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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뽕이 시리즈 29 - 골과에 가세요!


BY 박예천 2010-09-09

      

        골과에 가세요!

 

 


병원에 가자는 말만 들어도 사색이 되어 울음을 터뜨리는 유뽕입니다.

어릴 적 여러 가지 검사받느라 큰 병원에 자주 다니면서 공포심이 더욱 커졌지요.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니 모든 것이 추억이 되어갑니다.

이제 병원놀이를 좋아하고 가끔 소아과에 놀러가자는 말도 합니다.

요즘 유뽕이는 인터넷에서 아픈 사람증세에 맞게 병원 소개하는 게임을 즐깁니다.


“킥보드를 타다가 다리를 다쳤어요!” 인상 찌푸린 만화주인공이 나오네요.

“정형외과에 가세요!” 맞는 병원을 클릭해주며 큰 소리로 외칩니다.

“저런, 아이가 나오려고 해요!” 이번엔 아줌마가 끙끙거립니다.

“산부인과에 가세요!” 역시 병원전문 소개사(?) 유뽕이가 말합니다.

“이가 흔들려요!” 어린 꼬마가 흐느낍니다.

“치과에 가세요!” 자신감에 넘친 녀석의 목소리가 부엌에까지 들립니다.


엄마는 생리통 때문에 허리도 펴지 못하고 아픕니다.

침대에 누워보려 방안으로 들어와 주저앉으며 한마디 했지요.

“아이쿠, 배야! 배가 너무 아프네.”

컴퓨터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유뽕이가 엄마에게 일러줍니다.

“내과에 가세요!”

“유뽕! 내과에 가야하는거야? 그럼 눈이 아프면 어디 가지?”

시시 하다는 듯 금방 내미는 대답입니다.

“안과에 가세요!”

정말 척척박사 유뽕입니다.


저녁밥을 지으러 수돗물을 틀려는데 이번엔 엄마의 두통이 심해집니다.

싱크대 앞에서 이마를 감싸며 혼잣말 해봅니다.

“아! 머리 아프다.”

쏜살같이 달려온 유뽕이 표정이 심각하게 변합니다.

“소아과에 가세요!”

이런, 사십 살도 더 넘은 엄마에게 소아과를 소개하다니요.

“아이 참, 유뽕! 엄마는 어른인데 어떻게 소아과를 가니? 거긴 못가!”

난처해진 유뽕이는 조금 생각하는듯하더니 알려줍니다.

“어른과에 가세요!”

“푸하하하! 어른과? 에이, 그런 게 어딨어....,”

엄마는 슬슬 장난기가 발동했습니다.

자꾸만 엉뚱한 답을 하는 유뽕이의 상상력이 어디까지일까 궁금해졌답니다.

 



몸살기운까지 겹쳐지는지 엄마는 머리가 많이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눈을 꼭 감았다가 떠 봅니다.

손가락에 힘주어 머리를 꼭꼭 눌러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알약을 먹어야 하는가봅니다.

서랍에서 약을 찾다가 혼잣말로 중얼거렸지요.

“아! 골 아퍼!”

우리의 친절한 소개맨 유뽕이가 어느새 엄마 곁으로 달려옵니다.

안색을 꼼꼼하게 살펴보더니 즉각 정확한 병원을 소개합니다.

“엄마, 골과에 가세요!”

잠시 아픈 것도 잊고 엄마는 골이 흔들리도록 웃어버리고 말았답니다.


도대체 골과는 대한민국 어느 병원에 있을까요?





 


 



2009년 5월 29일

두통으로 골과(?)에 가기로 정해진 날에.

0개
헬레네 2009.06.15 19.50 신고
천사가 ,,,,,,,, 님의 옆에 있었네요 .
유뽕 ,,,,,,, 가슴이 비면 어느과로 가용 ~~  
  박예천 2009.06.16 09.36 수정 삭제 신고
반가운 님....요즘 산행하느라 바쁘실텐데 댓글 남겨주셨네요.
유뽕이에게 가슴아프면 어느과에 가느냐 물었죠.
처음엔 어른과에 가라해서 다시 물으니....ㅎㅎㅎ 정신과에 가라네요.
녀석의 처방이 오진이겠지요?^^  
플러스 2009.06.09 13.32 신고
저는 골과라 그래서 뼈얘기하는 줄 알았더니 그 '골'이었네요.
예쁜 유뽕이에요. 순수함... 참 그리워지는 얘기네요..
울 아들이 합창대회한다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하는 노래를 부르고 다니던데
유뽕이 얘기 읽으면서 우리 모두 마음 만큼은 아이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네요.
  
  박예천 2009.06.10 09.20 수정 삭제 신고
점점 때묻어 가는 저의 감성을 대하며,
아들의 존재가 깊이 다가옵니다.
마치 녀석의 작은 어깨에 기대어 정화되기를 염치없이 바라는....
댓글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