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아 되기 힘들어~!
오늘, 유뽕이는 드디어 진짜배기 큰 엉아가 되었답니다.
며칠 전부터 잔기침을 시작하기에,
더 심해질까 걱정되어 소아과에 갔지요.
의사만보면 지레 겁을 먹던 녀석이었는데,
제 스스로 의자에 앉으며 겉옷까지 벗고 준비를 합니다.
셔츠를 가슴위로 걷어 올리더니,
‘어디보자!’ 의사선생님 말을 자기가 먼저 중얼거립니다.
청진기진찰을 마치자, 시키지 않아도 입을 크게 벌립니다.
단계별로 알아서 척척 응해주더군요.
예방주사 추가접종 맞을 게 하나 있어서 가능하겠느냐 물으니,
열이 없고 컨디션도 좋으니 괜찮다고 합니다.
대충 진찰만 마치고 끝난 줄 알았던 유뽕이 눈에 주사기 들고 나오는
간호사가 보입니다.
갑자기 엄살을 부리며 입구 쪽으로 달아나려 합니다.
‘주사 맞는 거 아니고, 어디보자 한 번 더 하는 거야’ 달래니 다시 의자에 앉습니다.
순식간에 따끔한 주사바늘이 한쪽 팔에 꽂혔습니다.
엄마한테 속았다는 배신감을 채 느낄 겨를도 없이, 나머지 한 팔에 또 주사를 맞습니다.
이번 예방주사는 그렇게 두 방을 맞아야 한다는군요.
대성통곡을 예상했는데, 어쩐 일인지 짧은 비명 한마디로 끝이 납니다.
주사자국에 붙여준 동그란 모양의 밴드가 맘에 드는지 그곳만 만지작거립니다.
오후세시쯤,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앞니 두개가 흔들리는지 피가 나와서 선생님이 뽑았으며 휴지에 잘 싸서 보낸다고.
그냥 버리지 뭘 보내느냐 말했지만, 엄마는 자꾸 웃음이 나옵니다.
집이었다면 한바탕 난리굿을 피웠을 텐데, 그래도 선생님과 친구들 앞이라 참았나봅니다.
태권도를 마치고 오는 유뽕이의 마중을 나갔습니다.
앞니 빠진 우스꽝스런 얼굴이 만화주인공 같습니다.
내친김에 길어진 머리카락을 솎아내러 미용실로 끌고 갔지요.
참으로 오늘은 아침부터 유뽕이의 수난시대입니다.
미용실에서도 의젓해진 녀석을 봅니다.
머리카락 범벅인 바닥을 악쓰며 뒹굴던 일들은 모두 추억이 되어버렸지요.
말끔하게 정리된 머리를 샴푸하고 말리고 나니 불쑥 커버린 아이로 다가옵니다.
산뜻해진 머리카락을 나풀거리며 엄마손 잡고 슈퍼에 갑니다.
엄마는 고생한 유뽕이를 위해, 삼천 원 하는 아이스크림을 집어도 인상구기지 않습니다.
의연하게 버틴 하루에 대한 보상으로 그 정도는 해주어도 된다고 선심을 쓰는 거지요.
집에 돌아와 유뽕이는 아이스크림을 퍼먹고,
유치원가방속에 들어있는 아들의 앞니를 꺼내봅니다.
걸음마 배우기전에 태어났던 젖니 두개가 아들에게서 떨어져나갔습니다.
아프고 힘겨웠던 지난날들도 함께 뽑혀나갔으리라 믿습니다.
여린 잇몸을 헤치고 나올 새 이를 기다리며, 엄마는 희망에 달떠 있습니다.
2005년 6월 1일 아들의 아랫니 두개 빠진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