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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 닮은 그대 눈매


BY 들꽃 2008-08-21

지적인 이미지가 물씬 풍기나 타협점 모르는 꼿꼿함 뒤, 왠지모를  처연함에 눈길 거두기 어려운  옥색의 자태.

가락지, 비녀, 한복 조차 옥색을 즐겼던 탓일까?

그녀의 눈매는 한점 티끌도 용서치 않을 쪽빛을 닮아 있었다.

우리네 어머니들의 삶이 그러했듯이 노을빛은 미처 예상치 못한 어둠으로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엉치뼈 골다공증 진단을 받고 1년의 시간을 앉은뱅이 생활에 접하면서, 그녀 삶의 전부였던 승승장구 하던 아들 다섯은 그러나 그녀 곁애 존재 하지 않았다

존재감 없는 아들, 며느리는 당연히 아들의 아내일 뿐 이었다

병든 어머니 홀로 계시게 하는건 있을 수 없는 일 이라며 성공한 아들들 집으로 몰아 넣은건 내 탓 이었다

금쪽 같은 아들들 집에서 하룻밤씩 자고 대판으로 아들 내외 싸우는 험한꼴 보며 쫓겨 막내 아들집까지 당도 할 즈음, 엄마는 어떤 말도 표정도 모두 닫고 말았다

 

엄마도 할머니 병수발 7년을 들었고 나도 시어른들 대소변을 콩떡 팥떡 주무르듯 10년을 받아 냈지만 유세 한마디 뱉어 내지 않았다

입고 있던 옷가지 벗었을 뿐인데 올케는 진저리 치며 집게 손가락으로 옷들을 마지못해 집어 드는 모습 보며, 엄마 목욕과 삶는 빨래는 내가 자처했다

 

알갱이 쪽쪽 다 빨리고 눈길 한번 주는일 없이, 이젠 귀찮기만한 다슬기 빈 몸뚱이 같은 신세가 되어버린 엄마의 몸 이지만  습기 한점에도 녹아 없어지는  각설탕 처럼 작고 애잔하게 느껴졌다. 나에게는...

 

차라리 보지 않았으면 지금까지 가슴에 생혈 철철 흘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을까?

내 당번날이 아닌 휴일 아침 이른시간....

막 외출 하려던 올케가 반가움에 호들갑 떨며 모녀간에 저녁까지 먹고 가라고 선심 쓰듯 몇마디 흘리고 휑하니 떠난 뒤...

 

넓은 식당 방 귀퉁이에 바닥에 신문지 깔고 언제 삶았는지 가늠할 수 없는 퉁퉁 불은 국수가 물기 한점 없이 넓은 도자기 그릇에 하나 가득 담겨 있었고, 때맞춰 손에 풍이 온 엄마가, 그래도 살아야 하기에 떨려 오는 손에 의지 하여 미끄러운 국수 퍼 올리느라 용을 쓰고 있었다

신문지 여기저기엔 튕겨져 나온 국수 가락들이 뱀 허물처럼 볼상 사납게 널부러져 있었다

물 한잔도 성의 없이 주는법 없이 키워준 엄마가 개밥 그릇 보다 못한 음식을 제공 받고 있었다

 

"하도 음식을 흘려서 내가 이렇게 해 달라고 했고 잘 넘어가게 국수 달라했다. 휴일엔 니 집 일도 많을텐데....왜 왔노?"

내가  눈물을 흘려선 안되었고 엄마가 울어서도 안되었다

꾹. 꾹. 꾹. 꾹. 곧 터질것 같은 울음... 우리는 참고 참고 또 참아내야했다 

 

창 틀  짚고 일어서 하늘빛 한번 보고 싶다던 엄마는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사육 되어졌다

우리집으로 모시고 가겠다고 했더니 "출가 외인이 까불지 마라.  한번만 더 그딴 소리 지껄이려면 여기 오지도 마라" 했다

잘난 아들 못난 딸의 현주소였다

 

막내 오빠 딸들이 종신 수녀원에 들어갔다

집은 졸지에 성역화 되어 가전제품은 한가지도 남김 없이 치워졌고 부부는 기도에 매진 하느라 몇날 몇일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아졌다

 

팔힘에 의지해 마지막 자존심, 대소변 가리는 일외에 엄마는 스위치 하나 켤 수도 없었다

일어설 수 없는것 빼고는 모든 기능이 정상이었던 엄마....

큰 아가리 벌리고 속수무책으로 다가 왔을 밤 시간, 무서움과 난감함이 얼마나 많은 생각을 자아내게 했을까?

 

퇴근 후, 우유 투입구에 입 대고 검은 장막에 가려진 엄마를 얼마나 불렀는지...

내가 딸임이 주체 할 수 없는 서러움으로 다가 오던 나날들...

모 신문에선 요즘 보기 드문 모범 가정이라 대서특필 되고. 세상살인 아이러니 그 자체였다

 

평생 약 한알 입에 안대던 엄마도 마지막 즈음엔 수면제에 의존했다

외로움에, 서러움에, 괘씸함에...견딜 수 없었음이 선택한 막다른 수단 이었다

그 선택도 오래지 않아 아들집에 사육된지 딱 1년 되던날, 나에게만 "고마웠다" 인사 한마디 남긴 채 천덕꾸러기 같았던 누더기 육신 우리곁에 벗어 두고 떠났다

 

당신 생애 중 가장 낮고 천한 모습 보이며 일년 이란 시간을 기다리면서 얼마나 많은 멧세지를 전달 하고자 함 이었을까?

결국엔 아무도 믿지 말고 홀로서기 해야함을 온 몸으로 보여 주심은 아니었을까? 

 

사실은 나도 비겁자라 세월이 흐를수록 고개를 들 수 없음이다.

내 의식의 밑바닥엔 '출가외인' 이며 시댁 어른께 할 도리 다했으니 내 책임은 아니라는 더러운 자기 합리화가 팽배해 있었음을 부인할길 없다

 

내 엄마로만 의식했고,  같은 여자로서의 씁쓸한 삶, 다독여 주지 못하고 나는 그 시간 세상의 어느 곳에서 한 눈 을 팔고 있었을까?

 

세상의 딸들은 모두 그렇게 살아 내는거라고 애써 변명해 보지만....

암마....어느 자식도 절대 용서 하지 마세요....

 

하룻밤 자고 나면 훌쩍 높아지는 하늘 어드메쯤, 유난히 맑은 쪽빛 고인곳에  내 눈길 따라가면  당신, 내 어머니였던 당신의 실루엣을 먼 발치에서나마  느낄 수 있게 해 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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