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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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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꿈꾸는 여자4


BY 달맞이꽃 2007-10-13

 

생각해 보면 남편은 자신의 그런 성격을 참아 달라는 말은 했지만 앞으로 변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이미 잡은 물고기에는 미끼를 던지지 않는 법이라더니 내가 딱 그 꼴이었다. 어부의 포획물 통 안에서 넓은 바다가 아닌 겨우 그 통 안의 적은 물만을 홀짝거리며 생을 연장해가야 하는 그 물고기 신세와 같은 것이 바로 나의 삶이었다. 그나마도 곧 어부의 배를 채울 매운탕거리로 사라져 버릴 운명이었던 것이다. 그랬다. 이긴 것은 내가 아니었다. 전쟁에서 승리하여 전리품을 취한 채 아무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던 것은 남편이었던 것이다. 후퇴하는 척 하다가 적을 사지로 유인하여 기습공격을 한 남편은 전쟁에서 당당하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결혼식 날, 친구 하나가 너도 이제 좋은 시절 다 갔다며 놀리던 그 소리가 무슨 대단한 진리라도 되는 듯이 현실로 이루어져 버렸다.

꿈은 규칙적으로 계속 꾸고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이 일주일에 한 번으로 그 주기가 줄어들더니 이제는 이삼일에 한 번씩 꾸고 있었다. 그 리듬에 맞춰 남편의 귀가 시간이 늦어지는 주기도 줄어들고 있었다. 꽤 오랫동안 참아준다 싶더라니 그 인내도 결국은 자신의 양심에 어느 정도 덧입힐 껍데기를 만들 만큼의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아무도 모르게 가 있던 균열은 결국 내가 먼저 무너뜨리고 말았다. 여느 때보다 더욱 정열적이고 황홀한 꿈을 꾸었던 날 밤, 나는 새벽 1시가 되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벽시계의 초침이 째깍거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일 때마다 내 심장엔 분노와 서글픔이 한 겹 한 겹 쌓여 갔다. 마침내 그 째깍거리는 소리에 숨이 차고 질식할 것 같을 즈음 남편은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조용히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다. 남편은 차갑게 경직된 채 미동도 않는 나를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회식이 있다고 늦는다고 했잖아. 먼저 자지 않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드는 그런 식의 변명, 이제 그만 해요."

나는 그렇게 일단의 한 마디를 던졌다. 남편은 잠시 멈칫 하더니 이내 다시 평정을 찾았다. 지독하리만치 냉정한 사람이었다.

"뭘 그만하라는 거야?"

"그렇게 감추려고 애쓸 필요 없어요."

오늘따라 이상하군. 요즘 내가 회사일로 퇴근이 늦을 때가 많았지만 한 번도 그걸로 불평하진 않던 사람이......."

"우리 아이가 싸늘한 시신이 되어 죽어나온 그 날, 당신 어디서 무얼 했었지요?"

"......."

"내가 전화로 진통이 온다고 빨리 와 달라고 애원할 때, 당신 누구와 무슨 짓을 하고 있었냐구요?"

나는 발악을 하듯이 그에게 따져 물었다. 그 때 그가 나에게 던진 대답은 이미 질식사하기 일보 직전인 내 목을 조르고 심장을 찌그러뜨리는 것이었다.

"머리를 좀 식히는 게 좋겠군."

술을 많이 마실 때 어느 순간 이후로 기억이 안 나면 그것을 필름이 끊겼다고 말하던가. 나는 그 때 술에 취하지도 않은 채 필름이 끊겨 버렸다. 이후에 내가 어떻게 내 발로 걸어서 방에 들어와 잠이 들었는지 아무런 기억도 나질 않는다. 남편에게 내 속마음을 비친 그 순간 나는 모든 것을 상실해 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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