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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갓집의 추억 2


BY 초록이 2008-12-13

외할머니는 정말 노래에도 나오는 꼬부랑할머니다

허리가 거의 n자로 굽으시고  해소기침이 있어 한번 기침이 터지면

 연실  기침을 하며  힘들어 하시다가는  흰색 가루약-소다가 아닌가 생각-

을 한주먹씩 드시곤 했다

 

딸넷에 아들하나를 두셨는데

그때쯤엔 대학생인 외삼촌과 중학만 간신히 마친 막내이모와

키가 크시고 코가 서양사람처럼 매부리진 외할아버지와 살고 계셨지

 

유리문이 딸린 마루가 있고 넓은 안방

양옆으로 작은 방이 하나씩 나있고 안방과 삼촌방사이로  부엌내려가는 계단돌이

있는데  부엌은 그야말로 시골부엌으로 넓은 편인데 아궁이들이 주욱  있고

한편으로 나뭇단 쌓아 놓는 곳 자그마한 찬장에 밖으로 나가는 문이

이쪽 저쪽으로 2개 나 있다

앞마당엔 물 나오는 펌푸가 있고

 

50m정도 걸어 나오면  뒷간-화장실-이 퇴색한 짚을 이고 오두막히 길옆으로 서있었지

뒷깐 옆에는 도라지밭인데

빗방울을 대롱대롱  달고 함초롬히 웃고 있던

희고 보라색인 도라지꽃들이 즐거이  기억된다

그 청초히 예뻤던 모습땀시 지금도 난 도라지꽃이 젤 좋다

또 비가 많이 온날이면

뒷간 바로 앞에 도랑물이 있는데

평소엔 물이 찔끔거리며 흐르던 곳이

가장자리 풀들을 휩쓸고 넘실넘실 흐르는것이

우리들 구경거리였다

 

한번은 여름방학인데 가보니

참외농사를 벌여 놓으셨다

밤에 참외서리 당할까 지켜야 한단다

번듯한 원두막은 없었고 참외밭 가운데 텐트식으로

간이막을 설치했는데 또래 사촌인 미숙이랑 내가 불침번을 서기로 했다

시간은 지나 씩씩 퍼 자는데 이상한 한기가 느껴진다

등이  젖어가는거...헉 비가 오고있었다

이그머니나 ! 이불을 부랴부랴 안고 챙겨서는 냅다

할머니집으로 뛰었다

다 키운 참외를 포장해 내다 파실때

우리가 그래도 도움을 드렸던 거 같다

밭에서 양동이로 날라다

씻어서 상자에 포장하는걸 모두 함께 끙끙거리며 도왔다

그 노랗고 싱싱하고 잘 익은 참외!

차암 맛있었던거 같다 ^^

 

사촌들이 많이 모일때면  7~8명까진데

할머니가 늘 건건이-반찬- 걱정을 하신 것도 무리는 아니었지 ㅋㅋ

그래도 크게 걱정은 안하신거 같다

까탈스런 손주없고 그냥저냥 가마솥밥에 들콤한 청국장찌개며 나물에 버섯..

음...지금으로선 웰빙식단이었지

오이노각을 여름반찬으로 많이 먹었는데

커다란 양푼에다 노각을 넣고 고추장을 넣고

썩썩 비벼 미숙이랑 동생들과 먹고 또 먹었다 ㅎㅎㅎㅎㅎ

지금도 노각은 우리 새끼들과 잘먹는 반찬이지만

그때처럼 그렇게 무식하게 또 맛나게 먹진 못할 것임

 

 

또 어느해 여름에는 막내이모가  우리들을  몽땅  계곡으로

끌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