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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1,615

유뽕이 시리즈 22 - 편지 왔어요!


BY 박예천 2010-09-09

              

                편지 왔어요!

 


 

도움반에서 체험활동을 갑니다.

장애아동들의 일상생활훈련을 위해 시내 관공서 위주로 가끔 있어지는 행사입니다.

이번엔 시내버스 타고 속초시청과 우체국을 다녀온답니다.

유뽕이 가방 속에 선생님의 깨알 같은 메모가 적혀있었지요.

편지봉투, 편지지, 우표 살 때 필요한 동전을 준비하랍니다.

엄마가 먼저 들떠 가방을 챙겨줍니다.

누나에게 잔돈을 꿔 달라 했더니 오백 원을 건네줍니다.

 

2009년 4월 9일 목요일 아침.

학교 가는 유뽕이 귀에 대고 엄마가 속삭입니다.

“유뽕! 오늘 버스탄대! 좋겠지? 우체국 가서 편지도 쓸 거래. 엄마한테 꼭 편지 보내야 돼. 알았지?”

엄마 얼굴 한 번 쳐다보지 않는 유뽕이랍니다.

다시 한 번 녀석의 얼굴을 감싸 쥐고 말합니다.

“엄마 눈보고 대답하자! 너 오늘 어디 갈 거야?”

“시청가요!”

“시청 갔다가 또 어디로 간다고 했지? 편지 부치는 곳 어디지?”

“우체국가요!”

높낮이 없는 특유의 음색으로 대답하지요.


뜨겁던 오후의 봄볕이 누그러질 무렵 엄마는 학교를 향해 갑니다.

조금은 피곤해 보이는 유뽕이가 운동장을 걸어나오네요.

“잘 다녀왔어? 우체국 갔었니?”

“우체국 갔어요!”

언제나 의미 없이 묻는 엄마의 뒷말을 따라 답하는 유뽕입니다.

그렇게라도 입을 열어 말하는 오늘이 있기에,

앞을 향해 달려갈 힘을 얻게 되지요.

지난번처럼 학교친구이거나 누나에게 편지를 보냈으려니 생각만 해봅니다.


오늘은 금요일.

점심나절 외출에서 돌아오던 엄마는 우편함을 쳐다봅니다.

노랑나비 팔랑이듯 유뽕이네 편지함이 환하게 빛이 납니다.

“어라! 이게 뭐지?”

삐뚤빼뚤 유뽕이 글씨가 대문짝만하게 써있는 편지네요.

자기 집 주소를 잊지 않고 잘 적어놨습니다.

이름을 얼마나 크게 썼던지 금방이라도 녀석이 노란웃음 흘리며 튀어 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교동 ㅇㅇ아파트 202동 103호 전 유 뽕

봉투중간에 우표를 떡하니 붙였습니다.


거실의자에 앉아 편지를 뜯어 읽습니다.

엄마는 괜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첫사랑 연애편지 받았던 스물하고도 몇 살 때로 시간이 거슬러 올라간 기분이네요.

넓기만 한 편지지에 딱 네 줄이 써 있습니다.


엄마 아빠

힘 내세요.

사랑해요.

전유뽕


봄이 시작되면서 몸살로 끙끙거리는 아빠와,

집안일로 동동거리느라 진땀 흘리는 엄마가

유뽕이 눈에도 안쓰럽게 보였을까요.

엄마 아빠 힘내라는 글씨에 힘이 팍팍 들어갑니다.


늦은 밤 유뽕이이야기 적으면서 낮에 읽었던 노랑편지를 다시 펼쳐봅니다.

답장 보내야 할 텐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요.

사랑한다는 말은... 글로 적기엔 너무도 부족한 것을.

 

 


 


 


 

2009년 4월 10일 유뽕이 편지 받아 좋은 날에.

0개
솔바람소리 2009.04.13 22.09 신고
동화를 읽는 듯했어요.
사랑이 철철 흘러 넘치는 모자간의 교감이..
오전에는 글 읽을 시간이 부족하여 지금 들어와서 읽는데
몇몇 분들의 글을 읽으며 봄 햇살아래 동면(?)에서 깨어나는 대지의
마음처럼 뭔가 사르르르... 제 맘이 살짝 동하는 것을 느꼈어요.

