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지나고 맑은 날이 계속 이어졌다
반쯤 무너진 그늘막 호박덩굴에선 연두색 새끼호박이 몇개 달렸는데 반갑고 기특하다
햇빛이 나야 꽃이 피고 열매 맺고,,,,,, 밝고 따뜻한 해의 고마움이 크다
여름엔 폭염으로 불평 불평 하지만 해가 쏙 들어가고 비만 내리니 밭의 식물들이 맥을 못추고
흐물흐물 자라질 못한다
8월말에 뿌린 무 배추가 무는 그런대로 자라주고 있는데 배추는 잎이 녹아져 못 크는것을 요한씨
반은 치워 버리고 새로 모종을 사다 심었다고 했다
키 큰 작물들이 거둬진 밭은 무 와 배추모종 고구마등으로 푸릇푸릇 가지런히 정돈 돼 있다
한동안 안주인의 손길이 없어도 티 안나게 말끔한 밭은 새로 뿌려 싹난 아욱에 무순에 줄맞춰
나란하다 부실한 이파리를 단 먼저 배추와 아직 어린 배추모종이 보인다
지난 추석때 시골에 아버지도 농사를 조그맣게 하시는데 배추농사가 시원치 않아 김장은 사먹게 될지도
모른다고 혀를 차셨다 어쨋거나 김치가 금치가 된다는데 배추농사 잘 지어지길
두손모아 기도 해야지 ㅎ ㅡ ㅣ ㅡ
한동안 손 안 댄 부추를 자르고
한그루 휭 하게 서 달려 있는 작은 깻잎들을 따고
밭 귀퉁이 자리 차지하고 있는 대파도 좀 잘랐다
땅콩이 캘때가 되었나 흙을 헤집어 꺼내 보니 그물무늬가 희미한게 조금 더 있어야 될듯 ,,,하나 갖고 가
요한씨와 의논해 봐야 겠다
어쨋거나 날씨가 이래 변덕스러우면 참 농사 짓기 힘들겠단 생각이다
봄에 이상 한파서 부터 여름에 유난한 폭염, 때아닌 가을 장마까지 ...
인간의 지나친 소비와 자원 낭비 환경 파괴가 거친 자연재해로 돌아 온다고 하는데 ...걱정이다
장 몇가지 본거랑 텃밭 먹거리 봉지를 자전거 바구니에 같이 담고 집으로 향한다
올봄 그 화사했던 벚나무는 성미도 급하게 잎을 전부 떨구고는 메마른 모습으로 서있는가하면
한 주택마당에서 뻗어 나온 감나무는 주황색 감을 온통 달고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