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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가고 3


BY 초록이 2009-02-17

 

울신랑이야기

 

 

 

다음달 3월 4일이면 우리는 결혼 14주년이다

 

아이들 놓고 키우다 보니  세월은 잘도 흘러

중년의 나이에 서 있다

신혼때 우리들 모습을 사진으로 보자니

그때는 참 풋풋하기도 하다

남편은 안경을 쓰고 짧은 머리에 학생같은 모습으로 있고

나도 여전히 커트머리지만 싱싱한 초여름의 풀잎처럼

싱그럽게 보이는데.. ㅎㅎ

아기들 모습은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신기하고 이쁘다

느즈막히  결혼을 한 편인 나는

거의 광적으로 아이들 사진첩 꾸미기에 몰두해서는

많이도 찍고 꾸미고 맘에 안들면 다시 꾸미고ㅋㅋ..

묵직한 두권의 아기 사진첩,나중 아이들 결혼시킬때

혼수로 줘야겠다

 

30대시절.. 내가 아이들 2년 5개월사이로 낳고 젖먹이고

기저귀 빨래하고 정신없는 사이  남편은 잊을만 하면  걱정거리를

새로 더하여 줬다

한창 주식바람불때 혹해서 주식으로 재산 손실 줬고

차때문에 고민,고민하게 하고ㅡ음주운전등

카드로 펑크내서 또 부부싸움하고등등

때문에 결혼생활이 좀더 드라마틱했었다

그것 말고도

남편은 성격이 차분하고 유한편인데도 감정표현이 워낙 적다보니

외롬 많이 타는 나한테서 무수한 불만을 들어야 했다

 

어떤 결점이 있고 남들도 하나씩은 다 갖고 있는 별거 아닌데도

감정의 골이 깊은 상태에서 보면  확대경으로 보여져서는

고칠수 없는 중대한 단점같이 보이는 것처럼

그러한 함정에도 잘도 빠졌던 나이다..

 

요즘에 느림의 미학이니,생태적 삶이니 하는 말들이

성장과 물신주의에 지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하고 있다

돌아보면 남편의 그러한 실수의 와중에 나의 문제도 있겠거니 한다

중요한것과 사소한것의 구분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방향 조정을 도와줬으면

울 신랑도 실수가 적은 30대를 보낼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것..

아무려나 본인의 책임이 가장 크겠지만

더이상 논하고 싶지않을만큼의 평온을 찿은건

그의 성실성이다

 

어찌됐건 오늘도 남편은 찬바람 부는 새벽공기를 가르고

똑같은 직장을 나간다

활달한 사람은 아니어도  성실하고 유순한 울신랑은

누구보다도 가정적이고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지난 실수로 저축도 많지않고 내집도 없지만..

경제적인거는 어느정도 마무리 되어 가고

비록 전세지만 처음으로  방 세칸, 화장실 두개짜리 살고 있으니

크게 아쉬운건 없다

남편이 운동을 지나치게 해서 얼굴이 여윈게 걱정이라면 걱정인데

본인이 태평이니 말려서 될 문제는 아니지ㅎㅎㅎ

 

시어머님의 권유로 다니기 시작한 천주교

남편은 처음부터 마음이 열려 성실히 다니는 편인데

고맙고 감사한 일

 속에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시각까지

열린게 아닌거는 알고 있다

미사 다녀와서도 엉뚱한 소리는 많이 하니까 ㅎㅎ

그래도 다니다 보면 속사람까지

말랑말랑 촉촉히 은혜로와 지겠지 믿어 본다

2004년 같이 영세 받았는데

나도 종교적인 면에서 많은 궁금증과 의문은 갖고

신앙생활하고 있으니까

질문과 나자신의 정진으로 모든게 풀릴리라 본다

 

찿는자 찿게 되고 구하는 자 얻는다고 하였으니까!

 

추우나 고단하나 매인 월급쟁이로

아침마다 자리를 박차고 출근해야 하는  남편이

안스럽고 미안하기만한  요즈음이다

 

다가오는 기념일을 추억에 남도록

다사로이 보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