아영이가 결국 조퇴를 하고 왔더라구요. 4교시까지 마친것도 대견할 정도로
얼굴이 붉게 달아 올라서 왔어요. 병원에 혼자 보냈는데 선생님의 호출이
있어서 쪼르르 달려갔지요. 요즘 바리러스성 감기가 극성이라네요.
며칠 휴식이 필요하대요. 몸뚱이에 발진까지 돋고... 유뽕이도 감기 조심~ ^^  
  박예천 2009.04.14 00.03 수정 삭제 신고
저런~~! 감기가 심했군요.
울 딸아이도 증세가 보여 병원다녀왔네요 ㅜㅜ
남편도 몸살로 징징거리더니...차도가 있고.
하여간 엄마는 아플자격도 없는 여자랍니다.
간만에 나타나신 솔님!
뭐든 강단있고 당차게 버티시는 느낌이 드는 분.
그렇게 우리 엄마들.....힘내십시다요.
빠샤!!!!  
통통돼지 2009.04.11 17.45 신고
짧고 굵게.. 이게 아닌가? 이상하게 어감이 화장실 필이나네?
뭐면 어떻습니까. 감동과 사랑이 느껴집니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정 많은 유뽕군, 역시 멋집니다.  
  박예천 2009.04.11 19.54 수정 삭제 신고
ㅎㅎㅎ 떵이야기 입네까? 냄새 나는듯~~~
고맙지요. 울 유뽕이가 엄마덕분에 아줌마 팬이 생겼네요.ㅎㅎㅎ
잘 키울게요.... 님들이 지켜보시는데, 제가 주저앉으면 안되겠지요?
고맙습니다. 통통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라리 2009.04.11 16.17 신고
편지...
넓다란 편지지에 적힌 그 네줄을 보며 제 가슴도 벅차오릅니다.
말문 열리길 기다리는 울딸래미...
말문이 트이면 종알종알 하겠지요...
유뽕엄마의 반의반만이라도 현명하게 키워야 할 텐데요...  
  박예천 2009.04.11 19.52 수정 삭제 신고
꽁쥬도 지혜롭고 배려깊은 아이로 잘 커갈 거예요.
라리님의 사랑이 넘치는 것을 늘 지켜보고 있답니다.
엄마의 사랑속에 크는 아이......분명 잘 됩니다.
걱정마세요. 바라는 대로 이루어 진답니다^^  
선물 2009.04.11 15.31 신고
편지 왔어요~ 애기 목소리의 핸폰메시진줄 알았습니다. 그래요. 글로 적기엔 사랑의 표현이 너무 미약하지요. 유뽕이 어느새 우리 모두의 아이가 된 사랑스런 친구지요.  
  박예천 2009.04.11 19.51 수정 삭제 신고
저의 반강제적(?)인 강요로 유뽕이 팬클럽 만들어 지게 될지도 모릅니다.ㅎㅎㅎ
팬써비스 차원에서 가끔 유뽕이 사진도 올려 놓으려구요.
녀석의 허락도 없이. 주말 잘 보내세요!  
오월 2009.04.11 13.59 신고
오늘은 동화동시 필체를 안 쓰셨네요 글 읽는 내내
유뽕이의 편지를 기다리는 엄마의 마음 기대감
그런것들이 느껴지네요 답장은 보내셨나요 꽃들은 지천인데
봄나들이 라기엔 완전 여름이네요 한복을 뻗혀입고
행사에 참여를 하고 왔는데 와! 날씨가 완전 여름입니다.
유뽕이와의 사랑 엿보고 갑니다.  
  박예천 2009.04.11 19.49 수정 삭제 신고
어제....졸린눈 비비면서 간신히 써서 올린 글이랍니다. 미뤄도 되겠지만,
노란편지 받은 감상을 그대로 옮기고 싶어서요.
답장은 살면서 한글자씩 써보려구요.
다 모이면 유뽕이에게 보내야죠.
그게 어느날 가능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