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눠 먹어요.
엄마는 이틀째 정수기주위를 맴돌며 고개만 갸웃거립니다.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물건을 찾습니다.
부쩍 건망증이 심해져 늘 아빠한테 핀잔을 듣곤 했지요.
이번 겨울여행 때 아빠의 외삼촌 할아버지가 챙겨주신 약봉지가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사실 약이 아니고 함초로 만든 건강식품이지요.
세계에서도 유일하게 서해안 갯벌에서만 자라는 바다식물 이름이 ‘함초’래요. 꼭 산호처럼 생겼는데 녹두알 만하게 환을 지어서 먹습니다.
몸이 약해진 엄마를 생각해서 할아버지가 선물로 주셨습니다.
아침저녁 잘 먹으면 된다고 했지요.
엄마는 보약처럼 꾸준히 먹었습니다.
혹시 잊어버릴까 정수기 위에 올려놓고 물 마실 때 마다 기억을 했죠.
정성껏 먹기 시작한지 일주일쯤 지나는 어제부터 약봉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냉동고에 넣어두고 조금 덜어 밀폐 비닐 팩에 담아 스무 알씩 먹었거든요.
참 이상한 일입니다.
혹시나 떨어졌나 정수기 뒤를 찾아보고 부엌바닥을 헤매도 없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요?
통째로 없어진 함초의 행방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답니다.
오늘 저녁 밖에서 돌아온 유뽕이와 엄마.
목이 말라 물 한 모금 마시는데 다시 그 함초 생각이 납니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엄마는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견우에게 먹이를 주려고 신발장 앞으로 갔지요.
지퍼식으로 닫힌 사료봉투를 여는 순간.
으악! 어쩌면 좋을까요.
콩알 만 한 견우 사료 사이사이 박혀있는 녹두알 함초들이 보입니다.
잡곡밥을 짓듯 골고루 잘 섞어 놓았습니다.
누구 짓일까요? 바로 그 녀석 이지요.
좋은 것은 나눠 먹어야 한다는 것을 말 대신 행동으로 옮긴 유뽕이!
오늘 밤 엄마는 커다란 쟁반위에 견우사료를 펼쳐놓고 점 보러 오는 사람들 맞이하는 폼으로 함초 골라내기 해야 한답니다.
돋보기라도 코위에 올려놓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유뽕이 녀석의 말썽은 언제쯤 끝이 날지......,
휴우~~!
2009년 1월 12일 저녁밥 지을 생각도 잊고.....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