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야근하고 아는 사람들이 술 먹는다고 해서.. 갔다.
술이라서 그런가..술술..잘 넘어간다.
안주보단..술이 더 고팠나보다.
한동안 바쁜척..하느라 술 제대로 못 마셨나..
열심히 마시다보니..
정신을 못 차리게 되었다.
괜히..명함도 돌리고..술잔도 돌리고.
시간은.. 11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수컷에게 전화해서..아이 챙겨라..하고.. 또..마신다.
12시를 향해 시간이 날아갈때..집에 갔다.
수컷은 아이에게 동화책을 침대에서 읽어주고 있다.
아이는..날 보자.. 쏜살같이 튀어온다.
아침에.
출근하는 날..붙잡고 서럽게 울었었다.
온 몸에서 나는 술냄새..담배냄새
"엄마한테 오지마~!! 아들..아빠랑.. 자요.. 엄마 씻어야해요"
아이가..멈칫..하고 수컷은..서둘러 아이를 방으로 안고 들어간다.
아이가 우는 소리와.. 수컷의 달래는 소리..
그리고... 조용해진다.
옷을 대충..벗어서 던져놓고.. 추리닝을 입는다.
냉장고에 시원한 것을 찾아서 열었더니..아뿔사
아기가 먹을 우유가 없다.
젠쟝이다.
가방에서 지갑을 들고 편의점으로 튀었다.
우유와..아이가 좋아하는 음료수..그리고.. 또.. 맥주를 샀다.
냉장고를 채워놓고..
혼자 텔레비젼을 켜놓고.. 흥얼거리며..술을 마셨다.
수컷이 기어나온다.
내 얼굴을..보더니.. 뭐라 하려다가.. 다시 컴퓨터 방으로 기어들어간다.
"야.. 너.. 핸드폰..정리 좀 잘해"
"무슨..소리야?"
"니 애인 정보 좀 정리해라..짱난다"
결혼전부터 존대말을 해줬었다.
나한테 늘 반말을 틱틱 해대지만..
내가 대접해주면.. 다른 사람도 수컷을 대접해 줄터이고..
수컷도 날.. 대접해주겠지..하는 기대감에
그 기대감이 깨진.. 몇개월전부터..나도 반말을 한다.
수컷의 핸드폰을 휙..빼앗아..확인을 시켜준다.
아무말..없이.. 그걸 보더니.. 나즈막히 한숨을 쉰다.
"들어가서 자.. 짜증난다"
수컷은.. 아무말..없이.. 다시 컴퓨터 방으로 들어간다.
시위하듯.. 컴퓨터 방에 대자로 뻗어..
발로..의자를 툭툭 찬다
"야이..인간 쓰레기야.. 인간 말종아.."
"너..술먹고 이러지 마라..맨정신으로 해라"
"싫다.. 넌 결혼하고 항상 이랬쟎아..나도 좀 해보고 살자"
"자꾸..이러면..집 나간다?"
"나가라..너 꼴보기 싫다..너 나가도 안 붙잡는다..ㅋㅋ"
수컷은.. 아이의 으앙..소리가 나자.. 급하게 뛰어간다.
아마.
내가 아이를 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여서..맘이 급해지나 보다.
이런..저런..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듣다가
나만..왜 이렇게 병신처럼 당하고 살아야 하나.. 그런 바보 생각이 들었나보다.
아니.
술을 먹자.. 푹푹.. 밟아놓은 먼지들이..
푸슝..하고 튀어올라오나보다.
다시 컴퓨터 의자에 앉은 수컷을 발로 툭툭.. 차고 욕지거리를 뱉어내다..잠이 들었나보다.
새벽녁.. 목이 타서 일어나니..
이불이 덮여져 있고 베개가 있다.
예전
수컷이 술 쳐먹고 아무대나 누워서 시위하면..내가 그랬듯이
보일러도 세게 틀어놨다
뜨끈..하니..기름 절라 많이 들겠다.
냉큼 일어나..보일러를 줄이고
다시 누웠다.
시원한..물 한잔 마시고 다시 누웠다.
수컷이 나온다.
들어와서 자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술냄새 나서 들어가기 싫다고 거짓말 한다.
솔직히
같은 공간에 있다가는.. 내가
그 인간을..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아침
일어났는데도..시체다
밥도 하기 싫고..다 귀찮다.
그냥.. 아이만 한번 안아주고
출근해버렸다.
수컷은.. 머쓱한..얼굴로..
속은 괜찮냐고 묻는다.
대답도 안 하고 나와버렸다.
밥통에 밥 없는데..
반찬도..없는데..
국도 없는데
뭐..늘 하던데로 사먹던가 라면을 먹든가 하겠지
아이를
뭔가 먹이지 못 한것만 맘에 걸린다.
그리고.. 내 속이 아픈게..맘에 걸린다.
그리고
괜히..내가 더 불쌍하게 느껴진다.
점심엔.. 해장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