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년이 시작되고 어수선함이 어느정도 사그라들어가고 있는데 선생님의 가정방문이 있으시단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아이의 학교에서의 행사나 자모회등 참석하는것은 엄두낼 수도 없는 처지인지라 초라한 살림살이로 인한 부담감보다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와 궁금증을 해결 할 수 있을듯 해 연락만 미리 주시고 방문해 주십사 했다.
무슨요일 몇시쯤 방문하겠다는 연락을 받고보니 어라 집에 대접해 드릴 만한 것이 암것도 없네.... 마실차라곤 커피뿐이요.. 달랑 한알 남았던 사과는 엊그제아침에 울 막둥이 아들이 책에서 보았다며 감자바구니속에 넣어버렸다 (감자에 싹이 나지 않게해준다나...ㅎㅎ)
엄마의 요런 시답잖은 고민을 알았던지 이~쁜 울둘째딸(5학년) “엄마 제가 선생님께 김치부침개 해 드리고 싶어요”한다. “어쭈구리~ 좋아 맛있게 해보시라고요 엄마는 음료만 준비하면 되겠고만....”
바로 어제 선생님께서 가정방문을 오시는 날이다. 미리 예행연습까지 마친 김치부침개의 맛은 둘째네 담임선생님의 입맛을 사로잡아 칭찬을 잔뜩 퍼주시고서 세쪽을 다 드시고 가셨다. 이에 힘입은 울딸 언니(중2)네 선생님도 대접해 드리겠다는 갸륵한 맘으로 또 몇장의 김치부침개를 부쳐서 저녁에 오신 언니네 선생님께 내어드렸는데 ..젓가락만 대보신곤 그대로 두고 가셨네... (참내~ 꼬맹이 정성을 생각해서 한쪽만이라도 좀 드시지....)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주시고 세심한 부분까지 아이의 감정을 챙겨주시곤 하는데 중학교만 가도 선생님의 자상한배려와 관심을 아이들이 기대하긴 어려운것 이 사실이다. 담임선생님이라도 조회,종례시간과 담당수업시간 외에 따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없으니 아이들에게 살가운 말 건네는 것이 어색할 것 같기도 하다.
이런저런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학교에서 주는 장학금이 있나보다. 만족스럽진 못해도 상위권인 울 큰딸 왜 장학금 한번도 안 주셨을까? 묻고싶지만 차마 물어보진 못하고 꽁하고 있는데 선생님 말씀이 가정방문을 하는 취지가 아이들이 어떠한 가정환경에서 자라고 있는지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는지를 파악해서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장학금의 혜택을 주려한다는 말씀이시다. 우리집은 아이들 가정교육을 정말 잘 하신것 같다는 말씀과 가정의 분위기가 참 좋고 따듯한 사랑속에 아이들이 잘 자란것 같고 안정적인 것 같다며 장학금 대상에서 점점 멀어지는 말씀만 하신다. ( 겉보기엔 번지르해보여서 우리 무지 어려워요.. 아빠가 실직하신지 1년이 다되가요.. 급식비 내기도 사실 많이 벅차답니다.~~) 맘 속으로만 중얼거리고 있는데 내 속을 아셨나? 우리 아이는 정말 행복한 아이라고 하시며 오늘 우리집이 마지막으로 11집 가정방문을 했는데 그 중 아홉아이가 결손가정 이란다. 헉!
아무리 이혼율이 세계최고니 뭐니 해도 그렇지.. 세상에 기가막힐 노릇이다.
물론 부모님중 한분이 돌아가셔서 편모편부 인 아이도 있지만 대부분이 부모님의 이혼으로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맡겨진 아이들이다.
이곳은 시골이라서 학생수가 점점 줄어가고 있지만 가끔씩 전학을 오는 친구도 있긴하다
99%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아버지 댁에 맡겨진 아이들이다.
사랑해서 결혼했을것이고 그래서 아이도 낳았을 것이고 그아이 낳고 함께 기뻐하고 행복해 했을테고 모든 것 다바쳐 너를 잘 키우리라 두내외가 다짐도 하고 했을텐데...물론 극단적인 결말을 택했을땐 그것이 최선이었을 수 있겠지만 아이를 엄마도 아빠도 맡지 않고 할머니댁에 보내버리는 것은 그들 부모님께도 죄요 아이에게도 얼마나 상처가 될까.....
나두 최근 너무나도 나를 지치게 하는 남편이 미워 이혼을 꿈꿔 보기도 했지만 아이들 생각하면 절대로 절대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할 일이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환경이 썩 좋진 않구나 하는 걱정이 생긴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환경속에서도 공부 열심히 하고 성격 화사한 내가 아는 몇몇아이들을 생각하니 맘이 짠 하고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리도 이쁘고 기특한 아이들을 두고 어찌 그애 엄마는 집나가서 돌아올 생각을 않는 것인지.....
큰딸아이와 그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마음 다치지 않게 배려해 주길 당부했더니 우리딸 언제 그리 컷는지 나보다 더먼저 그런 마음이었던가 보다
친구들과 약속을 했단다 그 친구랑 함께 있을때엔 되도록 엄마 아빠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세상에 부모들이여....
우리가 사랑하는 이를 만나 부부의 연을 맺고 그 사랑의 열매를 맺고자 우리가 원해 아이를 얻었을 때 우리는 세상의 모든 행복을 얻었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원해서 태어난 것은 아니지요.
부디 어쩔 수 없는 상황들에 부닥치더라도 우리의 아이들을 내팽개치는 그런 일은 하지말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