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컸네!
새해가 되니 유뽕이의 몸과 마음이 통통 여물어 갑니다.
열한 살이나 먹은 총각(?)이랍니다.
한 단어씩이던 말들도
제법 문장으로 엮어지고 있습니다.
엉성하게나마 내놓은 말들을 잘 알아듣게 되었지요.
필요한 요구사항이나 좋고 싫음도 상황에 맞도록 표현합니다.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소리지르거나
고집을 피우는 일도 차츰 줄어들고 있습니다.
엊그제 일입니다.
“유뽕아! 이제 열한 살이네. 축하해!”
엄마 말에 대꾸가 없습니다.
“이제 4학년 되는 거야 알았지?”
갑자기 소리쳐댑니다.
“싫어! 4학년 되기 싫어!”
나이 먹는 게 싫은 건 유뽕이도 엄마랑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엄마도 매일 화장대 앞에서 늘어난 주름살을 억지로 당기며 한숨짓거든요.
유뽕이가 말을 가장 많이 건네는 친구는
우리집 흰둥이 강아지 ‘견우’랍니다.
“견우야! 예쁘게 잘 컸네.”
“견우, 이거 먹어라!”
어디서 배웠는지 녀석이 먹던 치즈조각도 물려주며 머리를 쓰다듬곤 합니다.
오늘은 금요일.
오후2시에 ‘약손선생님’ 치료실 가는 날이지요.
엄마 차 조수석에 앉아 나불거립니다.
대화로 주고 받아보려 엄마는 유뽕이 혼잣말에 끼어들었지요.
맞장구가 없기에 “흥! 엄마 삐칠 거야.” 했지요.
“삐치지마! 그러지마.”하더군요.
그러더니 갑자기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합니다.
“엄마! 예쁜 엄마!”
핸들 잡던 한 손으로 유뽕이 얼굴을 만져주었습니다.
“우와~!유뽕아, 엄마가 예뻐? 고마워 아들!”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유뽕이 말에 하마터면 급브레이크를 밟을 뻔 했습니다.
“우리엄마! 예쁘게 잘 컸네!”
헉! 이게 뭔 말입니까.
정말 잘 컸다는 말인지 견우처럼 귀엽다는 얘긴지.....,^^
유뽕이의 말은 날마다 제 맘대로 뒤섞여 나와
듣는 엄마를 웃게 해줍니다.
유뽕! 너도 예쁘게 잘 컸는걸!!!
2009년 1월 9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