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등교한 딸이 얼마 지나지 않아 울면서 전화를 했다.
“엄마... 선생님께 편지 전해드렸는데... 나를 안아주시면서
우셨어요...“
담임선생님 몰래 교실의 전화를 사용하는지 잔뜩 소리를 줄이고
말을 하는 것이 듣기에도 가여울 정도였다.
“그래... 그래서 가슴 아팠구나... 선생님 많이 우셔?”
“뚜우우.....”
내 질문에 대답도 못하고 끊어버린 딸...선생님이 오셨나보다.
배고프다며 새벽 6시 반쯤 아침을 먹고 또 잠이 들었던 남편이
“무슨 일이야, 선생님이 왜 울어?” 부스스 뜬 눈으로 곁에서 내게 물었다.
요즘 지난 우리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글을 올리고 있는 중이라
당시에 우리들의 문제점은 오직 하나 <동성동본>의 벽만 뛰어 넘으면
그런대로 견딜 수 있을 것도 같던 때가 있었기에 그 부분을 상기하며
내가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지난 그 부분을 다시 키워내려고 애쓰는 중이다.
쉽지 않다...
백만원씩 겨우 주던 생활비조차 끊긴지 두어 달이 되어간다.
그럼에도 간간히 술은 쳐드시고 온다. 그래도 함구하고 있다.
“응, 해임당한 선생님이 계시는데 혼자 교문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고 해서
힘내라는 말을 담아서 편지 좀 써서 보냈거든...“
섞고 싶지 않은 말을 뱉어냈더니 남편이 미간 사이에 내 천(川)자를 그리며
한다는 말이,
“쓸데없는 짓거리하고 있어! 힘든 신랑한테도 그런 말 안하면서
왜 그딴 짓거리해?!“ 란다.
힘든 신랑...
왜? 카드 2개로 박박 긁고 다니다가 못 갚아서 힘드냐?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고 니 혼자 술 배를 채우고 다녔으면서?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지만... 밀려드는 짜증을 꽉꽉 눌러 담고 거실로
나왔다.
차분했던 마음이었다. 차분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었는데
딸에게 전화가 오고 남편과 말을 섞고 또 다른 전화 몇 통화를 하고나니
진이 빠졌다.
결국 해임 통보를 받은 선생님이 오늘 떠나갔단다.
졸업이 멀지 않은 제자들을 남겨두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교문 밖을
나섰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다행이다...
어제 자꾸만 개인적인 편지 한 장 건네고 싶어서 전해주고 싶던 말 몇 자
적어 보냈는데...
나를 만나고 싶다던 선생님과 시간이 맞지 않아서 약속 날짜를 잡지 못했었다.
누군가를 통해 감사의 뜻을 전해오길래 나 역시 힘내시란 말 좀 전해달라고
했다.
일제고사...
그 찬반이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하루아침에
내몰 수가 있는 걸까...
성추행했다던 교사는 숨겨주기에 급급하던 인간들이,
아이들이 안타깝고 안쓰러워 안아줬다는 이유로, 보듬었다는 사실로
해임 통보를 내렸다니...
여긴 더 이상 사고를 존중받는 민주주의 국가는 아닌 듯하다.
참 더러운 세상이다.
내 생각이 맞고 네 생각은 틀려! 그만 둬!
참 깔끔한 세상이다.
무 자르듯 댕강...
설득이 없고 경고도 없이 댕강...댕강...댕강...
이제 27살의 꽃다운 나이에...
험한 세상 만나서 시련 속에 떨어진 가엾은 선생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하리다.
탄원서...콜...
교육청에 제보하듯 며칠에 한 번 꼴로 글 올리고 있는 것도 콜...
내 이 짓이 아무짝에도 도움 안돼는 쓰잘떼기 없는 짓거리라고 하더라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만 알아둬요. 내 맘을 실어 줄게요...
머리가 다시 깜깜하다...
전구를 빨랑 갈고 싶다.
깜빡이는 뇌를...
뿌연 머리를
어두운 사고를...
갈아치우고 싶다.
난 왜 살고 있을까...
하루에도 열두 번 교장실로 쫓아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를 잡은 것은 딸래미의 남은 학교생활...
내겐 점점 나를 약하게 만드는 인질들을 걸고 주변에서 위협을 가해오는 것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만 같다... 젠장할... 니미럴...
비가 온다...
선생님의 눈물같다...
내 눈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