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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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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BY 그대향기 2011-05-13

 

 

할머니들하고 외식을 하고 들어왔다.

시골의 작은 교회 목사님이 대접해 주셨다.

재정이 그리 넉넉한 교회도 아닌데

해마다 일년에 한두번씩은 잊지 않으신다.

횟집으로 불고기집으로 오리집으로...

 

매년 메뉴를 바꿔가면서 대접으로 받다보니

골라 먹는 식성까지 생겼고

이집은 서비스가 좋더라

저집은 불친절에 고기맛도 별로더라...

또 어떤 집은 고기맛도 친절도 경치까지 다~~좋더라.

 

같은 도시에서 할 경우도 있고

차를 타고 외지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오늘은 한우촌에서 부드러운 한우로 거~하게   먹었다.

다른 어떤 메뉴보다 할머니들이 선호하는 한우.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난다는 97세 할머니는

나보다 더 알뜰히 접시를 비우셨다.

 

소화기능도 떨어지셨는데

조금만 덜 자시면 좋으련만 꼭 고기를 뺐는 기분이 들까 봐

자시는대로 그냥 보고만 있었다.

쪽쪽짭짭....

입맛다시는 소리가 바로 옆하고 또 하나 더 건너 옆자리까지 생생하게 들렸다.

달달하게 재워진 고기를 개인뚝배기에 담아서 나오는 한우점심특선.

위생적이고 누가 고기에 더 젓가락이 자주 가나 고민안해도 되는

깔끔한 점심특선이었다.

 

할머니들은 먹는 일에 참 열정적이실 경우가 있다.

자제력이 좀 떨어지신다고나 할지...

소화기능이나 변비로 고생하시면서도

일단은 입에 달면 많이 드시고 나중에 고생하신다.

섬유질을 강조해도 소귀에 경 읽기식

이 나이에 먹고 싶은것 참아봐야 나만 손해라는 식??ㅎㅎㅎ

 

올해 85세 할머니는 평소에 혈압약을 드신다.

혈압을 걱정해 싱겁게 해 드리면 소금을 철..철...

후추를 듬뿍

조미료를 잘 안쓰는 내가 마음에 안들어서

식탁밑에 조미료봉지를 숨겨 놓고 나 몰래 또 철철철...

어쩌다가 내 눈에 들키는 날에는 얼른 감춰버리신다.

없애버리려고하면 난리가 나고만다.

먹고싶은대로 그냥 두라고.

 

최근에 자꾸 구역질이 나고 속이 메스껍다시면서도 안 참는다.

짜고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자기 몸에 너무너무 비협조적이다 .

경쟁적으로 뭘 많이 드신다.

그 어떤 음식을 먹어도 남보다 더 많이 드셔야 속이 후련하신가 보다.

좀 심할정도로.

개인접시에 담아 드릴 경우에는 어쩔수 없는데

공동으로 큰 부페접시에 담아내는 과일은 반 정도가 혼자 몫이어야 성에 찬다.

 

핀잔에도 무디고

조심을 시켜드려도 막무가내시다.

뭘 많이 먹는다고 그러냐고 되려 역정이시고..ㅎㅎㅎ

이해를 넘어서 노욕이고 노탐이다.

나는 늙으면 안 그래야지.

나는 넉넉하게 후하게 늙어야지.

인생공부 많이 하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