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을 기울인다.
언젠가 부터 답답한 마음에 애들 재워놓고 술을 전혀 못하는 남편앞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것이 창피했었는지 혼자 컴퓨터를 보면서 한잔씩
마시곤 한다.
이유는 내려놓기 위해서다.
결혼하기전 알콜의존도가 높으신 내 친아버지를 얼마나 보기 싫어했었는지 모른다.
지금은 70이넘어 흔히말하는 코털빠진 늙은이가 된 내 아버지...
이제 아버지가 왜 그시절 혼자 식사를 하시면서 혼자서 술잔을 기울이곤 했는지
알듯하다.
그래설까 이제야 감히 내가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다는걸 느낀다.
결혼한지 8년이 되었다.
남이 보면 인제 권태기 들어갈 무렵이랄까...
조금씩 인생이 달리 보일 시기라고나 할까...
어찌보면 어린나이고 내나이 30대 중반을 향해간다.
조금 별난 가족들을 새로이 맞이한 죄라고 밖에 말을 못하겠다.
참 힘이 든다.
나 자신이 착하지도 않고 잘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그럽지도 않은것을 누구보다 잘아는데
내게 언제나 현실은 쉽지가 않다.
결혼하면 해방의 그날이 올줄 알았더니
산너머 산이고 고양이 피했더니 호랑이를 만난겪이다.
하지만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할 각오로 나는 나를 종적에는 행복하게 만들고
말겠다는 의지까지 생긴다.
이글은 다시한번 되새기고 싶지만 내가 내려놓기 위해 적고 있는 것이다.
요즘 나는 힘이든다.
자신의 가족들때문에 어제 눈가가 촉촉히 젖어 드는 남편의 눈을 보고는
더이상 그의 가족들을 힐난하고픈 마음도 상처주고픈 마음도 없었다.
이성이 없고 오직 자기만 아는 그의 가족들이 그를 무척이나 아프게 하고 있는듯했다.
남편의 눈물을 보고 난후 그의 마음이 진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이 잠든후 나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누군가가 내가 사는 모습을 창너머에서 바라본다면 분명 내게 측은하다고 눈물닦으라며
손수건을 내밀꺼 같은 착각까지 든다.
몸이 힘든것도 힘든것이겠거니 하지만...머리속이 힘든것은 인력으로 제어가 되지 않는다.
도움되지 않는 일련의 생각들을 모두 닦아버리고 싶다.
무척이나 행복하고 싶은데 요즘은 하루하루가 수행길이다.
오늘은 내려놓기 위해 한잔한다.
내려놓자...내려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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