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짧은 옛날이야기
옛날에, 옛날에........,
토끼하고 거북이가 살았대.
토끼는 깡충깡충 뛰어갔대.
거북이는 엉금엉금 기어갔대.
잠자리에 드는 유뽕이에게 날마다 해주는 옛날이야기는 이렇게 짧습니다.
엄마는 내용도 없는 이야기를 밤이면 유뽕이의 귀에 속삭여 줍니다.
망가진 녹음기처럼 되풀이되는 토끼와 거북이를 들려주었지요.
며칠 전부터,
유뽕이가 혼잣말로 “옛날....옛날.”하며 중얼거립니다.
그러더니 오늘밤엔 드디어 이야기의 끝 부분만 겨우 말하는 겁니다.
“거북이는 엉금엉금 기어갔대!”
의미도 모르고 입술로만 따라 하기로 익혔겠지만
엄마의 가슴은 쿵쾅거리기 시작했지요.
토끼처럼 깡충대며 뛰고 싶은 심정이었답니다.
유뽕이의 옛날얘기를 듣고 싶어졌습니다.
졸음이 쏟아지는 그 어느 날 밤이 오면,
귓가에 뜨거운 입김을 쏘아대며
소곤거릴 유뽕이의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잠들고 싶어졌지요.
내일 밤도 토끼와 거북이는 유뽕이와 엄마를 찾아와
깡충깡충 엉금엉금 잠재우겠지요.
2006년 10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