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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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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꽃다리 2007-11-22

 

내 눈은 천리안이었어요.


내 눈은 왜소한 내 어깨를 으쓱하게 해 주는 보배였지요.


키가 작아서 키가 큰 사람들 속에 파묻혀 있어도


멀리 있는 사물을 먼저 알아봐 주는 대단한 보배였지요.


내 눈은 쌍꺼풀이 없어도 아쉽지 않을 만치 내 맘에 꼭 드는 보배였지요.


세월이 흐르고 내 몸도 세월에 닦이었지요.


세월에 눈꺼풀이 덮이고 쌍꺼풀이 생겨 오히려 아쉬웠지요.


세월의 어느 순간, 눈앞 가까이에 있는 것들이 깜깜함으로 어찔거려졌지요.


그 때까지도 내 눈이 세상사 이치에 휘둘려


자신을 내려놓는 것임을 알지 못했지요.


어느날 회사에서 컴퓨터 뒤편에 있는 숫자를 읽을 일이 생겼는데.....


도저히 읽혀지지 않았지요.


그리고 젊은 사람들 틈바구니에 있는 내가 초라해져 보였지요.


내 눈은 세상을 다 보고 싶지 않은지 자꾸 작아졌지요.


게슴츠레해 지는 내 눈은 더 이상 내 자랑거리가 아니었어요.


내 눈은 다른 눈을 준비하라고 재촉합디다. 참 슬펐지요.


지금은 다른 눈과도 친해지려고 노력해요. 내 눈을 위해서지요.


내 눈은 얘기합니다.


가까워서 눈에 밞히는 것을 내려놓으라고요.


가까운 것에 연연한 잔소리쟁이가 되지 말고


멀리 보는 안목을 키우고 희망을 가지라고요.


내 눈은 현명한 보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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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어깨를 으쓱거리게 해 주었던 내 눈을 위해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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