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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김치와 고들빼기 김치


BY 수수꽃다리 2007-11-07

김장철이 되었다.

주부들이라면 서서히 마음이 바빠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바라보는 모든 곳들이 울긋불긋 단풍인데,

주문해 둔 고춧가루가 도착하는 것으로 내 마음도 붉게 물든다.

 

우리집의 김장은 갓김치와 고들빼기김치를 담는 것으로 시작된다.

날짜를 셈해보니 시작할 때가 되었다.

시장에 나가 보았다. 여수 돌산갓 한 단과 고들빼기 다섯 단을 샀다.


돌산 갓을 들어보면서 한 단을 살까 두 단을 살까를 잠시 망설이고, 고들빼기 다섯 단이 많지 않을까를 잠시 고민하고, 쪽파는,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껍질을 벗겨 논 것을 살 것인지, 벗기지 않은 것을 살 것인지에 갈등하고, 그러나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쪽파의 유혹에 넘어가 냉큼 들어 장바구니를 채운다.

 

돈을 벌어오는 사람에 대한 예의와 돈을 써야 하는 사람이 가질 책임이라는 거창한 슬로건이 아니더라도, 이런 망설임들은 살림하는 사람들의 버릇이지 싶다.

 

다듬고 절이고 양념 만들고 버무려, 단지에 꼭꼭 돌려 채우니 내 마음도 그득히 채워진다. 보너스로 갓김치에 넣고 남은 쪽파로 쪽파김치도 담았다.

 

매콤하면서도 톡 쏘는 갓김치는 약간 덜 삭혀졌을 때 먹어야 코 속까지를 알싸하게 만들며 제구실을 한다. 제 성질을 간직하고 있는 당당함은 젊음을 느끼게 한다. 푹 곰삭은 것도 나름 좋지만 코끝에 매달리는 매콤함이 더 좋다.

고들빼기의 쌉싸롬한 맛이 입안을 감돌면 없던 밥맛도 슬금슬금 눈치 보며 돌아온다. 그 맛 때문에 김장철만 되면 고들빼기를 다듬느라 손톱 끝이 까맣게 되는 것도 감수하게 된다.

고들빼기는 다듬어서 소금물에 담궜다. 너무 강한 쓴 맛을 빼주는 작업이다. 한 이틀 뒤에 담으면 된다.

 

우리집에서 갓김치와 고들빼기는, 김장철을 알리는 서막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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