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유류분 제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061

미경이(2)- 한계


BY 솔바람소리 2015-08-18

 

안방과 5m남짓 떨어져 있는 옆 건물의 2층엔 다문화 가정이 살고 있다.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르는 외국인 아내와 한국인 남편, 그리고 어림잡아(소리와 살아온 년 수를 감안한 것이다. 그들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눈으로 확인한 바는 없다. 우리 건물 층수보다 낮게 있어서 창가에서 내려다 봤다면 볼 수 있는 높이였고 거리였지만 남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 같아서 의식하며 창가 근처로 시선을 둔 적이 없었다.) 4살과 6살쯤 짐작되는 형제가 살고 있다.

그 집의 아이들은 한번 울음보가 터졌다하면 근성 있게 하루를 꼬박 울어재끼곤 했다. 오늘 아이들의 심기가 불편했던지 아니면 부모의 심기가 불편한건지 아침 일찍부터 작은 아이로 짐작되는 울음보가 터져버리고 말았다. 활짝 열린 창문 안으로 들려오는 목청소리가 꼬박 있을 하루를 짐작케 했다. 불길했다.

역시 2시간 가까이를 아이가 울고 있었다. 울부짖으며 끊임없이 뭔가를 말을 하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진득한 성격으로 짐작되는 엄마의 소리가 그쯤 되면 작게 들리기 시작한다. 30여분쯤 지나면 한계에 다다른 듯 그만 울어!!!!” 큰소리가 들린다. 일취월장 한국어 발음이 나날이 발전중이다. 그래도 꿋꿋이 울기를 포기하지 않는 아이에게 응징을 가하는 소리가 잠시 들린다. 하지만 아이는 더욱 숨이 넘어가게 울어 버린다. 그쯤 되면 엄마는 체념을 한다. 아이는 박차를 가하듯 조금 더 힘을 내어 울어버렸다. 작은 아이의 울음이 어느 사이인가 그친 듯 잠잠 해졌나 싶더니 저녁이 가까워선 큰아이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 울어재꼈다. 더욱 우렁찬 그 소리가 한동안 이어지더니 그 아이의 아빠의 엄포가 시작됐다. 화가 치솟은 아이의 아빠가 쫒아가는 울림이 느껴지고 도망치듯 쫒기며 울어대는 아이의 소리가 또 한참동안 이어졌다. 아이들의 근성으로 짐작하건데 아동보호센터에 신고해야 할 정도로 부모가 폭력적이거나 엄한 것은 아닌 듯싶다. 무차별적인 부모였다면 아이들이 그런 끈기로 결코 울 수는 없을 테니까. 복잡한 머리가 얽히고설키어 도통 정신을 차릴 수 없는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부디, 불쌍한 중생인 저를 더는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소서, 관세음보살...

 

한 달쯤 지켜봤던 미경이(가명) 그것은 지부장과 과장, 실장을 대할 때를 빼고는 누구에게 건 안하무인이었다. 상대의 감정 따위 상관없이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모두 뱉어냈고 동료들은 당연한 듯 감수하며 그것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듯 보였다.

언니, 미경이 언니가 쉴 때마다 실장 방에 들어가서 여기서 벌어지는 모든 것들 고자질 하는 거 모르지? 자는 척 엎드려 있을 때도 자는게 아니고 우리들 하는 말 모두 듣고 있다가 그대로 말 전하는 거야. 얄미워 죽겠어.”

미경이 저거 정말 밉상이야. 제랑 실장 때문에 다니기 싫어죽겠어.”

그거 알아? 여기서 우리가 힘겹게 접수를 해도 실장이 내키는 대로 2차 연결하는 거? 분명히 가능한 고객이었는데 접수만 시키면 부재 건으로 넘어오잖아. 내가 다시 연락해보면 고객은 2차 전화 받은 적 없다는 거야. 미경이 저거 일 못해도 접수하면 실적 올라오는거 봐봐...정당치 못해.”

