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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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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여인


BY 화란 2008-02-10

이번 명절에도 고향을 다녀왔다.

며느리라면 누구나가 시댁이라 명명되어진 집이 가기 싫고 꺼려지는 곳이다.

철모를때 시집와서 새식구를 맞이한 나의 경우는

이 식구들의 비밀을 하나씩 하나씩 알게 될때마다 알아서는 안될

무언가를 접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고민하고 그리 지내온 시간이 어언 8년이 다되어간다.

 

오래된 여인이라 칭한 사람은 다름 아닌

시어머니다.

나의 시어머니는 60이 넘었고 70이 다되어가는 연배시다.

이분 처음 내가 시집왔을때 만만치 않았었다.

남편에게 설날 맛있는 전 입안에 넣어주고 싶어 젓가락에 집어 남편줄려고 종종걸음치며

다가가면 어김없이 뒤에서 소리가 들리곤 했다.

"우리 아들 먹을 음식은 접시에 받쳐서 줘라!"

그리 깔끔하고 정정하시던 어머니가 삼년전부터 정체모를 병때문에

많이 앓으신다.

 

그 병의 원인을 나름 혼자 정의내리고 부터는 마음이 참 무겁다.

병은 우울증인듯 싶다.

우울증이 깊으신 어머니는 경련도 하시고 망상을 접하시곤 하신다.

모든 우울증은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우울증의 원인은 남편이다. 여기서 남편이란 나의 시아버지시다.

 

시아버지는 젊어서는 어머니를 구타도 하시고 바람도 피워 속도 많이 상하게 하셨다고 하신다.

그 손찌검의 습관이 요새도 왕왕 있었다는것이 어머니의 말씀이었다.

그것또한 시어머니가 내게 병간호를 받기위해 나의 집에 한달가량 기거하실때

하셨던 말씀이라 백퍼센트 맞는 말이라고는 할수 없겠지만

그 원인으로 아프다는 사람의 말을 흘려들을수는 없는게 사람의 도리 아니겠는가...

그러면서도 이혼은 못하겠다는 말씀과 억울하게 살아왔다는 푸념들....

젊은 세대인 나는 진단서를 끊으라는둥 고소를 하자는둥 어머니께 말씀을 드려보왔지만

그것또한 통하지 않는것이 오래된 여인들의 고정관념이지 싶었다.

길들여진 그 생각들....

 

그때부터 오래된 여인들의 삶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지기 시작했었다.

우리나라의 사극을 보면 여성에게 막대하는 남편의 모습은 근래들어 보기 힘들다.

하지만 약 십수년전의 영화만 보더라도 여성을 학대하는 이야기는 다반사였다.

오래된 성인영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강간을 당하는 여성이었던것만 봐도

여성 학대에 대한 고민이 사회전반에 없었던것이 확실하다.

그렇게 보면 지금도 힘들다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십년전에 비하면

월등히 좋아진것만은 사실일터....

앞으로 더욱 좋아져서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를 바랄뿐이다.

 

어머님의 병세는 들쑥날쑥해서 현재는 아버님과 떨어져서 생활을 하시며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시고 계신다. 

병원약을 먹어도 잘 듣지않아 가족모두 애를 많이 태우고 있다. 

젊어서는 힘들게 하는 남편을 이를 악물고 견뎌내고 자식을 키우고

그렇게 힘들게 키워낸 자식들은 모두 제살길 찾아 떠나고

아직까지도 그 힘든 남편과의 생활을 견뎌내며 살고 계신

오래된 여인 우리 시어머님....

힘들게 살아오신 어머님의 삶에 연민을 느낀다.

 

 

------------------------------------------------------------------2008년 설날 어머님을 뵙고난후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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