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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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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 11 ㅡ 도라지꽃 피다


BY 초록이 2009-08-17

 

불볕더위가 활활 타는 주말이었다

 

더워도 이런 일 저런 일 볼일 보러 다니고

어제 저녁에야 농장을 가보게 된건데,,,,

원래는 비닐 덮어 정리 해 놓은 밭에다 가을 무씨를  심을 예정이었다

큰아이 친구들이 놀러왔다가 늦게 갔고

서울 모래네 어머니 댁에 만두 해 놓은 거,시험이 코앞에 다가온 고모 줄 수박화채

과일 몇개를 갔다가 놓고  농장에 가니 

땅거미가  어스푸레 내려 앉기 시작하네

 

열어 놓은 차창으로 밀려오는 흙냄새가 좋다

농장길로 들어서니 많은 밭들이 가을 농사지을 준비로

밭을 갈아 뒤집어 놓은 모습들이 눈에 띈다

퇴비를 섞어서 그런가 유난히 검고 기름진 흙이 있고

붉으스레 빨간 흙이 있는데 모두 가을 채비에 부지런히  일궈지고 있는 것이다

남편이 자리 정돈한다고 옮겨심기한 콩대가 처참히도  누렇게 시들어 말랐다

ㅡ 이그, 그러게 그러게 내 이럴줄 알았고라~~~

이식하는게 아닌데,,,,,뿌리를 띳껴 갖고 어떻게 살기를 바라나 ㅉㅉㅉ

오메 아까운거 ;;;

 

ㅡ 옮긴거 다 죽었네,, 하 참

 

잠시 허탈모드

 

그런데 아직 잘 크고 있는 다른 콩잎을 보니 꽃이 피었다

콩대에 바싹 붙었서리 연보라 아주 작은 꽃이 다닥 다닥 귀엽게 피어났어

이제 머지않아 콩깍지가  열리겠네

서리태 콩을 따면 밥에다 둬 먹을까,아님 콩을 튀겨 간식으로 오도독 씹을까

얼마 되지도 않을텐데 궁리는 무성 ㅎㅎ

 

밭 중간쯤 도라지 꽃이 피어 있다

잔뜩 부풀어 오른 흰색 봉오리들 틈에 

보기에도 시원한 파란 도라지꽃의  얼굴이  활짝 폈네 !

후 후 후  보기만 해도 마음이 울렁인다

 

(아이야  반갑다

봄에 씨 뿌려놓고 한달이 지나도록 싹구경을 못해 뭐가 잘못 됐나

물어 보고 또 물어 보며 기다린거 아니?

싹이 나와도 너의 어린 모습이 어떤건질 몰라 잡초뽑을때

같이 뽑을까 또 전전긍긍했었고,,,

어느정도 자리 잡힌  너의 잎들을 보고 다른 밭의 이미 피어난 꽃들을 보면서

너의 개화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서너개의 꽃, 담주에 오면 흰봉오리들도 모두 피어 날테지

아이야 참 반갑다

작은 듯 아담하고 소박한듯 깨끗한 너의 모습이

꾸밈없이 자라난  우물가 처녀아이 같구나)

 

벌써 사위는 어둑어둑하고  물어 대는 모기의 공격에 가렵기 시작이다

맹렬한 폭염에 지쳤을 콩, 고구마 잎 ,도라지에 물을 뿌려 준다

시원히 위에서 부터 샤워를 시킨다

 물에 젖어 반짝이는 생기를 띠는 모습이 좋고

무는 다음주에 배추모종과 같이 심기로 한다

어두워서 일을 못하니

 

오는 길에 원예하우스를  들러 청페페하나와 테이블야자 어린 놈을 샀다

주방에 화장실에 각각 놓을 양으로

초록이들을 싸 안고 집으로 오는 길은 행복하다

나의 옆지기가 다소 무뚝뚝하고 말이 착착 안통한들 어떠랴

지금만큼은 다 포용할수 있다는 기분으로

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