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좋아하는 것에 이유가 없어요.
믿음 밖에는.
처음에 좋아하게 된 이유 한가지로 마냥
좋은 콩깍지가 쓰인 거니까.
그 사람이
말하는 것이 모두 옳은 듯합니다.
행동하는 것이 남달라 보이기도 하구요.
참 괜찮은 사람으로 뵙니다.
때론 실망스런 부분이 보여도 그 사람이라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며 곧 추스를수도
있어요. 오히려 잠시 소견머리 적게 옹졸했던
내 자신을 탓하게 되지요.
그가 완벽한 사람이 아닌 것을 압니다.
오점이 많은 사람이란 것도 압니다.
하지만 내 쪽에서 이해를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단지, 그를 좋아한다는 이유 한가지로 말이지요.
밑거름엔 언제나 믿음이 잠재되어 있어요.
하지만...믿음이 깨지게 될 동기가 발생합니다.
뜻한바가 없었는데 갑자기 그 사람의 이중됨을
알게 될 때가 있어요. 누군가 내게 그의 허물을
계속해서 낱낱이 고합니다.
몰랐던 부분들을 알게 되지요. 그 사람의 기만함을
일깨워 준 누군가의 말에 귀가 열리고 맙니다.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알고 말았습니다.
내 눈엔 벌써 콩깍지대신 색안경이 올려졌지요.
믿고 들었던 말들이 가증스럽습니다.
속이 뒤틀려 울렁일 정도가 됩니다.
당연히... 멀리하게 됩니다.
내색을 하지 않으려 해도 그 사람을 대할 때
쌀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론 상투적인
대꾸를 하기도 합니다.
그 사람의 됨됨이를 모르고 따르는 주변 사람들까지
어리석게 보입니다. 내가 전해들은 얘기를 낱낱이
고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도 합니다.
웃기는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사람의 변덕을 잘 알지요. 때론 내게서도
느껴지는 부분인걸요.
내게 그 사람의 가증성에 대하여 귀띔으로
귀를 열어준 사람이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며
내게 콩깍지를 씌워준 사람과 잘 지내기로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동안 했던 말은 어쩌고 내 뒤통수를 쳐댈
상황을 보이고 마네요.
귀를 열어준 사람에게 혹해서 했던 말들이
생각납니다. 졸지에 중립의 자리에서 자신의
초점에 맞추고 타당성을 정의하며 인간 관리한
그 사람은 손해 볼 것이 없습니다.
정리했던 마음을 되돌리기 힘겨운 성격의 나도,
아쉬울 것이 없지만... 헛헛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천성으로 양다리를 거부하는 성격으로
한쪽을 알아서 정리하던 나만 바보가 되어 있을
때가 종종 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어요.
미련을 갖지는 않습니다. 미련을 가져봐야 소용
없고 내 어리석음을 인정한 꼴이 될까봐 미련조차
떨쳐버리려고 합니다. 어쨌든 내가 들은 것이
모두 100% 거짓은 아닐 거란 생각에,
들고만 실망은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열등감을 갖고 싶지 않습니다.
그 역시 내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들어내는
꼴이 될터이니. 굳이 적을 만들고 싶지도
않습니다. 지쳤기에 더 이상 짐 보따리를
만들어서 들고 있을 힘이 없어요.
지금 이 순간, 바라는 것이 있다면,
차라리 날 그냥 내버려 둬줬으면...
자극하는 이가 없었으면...하는 바램.
사람이 무섭습니다.
한그루의 야생화를 대하며 아름다운 표현하나
찾지 못하는 삭막한 이 인간이, 척박한
상태로 건조되어가는 요즘이 얼마나 힘겨운데요.
좋아하는 사람들을 많이많이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증오하는 사람들 대신에.
그들에게도 모두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귀를 열고 들어보면 이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두려워진 것을
어쩔 수는 없습니다.
그냥, 차라리 뒤통수를 내놓고 살겠습니다.
하도 맞은 뒤통수, 감추려고 애를 써봐도
날아드는 폭력을 피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어쩌겠어요, 포기하고 내놀 수 밖에...
맞은 곳을 계속 맞다보면 굳을 살이 생길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