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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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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한 장면처럼


BY 김동우 2008-08-25

 

영화속의 한 장면처럼/김동우

 

휴일에 결혼식이 있어 홀가분한 마음으로 외출을 하였다

아직 해운대는 여름의 마지막을 즐기려는 듯

피서 인파가 간간히 보인다

혼잡한 도로를 빠져나와 호텔 결혼식장에 도착하여

축의금 접수하고 받은 식권으로 호텔내에 있는 뷔폐 식당에 들어갔다

 

휴일이라서 그런지 예식 손님이 무척이나 많았다

접시에 음식을 담고서 자리를 잡으려고 하는데

웨이터가 일행이 몇 사람이냐고 묻길래 혼자라고 하였더니

구석진 자리를 안내를 한다.

 

4인용 식탁에 혼자서 자리를 차지하면 낮선 사람이

합석을 하는 것이 불편 할 것이라는 웨이터의 배려에

구석진 자리도 무슨 상관이 있으랴 아무 자리에 앉으면 될 것을

그곳은 식당의 모서리 부분에 한쪽 면은

벽을 바라보도록 식탁을 배치한 곳이었다

 

음식을 절반 정도 먹고 있는데 바로 옆에 또 한 사람의

중년 여인이 접시를 들고 앉았다

그 분도 혼자 온 것 같았다.

나이는 육십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여인인데 무척 세련된 모습에

얼굴도 미인이다.

 

나이가 들어 눈가에 주름과 흰 머리카락이 희끗거리는 모습이지만

아직도 예전의 아름다운 미모가 남아 있는 듯 하다.

나이가 들어도 단아한 모습에

아름답다는 인상이 강하게 다가온다

 

음식을 먹는 도중에 그 여인은 식탁의 콜라 한병을 따더니

나를 보고 콜라 한잔 하겠느냐고 묻는다.

콜라를 그리 즐겨 마시지는 않지만

선듯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한 잔을 받았다

 

낮선 사람끼리 이지만 식사를 하면서 서로를 모른채 하면서

먹는다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는지

자연스럽게 그 여인이랑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식사를 하였다

먼저 그 여인이 결혼에 관하여 말문을 열었고

아들 둘이 있는데 이미 결혼을 하여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자식들이 좋아하는 사람을 데리고 오는데 부모들은 반대 한번

안 하고 결혼을 시켰는데 지금 잘 살고 있다고 하면서

며느리 자랑도 하고 아들 자랑도 한다.

이젠 남편이랑 단 둘이 말년을 행복하게 보내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보였다.

 

이런저런 가족이야기를 늘어 놓다가

처음 본 사람에게 주책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네요...

미안해 한다...

뭐~ 괜찮습니다...ㅎㅎㅎ

그리고 대화는 불교 이야기로 이어졌다...

범어사에 오랫동안 다니고 있는데

시집 살이 힘들 때 마다

도량에서 마음을 추수리고 정진을 하였다고 한다

 

나를 낮추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니

서운한 것들도 미운 마음도 다 사라져 버렸다고 하였다

자신을 낮추니까 세상이 모두 여여롭게 보여졌고

마음이 그리도 평온하더라고 한다

 

그 여인이 시집살이 할 때만 하여도 모진 시어머니 밑에서

힘이 들었던 시절이었으리라 상상이 되었다

그래도 그런 시절을 견디고 살아온 그 여인의 얼굴에는

관세음보살과 같은 넉넉하고 온화한 모습이다

 

불명이 무엇인지

사는 곳이 어디인지 묻지도 않했고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도 하지 않했다

단지 범어사 도량에 다닌다는 것만 들었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인연처럼

혼탁한 마음을 가진 나에게 참된 가르침을 주려고 찾아온

보살이라고 생각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당신을 통하여 반야를 배웠노라... 

나보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는 그 여인을 향해

마음속으로 합장을 하였다.

 

나는 영화 배우는 아니지만

로마의 휴일에서 마지막 기자 회견장에 아무 말 없이

공주를 쳐다보는 그 남자가 된 듯한 착각을 하였다.

아...

휴일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