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물도 등대/김동우
35여 년전... 여객선이 대매물도 섬을 돌아서자 펼쳐지는 소매물도 등대의 모습에 내 몸은 그 자리에서 얼어 붙은 듯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한 폭의 그림도 이 처럼 아름답게 그려 내지 못 하리라... 한 장의 사진도 이 처럼 아름답게 찍어 내지 못 하리라...
잔잔한 바다 한 가운데 작은 섬 섬 꼭대기에는 하얀 등대가 있고 온 섬이 푸른 색상이다
여객선의 마지막 기착지인 그 섬에 배낭과 기타 하나 들고서 나 혼자 내렸다 그날은 바람 한 점도 없었고 새털 구름만 간간히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 나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소매물도 등대를 처음 만났다
오로지 들리는 소리는 해녀들의 거친 날 숨 소리 뿐 휘이이~~~ 쉬이이~~~
몇 분 동안 숨을 멈추고 바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 전복,해삼,멍게,성게,안장구,소라를 한 아름 안고서 올라 온다
이따끔씩 지나가는 통통배의 엔진 소리 통통통......... 소리가 멀어지면 갈매기들도 멀리 사라져 버린다
바다는 오늘도 조용하다 저 멀리 보이는 대마도 지척에 있는 듯 보이지만 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선척장 근처 썰물이 떠난 자리에는 미처 도망가지 못한 고동이랑 게 들이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다
겁없는 꽃게 새끼는 내가 다가가도 눈을 멀뚱 멀뚱 하면서 나를 쳐다본다 너는 어디에서 온 녀석이냐 물어 본다
ㅎㅎㅎ 고 녀석 내가 잡을려고 손을 뻗으니 냉큼 도망을 친다 그리고 바위틈에 숨어서 나 잡아봐라 하면서 입에서 작은 거품을 뿜어 낸다
한 낮에는 태양이 너무 따갑다 모자가 없어 큰 바위 아래 그늘로 들어 간다 옷을 홀라당 다 벗고 물 속으로 들어 간다 아무도 없기에 팬티 마저 벗어 던져 버렸다 사실은 갈아 입을 옷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바다 속은 너무 좋다 온 몸을 스쳐가는 바다의 피부는 솜털 처럼 부드럽다
작은 섬에서 큰 섬까지 헤엄을 쳐서 간다 중간 쯤 가다보니 팔에 힘이 빠져 그냥 하늘을 보고 바다에 누웠다
큰 대자로 누워서 몇 분 동안 휴식을 취하고 다시 자유형으로 평형으로 번갈아 가면서 헤엄을 친다
물속으로 들어간지 약 3시간 정도... 배도 고프고 힘도 떨어진다 입술은 파란 립스틱을 칠한 것 처럼 되어 버리고 체온이 내려가니 온 몸에 닭살이 돈다
물... 물이 먹고 싶다 가져 온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물속에 들어가 미역을 한 다발 꺽어 왔다 바닷물에 살짝 헹구어 귀다리 부분이 맛있다 아삭....아삭....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있다
소라 한 개를 잡아서 껍질을 돌로 깨어 버렸다 알맹이를 꼬득꼬득 씹는데 짠 맛이 난다
태양은 서서히 기울고 저녁 노을이 섬 전체를 물들게 한다
그리고... 어둠이 내리자 등대 불이 켜졌다 별들도 불을 켰다 달도 덩달아 불을 켠다
밤 하늘 참 좋다. 은하수 물결... 초등학교 때 배웠던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도 보이고 수 많은 별 자리들 알수 없는 별 이름들 이여
지금도 변함없이 밤이면 빛 나고 있겠지 너를 다시 만나러 꼭 찾아 갈테야. 설마... 나를 잊지는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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