그동안 어떻게들 참았던 건지 미경이 앞에선 아무 소리도 못하던 사람들이 쉬는 시간만 되면 틈틈이 내 자리로 와서 숙덕거리곤 했다. 그들의 고자질에 그렇군, 그래? ...등등 절적한 타이밍에 추임새를 넣어주며 수긍하고 들어주는 것 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오만방자한 미경이와 점점 나를 인정하며 신경써주는 지부장의 태도에 들어 내놓고 경계하던 실장의 행실머리가 나 역시 여러모로 걸리던 차지만 그들에게 내색하며 맞장구를 치진 않았다. 3달쯤 되던 때였을까? 미경이가 진급하여 관리자 사무실인 실장 곁으로 들어갔다. 동료들은 여전히 뒤에서만 인정할 수 없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실장과 미경이는 꿍짝이 맞아서 지들끼리 숙덕거렸고 도시락도 지들만 따로 먹었다. 언제부턴가 실장까지 가세한 내게 향한 적대감까지 더해져서 졸지에 21의 유치한 신경전이 벌어지던 나날을 보내기도 하던 차였다. 1차 접수 상담원 없이는 회사가 운영될 수 없는 기정사실을 망각한 듯 1차 상담원의 입사와 퇴사가 빈번히 바뀌는 것에 개의치 않는 회사 분위기에 실망스럽기 시작했다. 내가 입사한 회사와 함께 나도 성장 한다는 사고로 업무에 충실했던 지난 시간이 하찮게 여겨지는 것 같은 생각이 더해지니 속에서 용암이 끓어오르듯 뜨거운 것이 올라오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의 업무를 마감하는 530분이면 1초의 오차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회사 문을 나서던 내가 지부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면접 봤을 때 외엔 들어 선 적 없던 그곳은 골초라는 자부심으로 사는 건지 자욱한 담배 연기와 함께 숨을 쉬기 벅찰 냄새가 코를 찔렀다. 손사래를 쳐가며 지부장이 연기를 흩어지게 하려 애를 쓸수록 냄새는 더욱 독하게 내 코를 공략했다.

무슨...일로...?”
제일 먼저 출퇴근을 하던 직원이 갑작스레 자신을 찾은 것이 의아한지 크지 않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지부장이 물었다. 184cm는 족히 보이는 훌쩍 큰 키와 다부진 덩치와 맞지 않게 꼼꼼할 정도로 1차 직원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을 때면 그 시간이 족히 1시간을 넘을 정도로 말이 많았다.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 업무시간은 짧고 휴식시간은 충분하며 자신이 손수 채워놓는 과일들과 음료, 당을 보충 할 수 있는 과자 간식들과 실력만 있다면 인센티브는 높은 편이고 프로모션 또한 빵빵하다는 자부심으로 굳건한 그는 우리들에게 업무 시간만큼은 집중에 집중하기를 거듭 강조했더랬다. 군말 없이 그 말에 따라주던 나의 갑작스런 방문이 무척이나 궁금했나보다.

이곳은 1차는 필요 없이 관리부만 중요하게 여기는가 봅니다. 1차와 2차 업무가 나눠지고 공간까지 나눠졌다지만 점점 소통까지 철두철미하게 단절 되어간다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내가 열심히 접수한 건의 상황이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하기도 어렵고 노력한 만큼 관리자들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믿음이 가지 않을 만큼 결과가 좋지도 않구요!”

3개월을 지켜봤던 것을 토대로 쌓여있던 말문이 냉정하게 쏟아져 나왔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지부장이 겨우 입을 뗐다.

관리부에서 관리하니까 접수를 많이 하라더니 그 말이 어느 순간 접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실적이 중요하다며, 하나를 접수하더라도 가능성 있는 것을 접수하라고 말을 바꾸셨지요. 나름들 기본급 받자고 출근하는 사람 없습니다. 우리들도 접수가 아닌 실적이 중요하기에 한사람을 상대로 예약시간 맞춰서 여러 차례 연락하고 겨우겨우 어렵게 접수를 해놓으면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고객이 변심 했다며 넘어오기 일쑤에요. 고객에게 재 연락해서 확인해보면 관리부에서 틀어버리려고 작심한 듯 엉뚱한 얘기들을 해놓는 통에 괜한 고생만 한 꼴이구요! 이런 흐름의 분위기가 회사를 키울 수 있을까요? 지부장님은 관리부 너무 믿고 1차만 쪼고 있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관리부서로 들어가서 뭣 좀 물어보려고 하면 업무에 방해된다고 눈칫밥주고, 1차들 통화하건 말건 상관없이 불쑥불쑥 곁에 와서 집중도 떨어트리고, 감정 건들고! 이럴 바에 뭐하러 1차 수용합니까! 관리부에서 모두 하면 될 것을!”

2시간 넘도록 면담이 이뤄졌던 것 같다. 그 달까지 채우고 그만두겠다며 인원충당 하라는 말을 하는 나에게 지부장이 오해를 하고 있다며 설득을 하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말았다. 자신과 내가 동갑이라며 나를 만난 것이 행운으로 여겨질 만큼 열심히 해줘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단다. 결국 뭔가 개선을 해보겠다는 다짐을 받고 밖으로 나왔을 때는 모두가 퇴근한, 어둠이 내려앉은 무렵이었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 핸드폰을 확인하니 여러 통의 동료들 부재전화와 카톡이 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