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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1,550

유뽕이 시리즈 14 - 나눠 먹어요!


BY 박예천 2010-09-09


            나눠 먹어요.

 

 


 

 

엄마는 이틀째 정수기주위를 맴돌며 고개만 갸웃거립니다.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물건을 찾습니다.

부쩍 건망증이 심해져 늘 아빠한테 핀잔을 듣곤 했지요.


이번 겨울여행 때 아빠의 외삼촌 할아버지가 챙겨주신 약봉지가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사실 약이 아니고 함초로 만든 건강식품이지요.

세계에서도 유일하게 서해안 갯벌에서만 자라는 바다식물 이름이 ‘함초’래요. 꼭 산호처럼 생겼는데 녹두알 만하게 환을 지어서 먹습니다.

몸이 약해진 엄마를 생각해서 할아버지가 선물로 주셨습니다.

아침저녁 잘 먹으면 된다고 했지요.


엄마는 보약처럼 꾸준히 먹었습니다.

혹시 잊어버릴까 정수기 위에 올려놓고 물 마실 때 마다 기억을 했죠.

정성껏 먹기 시작한지 일주일쯤 지나는 어제부터 약봉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냉동고에 넣어두고 조금 덜어 밀폐 비닐 팩에 담아 스무 알씩 먹었거든요.

참 이상한 일입니다.

혹시나 떨어졌나 정수기 뒤를 찾아보고 부엌바닥을 헤매도 없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요?

통째로 없어진 함초의 행방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답니다.


오늘 저녁 밖에서 돌아온 유뽕이와 엄마.

목이 말라 물 한 모금 마시는데 다시 그 함초 생각이 납니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엄마는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견우에게 먹이를 주려고 신발장 앞으로 갔지요.

지퍼식으로 닫힌 사료봉투를 여는 순간.

으악! 어쩌면 좋을까요.

콩알 만 한 견우 사료 사이사이 박혀있는 녹두알 함초들이 보입니다.

잡곡밥을 짓듯 골고루 잘 섞어 놓았습니다.

누구 짓일까요? 바로 그 녀석 이지요.

좋은 것은 나눠 먹어야 한다는 것을 말 대신 행동으로 옮긴 유뽕이!


오늘 밤 엄마는 커다란 쟁반위에 견우사료를 펼쳐놓고 점 보러 오는 사람들 맞이하는 폼으로 함초 골라내기 해야 한답니다.

돋보기라도 코위에 올려놓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유뽕이 녀석의 말썽은 언제쯤 끝이 날지......,

휴우~~!

 

 

 

2009년 1월 12일 저녁밥 지을 생각도 잊고.....ㅜㅜ

0개
통통돼지 2009.01.12 19.40 신고
푸하하~~ 유뽕이 덕에 견우가 호강할뻔 했네요. 웬만한 사람도 먹지 못할 건강식품을 그것도 세계에서 유일한 서해안 자연산을 말이죠. 견우만 좋다 말았네요.ㅎㅎㅎ  
  박예천 2009.01.12 20.17 수정 삭제 신고
저녁먹고 고르다 포기했습니다ㅜㅜ 약간 짠맛이 있어서 견우도 먹질 않는데...워낙 많은 사료속에 숨어있기도 하고 색도 비슷하니 힘드네요.. 골라낸들 사료가루가 묻었으니....쩝! 이러다 제가 사료먹게 생겼습네다...ㅋㅋ 으이구..유뽕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