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연휴에 갈 곳도 할 일도 없다.
제삿날이나 명절이면 상차림할 제수물건들과 각곳에서 모인 식솔들 반찬거리까지 챙겨서 한차 싣고 시댁으로 갔었는데 제사 없앤 후로는 결혼이나 초상 때 외에는 시댁식구들과 만날 일도 없어졌다.
형제들 우애가 별나서 여름휴가조차 같이 지내야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들이 꿈만같다.
나이들어가니 편해지는 것도 있나보다.
식구들도 예전만큼 음식을 많이 먹지도 않아서 전 조금 부치고 고기 굽고 떡국만 끓여서 간단하게 먹었다.
몇년 전부터 명절에는 여동생집에서 모여 거창하게 먹었었는데 올해부터는 밥은 각자 먹고 다과모임이나 하자고 해서 오후에 모여 엄마께 세배하고 왔다.
엄마는 모조리 미혼인 손주들 세배돈을 챙겨두셨다가 나눠주셨다.
날씨도 춥고 귀찮기도 해서 운동도 안 가고 집에 있자니 심심해서 뜨개질도 했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싶다.
지난 해는 힘들었지만 그럭저럭 잘 지냈고 올해는 자원봉사 시간을 더하기로 했으므로 별일없이 또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건강이 뒷받침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