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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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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BY 솔바람소리 2015-08-11

철컥...삐삐삐삐...띠리리리...

저녁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아영이가 도서실에서 돌아와 씻고 있을 무렵이었다.

10여분이나 지났을까? 밖에서 누군가 자동키의 번호를 눌렀고 이내 오류소리가 들렸다.

아들이겠거니 했다. 간간히 있는 일이었기에 곧 다시 제대로 누르고 들어오겠거니, 하며

침대 가에 앉아서 그대로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었다.

엄마! 무슨 소리 들렸죠?”

씻고 있던 딸이 몇 초 지나지 않아서 목청 높인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 자동키 누르는 소리 들렸는데, 오빠 아냐?! 누구세요?!!!”

곧 집 안으로 들어오리라 생각했던 아들의 인기척이 없었다. 뒤늦게 오싹한 생각이 들어서

밖에 대고 얘기 했는데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비상근무가 많아서 숙소에서 지내는 날이 비일비재한 아들이 예고 없이 불쑥 들어오던 날이 많아서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던 차였다.

그런데, 며칠 전 낮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도어락 올리는 소리가 나더니 번호 하나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내 곁에 누워있던 해피가 문 앞으로 달려가더니 몇 번 짖어댔다. 그때도 나는 아들인가 싶어서 유난 떠는 해피를 지적하며 조용히 하라고 소리쳤었다. 그날도 아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았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직접 들은 것만 두 번째였고 그 언젠가 딸이 했던 말도 새삼스레 떠올랐다.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오려고 했던 소리를 들었었다고. 오빠나 엄마라고 짐작했는데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었다고. 그런 날이 있던 날에 집안에 괴한이 들어오는 꿈을 꿨다고 자다가 말고 좁은 나의 싱글침대로 비집고 누울만큼 공포를 느꼈던 딸이 유별나다고 생각했던 나였었다. 아차, 싶었다.

씻고 나온 딸에게 보조걸쇠를 걸어놓으라고 했더니 그런거 아무 소용없다고 투덜대며 현관쪽으로 갔던 딸이 소스라치게 놀란 듯 짧은 비명소리를 내더니 내 곁 침대 위로 뛰어 올라와서는 부들부들 떨었다.

엄마...!!! 문이, 문이...열려있었어요...무서워요...”

진짜?! 분명히 잘못 눌러서 오류소리가 났는데 어떻게 문이 열렸다는 거야?! 잘못 본 거 아니야?!”

엄마...내가 문 닫는 소리 못 들었어요? 걸쇠가 안 걸려서 봤더니 조금 열려있었다구요!!!”

딸의 말에 등줄기로 퍼지는 한기와 함께 쏴한 공포가 느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고 넘겼다. 부디 2~3분 전의 일이 아들의 장난이길 바라며 나는 다시 곧바로 재다이얼을 눌렀다. 십여 초 이상의 시간이 흘렀을까.

여보세요? 엄마, 저 아직 일이 덜 끝났는데 무슨 급한 일 있으세요?”

받기 어려운 전화를 받고 있다는 티를 여지없이 들어내며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입 밖으로 공포와 긴장이 깃든 두서없는 소리만 튀어나왔다. 아들이 침착하게 다시 말하라고 했다. 다시 말하는 내 입은 여전히 자동키를 인터폰이라고 떠들어대며 횡설수설, 진정되지 않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아들이 짜증을 억누르듯한 말투로 다시 한 번 차분하게 말해보란다. 옆에서 딸의 겁에 질린 목소리까지 보태져서 말하는 나도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동생과 엄마의 공포 앞에서 아들이 꼿꼿하고 너무도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분명히 뭔가 착오가 있는 거에요. 잘못 눌렀는데 문이 열렸다는게 말이 되요? 내일 배터리 교체하세요. 배터리 다 돼도 그럴 수가 있어요. 저 아직 일이 안 끝났거든요...

나는 무심한 아들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끊음 버튼을 눌러버렸다.

나쁜 놈, 어쩌면 저리도 덤덤히 남의 집 얘기하듯 차분하게 했던 말을 또 시키고 또 시켜! 차마 입 밖으로 뱉어내지 못한 소리를 삼켰다.

12시가 가깝도록 여전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누가, 왜 빈집이 아닌줄 알면서도 그런 겁 없는 행동을 했을까...고정버튼을 누르고 보조 걸림쇠를 걸어놨지만 모든 신경이 문에 고정되어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쯤 지나고 났을까. 다시 누군가 현관문 자동키 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잤으면 싶었던 딸이 자지러지는 소리로 엄마를 부르며 안방으로 튀어들어 왔다.

엄마, 저에요.”

고정버튼을 눌러놓은 문가에서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착하자마자 이것저것 눌러보던 아들이 배터리 문제는 아니란다. 바뀔 비밀번호에 대해서 얘기하더니 번호수정도 했다. 앞으로 버튼을 누르지 말고 보조키로 열 것을 당부한 아들이 꼼꼼히 자동키의 번호들에 묻어있을 지문들을 닦아냈다. 아직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할 단계는 아니라며 좀 전에 일어났던 시간을 꼼꼼히 체크해 놓으라고도 당부했다. 그리고 범인인 누군가에 대한 추측 속에 제 아빠를 거론했다. 술 취한 제 아빠가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그랬을 수도 있다고...급하게 집으로 오는 택시 안에서 아빠에게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넘기더니 그 다음부터 전화기가 꺼져있는 것이 이상하단다. 그런 적은 없었단다. 술에 취했던 맨 정신이던 전화는 잠깐이라도 받던 제 아빠였다나...

남의 일처럼 덤덤하게 통화했던 것이 맞을까, 싶을 만큼 아들은 여러 가지 변수에 대해서 제시하며 주의할 것들을 얘기하고 난 뒤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을 해야 한다며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 문밖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