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신불산 사자 밭 평원
신불산은 해마다 가을이면
튼실하게 살이 오른 누런 숫사자가
황금색 갈기를 휘날리며 기지개를 켜고
콰아아아 콰아아아, 으르르릉 으르르릉
온산이 부서져라 쩌렁 쩌렁 포효를 한다.
암컷을 찾는 수컷의 애끓는 울부짖음은
짙은 그리움을 내뿜으며 산허리를 휘감아 돌고
바람이 용솟음으로 발정을 부릴 때마다
덩달아 미친 듯 갈기를 털어가며
풀지 못한 욕정의 화풀이를 애꿎은 억새에게 해댄다.
욕구불만에 가득 찬 그놈의 아랫도리를 어찌 알았는지
골짜기 골짜기 여인네들의 살내음으로 정신이 아찔하고
까르르 자지러지는 교태마다 풍만한 유혹이 그득하니
이놈의 숫사자 비몽사몽간에 헤벌쭉 입이 벌어져 황홀경에 취했구나.
눈가에 색(色)기가 자르르 흐르는 여인네의 속삭임은 알싸한 마취제로
욕정에 굶주린 수컷의 등을 애무하고 일순간 바짝 서버린
억새의 뜨거운 절정은 산등성이를 숨 가쁘게 타고 내려와
여인네의 자궁에 강하고 격렬한 단풍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아! 아! 아!
오르가슴에 도취한 인간들은 각기 다른 목소리로
클라이맥스의 환희를 하늘에다 산에다 바람에다 메아리로 뱉어낸다.
하루에도 수십 번 절정을 원하는 숫사자의 맹렬한 기운은
늘어져있던 억새를 발기시키고 급기야는 처녀인 들꽃에게
수작을 걸어 배가 자꾸만 불러오는 남세스러운 꼴을 만들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신불산은
숫사자의 발정에 피해 입은 자연과 인간의 고함소리로 귀가 멍하다.
신기하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뭐가 그리 좋은지 벌어진 입을 다물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