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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뽕이 시리즈 6 - 물수제비


BY 박예천 2010-09-09

                  

                  물수제비

 

 


 


엄마는 살면서 유뽕이로 인해 웃게 될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힘겨운 놀이치료와 감각치료를 다녀오던 길에도 웃기가 싫었습니다.

간신히 버티기만 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낳은 자식이고 엄마니까 운명처럼 지고 걷기만 하면 되리라 여겼지요.


헌데, 요즘 들어 녀석이 슬슬 엄마를 웃깁니다.

대충 미소그리기만 하는 정도가 아니라 박장대소를 하게 만듭니다.


지난 토요일.

그렇게 온 계곡이 떠나가라 웃어봤습니다.


때 이른 더위를 피해 우리가족이 계곡나들이를 갔습니다.

조심스레 얕은 물가부터 발 도장을 찍더니,

옷을 벗기 시작합니다.

‘엄마, 첨벙첨벙 할 거야’

해는 뜨겁지만 아직은 봄인데 말이지요.

옥신각신 유뽕이와 신경전을 벌이며 말리는데,

아빠가 녀석을 번쩍 들어 물 속에 던져버립니다.

입술이 파래지도록 나오려 하지 않습니다.


바람의 빛깔이 곤두박질치는 기운이 느껴져 유뽕이를 건져내니,

발버둥을 치며 다시 물속으로 유턴을 시도합니다.

간신히 달래서 옷을 입혔지요.


여간해서 둑 위로 올라오지 않는걸 보니 꽤나 아쉬 운가 봅니다.

엄마는 둑위에 앉아 물끄러미 두 부자(父子)의 재롱(?)을 감상합니다.

아들이 매끈한 자갈을 들어 수면위로 던지는데 수준이 형편없습니다.

보고 있던 아빠가 드디어 물 찬 제비 폼으로 돌을 던졌지요.

퐁,퐁,퐁....물수제비를 뜨며 돌은 한참을 수면위에서 놀다 사라집니다.

유뽕이의 눈이 갑자기 반짝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자잘한 돌 대 여섯 개를 집어 듭니다.

우르르 물속으로 던져 넣으며 아빠의 물수제비 흉내를 내고 있더군요.

표정이 어찌나 진지하고 심오하던지 처음엔 숨소리를 죽이며 키득거렸습니다.

반복해서 돌을 한줌씩 움켜쥐고 던지는 모습에 그만 까르르 웃고 말았습니다.

유뽕이의 물수제비는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만 내리 꽂히고 있었지요.


유뽕이 때문에 오늘 엄마는

삶의 빛이 여러 겹 될 수도 있음을 배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