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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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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첫눈.


BY 우아쌈닭. 2007-11-22

앙팡지게 내린 첫눈에 흥이겨워

이웃 친구에게 문자를 날렸다.

우스개 소리 좋아하던 그 친구의 답장은 너무나 애달퍼

방금전까지 그렇게 흥겨웠던 첫눈이

진부한 표현이겠지만, 눈이 시도록 애잔했다.

" 그래~첫눈이 좋구나.

  내 친구도 다행히 올해의 첫눈을 보고 떠났다."

그러고보니 친구의 동창하나가 얼마전 암선고를 받고

투병중이라는 말을 들은게 기억이 났다.

우리나이 올해 서른넷.

서른넷이라는 나이의 이유하나만으로도 그 소식은 충격이었다.

네살난 딸과, 돌 지난 아들녀석이 있다는 얼굴모르는

친구의 친구가 나는  안타까웠다.

평소 그렇게 다이어트에 목숨을 걸던 그 친구는

어느날부터 그렇게 소원하던 살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먹는것이 힘에 겨워 병원을 찾았을땐

이미 위암이 상당부분 진행중이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아주 잠깐 꼬맹이들이 안되었다 동정하며

나는 며칠후 암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고,

암보험에 대하여 여기저기 문의를 해본걸로 기억한다.

사람이란 그런것인가보다.

다른사람이 상처입어 백바늘을 꼬매는것보다

내 손톱밑의 가시가 더 아프고 더 힘든것인가보다.

잠깐동안의 얼굴모르는 누군가의 안위를 걱정했으나,

이내 내 세상은 아무일 없이 돌아갔으며

이웃친구 또한 가슴은 아플지언정 그녀도 그녀의 세상속으로

들어가 삶을 살았다.

중간에 들려온 그 친구의 소식은 요양원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며 좋은날을 꿈꾼다고 하였다.

아이들이 불쌍해서 어쩌하냐며 눈물 바람이었던 아픈 친구는

어느날 20여일 만에 본 아이들의 포동포동한 얼굴을 보고는

본인이 없으면 사람꼴 될것같지 않았던 아이들이

할머니가 걷어먹여 엄마의 부재로 인한 별다른 변화가 없자

조금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남편도, 아이들도, 세상도 어김없이 아무 변화없이 돌아가는것을

느낀듯한 친구는 급기야 "나만 억울해~!"를 외쳐대곤 하였단다.

살고싶어...나만..억울해...이럴순 없어...!

아픈 친구의 넋두리가 가슴을 시리게 하였다.

꼭 남의 일일순 없다는 생각을 하며

늦은밤 코를 골고 자는 남편의 등을 바라보고.

이불을 걷어 차고 자는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니.

자꾸만 슬픈 영화를 한편 본것처럼 코가 막혔다.

그녀가 며칠전 첫눈오던날 떠났다고 한다.

올해의 첫눈은 그녀에게 마지막 눈이였다.

소식을 듣고 이내 눈물이 났다.

얼굴도 모르고 목소리도 모르는 친구의 친구인 그녀의

이별소식이 너무나도 아프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얀 눈들이 방금전까진

설레임이였는데 순간 애잔함으로 바뀜을 느낀다.

저녁쌀을 씻으며 혼자 중얼거린다.

" 좋은데로 가세요.

  좋은데로 가세요......"

흘러내리는 한방울의 눈물을 애써 닦아내지 않는다.

그리고 친구에게 문자를 다시한번 보낸다.

" 너만이라도 오래 기억해주렴.

  너만이라고 그녀를 오래 추억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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