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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593

유뽕이 시리즈 39 - 파랑새반 아이들 (3)


BY 박예천 2010-09-09

파랑새반 아이들(3)- 송편 빚기

 

엄마는 아침 일찍 유뽕이를 태우고 방앗간에 갑니다.

파랑새반에서 송편을 빚는 날이지요.

미리 부탁한 떡 반죽을 찾아가야하거든요.

쌀 두되를 빻고 빚기 좋게 반죽까지 해달라고 했습니다.

만 삼천 원을 달라고 합니다.  

학교 정문 앞에서 종호엄마를 만났습니다.

떡 만들기 도우미 어머니로 유뽕엄마와 기락이 엄마까지 셋이 뽑혔지요.

커다란 가방에 찜 솥과 휴대용 가스레인지까지 담았습니다. 보퉁이가 커서 엄마는 마치 산타할아버지 같았어요.

쟁반과 송편에 넣을 소, 그리고 숟가락이며 행주를 꼼꼼하게 챙겼습니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도우미어머니들이 걸어갑니다.

멀찌감치 교무실 창문 안에서 선생님들이 우스꽝스런 걸음걸이의 엄마를 보고 인사합니다.


파랑새반에 들어서니 벌써 아이들은 책상과 의자를 뒤쪽으로 밀어놓고 돗자리까지 깔아 놓았습니다.

형형색색 고운 한복들을 차려입고 동그랗게 앉아 있더군요.

한복을 준비하지 못한 유뽕이만 체육복을 입었습니다. 입고 오지 않은 아이들이 몇은 더 있을 줄 알았는데 어쩌면 우리 유뽕이만 못 입었을까요. 엄마는 많이 미안해졌습니다. 중앙시장에서 대여라도 해 올걸 그랬네요.


부랴부랴 모둠별로 떡 반죽 한 덩어리씩 나눠주었습니다.

서둘러 유뽕이와 엄마는 앞치마를 입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파랑새반 아이들은 전부 열 두 명이고 네 명씩 갈라 세 모둠뿐이었지요.


(왼쪽 맨 앞이 체육복 입은 유뽕이랍니다, 그 옆 아줌마는 엄마이구요^^)

 

유뽕이 옆에 나란히 앉아 송편을 빚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멀뚱하게 쳐다보며 감히 반죽에 손을 대지 못하고 물어봅니다.

“아줌마 어떻게 만들어요?”

난감해 하는 친구들에게 차근차근 엄마가 설명을 해주었지요.

“자, 이렇게 떼어서 말이지..., 점토놀이처럼 해봐. 동그랗게 굴리고 구멍 만들어서 밤이랑 콩을 넣는 거야. 그리고 다시 꼭꼭 주물러서 예쁘게 모양 만들면 돼.”

경험이 없었는지 아이들은 쉽게 만들지 못합니다.

“도자기도 만들까? 아니면, 새를 만들어도 되고.”

엄마가 먼저 작은 호리병모양을 빚어 친구들에게 보여줍니다.

“우와! 도자기다. 얘들아, 이것 봐! 우리 모둠은 도자기도 만든다.”

점점 적극적인 분위기가 되어갑니다.

어느새 유뽕엄마는 아이들 사이에서 송편의 달인이 되어버렸지요.


떡 빚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가자 운동장에 나가 아이들은 민속놀이를 합니다.

한복을 입고 마구 뛰놀던 주호가 바지가 찢어졌다며 들어옵니다.

잠시 후, 희성이도 한복바지 안쪽이 길게 찢겨져 있었지요.

미끄럼틀에 긁혔다며 표정이 울상인데, 선생님과 엄마들은 그저 우습기만 했습니다.


찜통에 얹은 송편이 익어갈 동안 선생님은 따뜻한 커피를 타오셨지요.

종호엄마, 기락이 엄마, 유뽕엄마와 선생님이 동그랗게 앉아 이야기 합니다.

집안 얘기도 하고, 아이들 자라는 얘기와 선생님 절대 결혼 하지 마시라는 농담도 했지요. 자유롭게 혼자 사는게 좋다고 입을 모으는 엄마들이었습니다.

한복을 차려입은 선생님이 독립운동가 같다고 유뽕엄마가 웃었지요.

태극기 들고 올까요? 선생님이 답하셨습니다.

주고받는 대화가 편안한 시간이었습니다.


솔솔 따끈한 송편이 다 익어가고, 용감한 유뽕엄마는 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으로 호호 불며 떡을 꺼내 기름 바릅니다.

선생님도 헝겊 장갑에 비닐장갑까지 덧입히고 모락모락 김나는 송편을 옮깁니다.

재간둥이 친구 하나가 보기 좋게 쟁반에 담은 떡을 교무실 선생님들께 전하고 옵니다.

교실 앞을 지나가던 교무선생님도 “얘들아, 떡 진짜 맛있더라!”라고 칭찬하셨지요.


(쫄깃하게 익은 송편을 높이 들어 자랑하는 모습이지요. 학교 홈피에서 퍼왔답니다)

 

다시 돗자리위에 동그랗게 모여 앉은 아이들이 직접 만든 송편 맛을 봅니다.

“어? 이거 내가 만든 거다. 진짜 웃기다 완전 만두 같은 것도 있네!”

신기한 듯 까르륵거리며 아이들이 재잘거립니다.

일부러 아무것도 넣지 않고 만든 ‘골탕송편’도 있었다며 효진이와 수지가 자수를 합니다.

편식 심한 유뽕이도 선생님 앞에서는 의젓하게 잘 받아먹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뛰어다니며 준비하느라 좀 피곤했지만,

학교행사에 다녀 올 때마다 느끼게 되는 건 울 유뽕이가 참 운이 좋은 녀석이라는 사실입니다.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에서 훌륭한 교육관의 선생님과 순수덩어리 친구들까지 덤으로 있으니 그저 감사하지요.


저녁 먹고 유뽕이 가방 뒤져보니 비닐봉지에 떡 몇 덩이가 들어있었습니다.

녀석은 자랑삼아 내놓지도 못했지만 엄마가 장황하게 떠벌이며 아빠 입에도 누나에게도 건네주었지요. 과하다 못해 지나친 칭찬 메시지를 유뽕이에게 전하면서 말이지요.

송편 한 입 베어 물던 아빠가 한마디 하시네요.

“근데...., 이 떡이 왜 이리 짭짤하냐? 손에서 뭔가 조물락 거리며 들어간 거 아냐?”

설사 코딱지를 뭉쳐 넣었다 한들, 우리의 유뽕이가 송편을 만들어 왔다는데 뭔 잔소리가 필요할까요.

넙죽 받아먹는 것이 마땅하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2009년 9월의 마지막날

파랑새반에서 송편 빚은 이야기.

0개
모퉁이 2009.10.01 13.53 신고
중앙시장은 어느곳에나 다 있나 봅니다.내가 살던 곳에도 중앙시장 있거든요.ㅎㅎㅎ 저도 아직 만두와 송편의 경계가 없는 솜씨입니다. 교실 분위기가 오붓하고 정다워 보입니다.  
  박예천 2009.10.05 19.24 수정 삭제 신고
모퉁이님 댓글을 이제야 봅니다. 명절은 잘 보내셨는지요...저는 두 동서들이 못오는 바람에 좀 무리를 했는지 몸살증세가 보이네요..ㅠㅠ
입술에 물집도 잡히고요... 제자리로 돌아왔는데 아직도 정신이 없답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