑥 튀어나올 적마다 걱정스럽기보다 너털웃음을 흘리게 됩니다.
분명 녀석은 하나님이 보내주신 웃음천사가 맞습니다.
별거 아닌 일에도 호탕하게 박장대소하게 되니 말이지요.
그나저나 판촉사원의 허락 없이 물건을 제자리에 내려놓아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오후에 학교에서 돌아오면 다시 물어봐야겠어요.
유뽕아!
좋은 느낌 이제 치워도 되겠니?
2009년 11월 23일
유뽕 생리대 진열해 놓은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