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해도 난 우울모드가 안 어울려.
늘상 씩씩해야했고 늘상 건강해야만 했으니
우울모드는 어색해.
그런데 난 요즘 좀 우울하려고 해.
속 시원하게 터 놓고 이야기 할 거리도 못되고
혼자서 속앓이를 하자니 너무 싫어.
안 어울리는 남의 옷을 빌려 입은 사람처럼
어색하고 불편하고 찜찜하기만 해.
얼굴색도 칙칙하고
발걸음도 무겁고
새 메뉴로 밥상 차리기도 귀찮아져.
그냥 시원하게 잘 익은 열무김치에 밥 말아 먹고 싶고
누룽지 찬물에 긁어서 풋고추 된장 찍어 먹고 싶고
이도저도 아니면 한끼 정도 건너뛰고 싶은데....
내게 딸린 가족이 너무 많아.
정확하게는 식구가 너무 많아.
밥먹는 식구.
아무리 피곤해도 아무리 밥하기 싫어도 난 오뚝이.
늘 웃는 얼굴로 반가워요~~안녕히 주무셨어요?
좋은 아침~~맛있게 드세요~`ㅎㅎㅎㅎ
급방긋방긋...화사사......................
땀으로 샤워하기 바쁜 요즘
안 먹고 안 씻고 널부러져 한 사나흘은 퍼지고 싶은데
둥근해가 떴습니다~~~자리에서 일어나서................
날마다 둥근 해가 날 일으켜 세우고
휴대폰 알람이 일어나세요~일어나세요 아침입니다.
두번세번 반복에 또 반복...크.....
누가 몰라? 모르냐구?
아침인거 너보다 내가 먼저 알거든?
꽊 그냥....................
여름 후유증인가?
한 여름 가마솥과의 한판 겨루기에서 "승"을 획득한 난데
이까이꺼 늦여름쯤이야....
우울모드가 아니라 귀차니즘모든가 보다.
얼른 가을이 와야겠다.
훌~훌~
다 털어버리고 들로 산으로 떠나면 되는....
여름을 이긴 자만이 누리는 가을 여행을 떠나는 거다.
또 다른 행복모드를 찾아.
조금만 참자.
한고비 꺽였으니 나머지도 곧 다 쓰러지겠지.
가자~~
행복모드를 찾아~
가자~~
밥 안해도 되는 나라로.
가자~~
집에서 최대한 먼 곳으로.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