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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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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너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


BY 둘리나라 2007-09-15

 

 제목: 너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


딸아,

너에게는 이다지도 아까운 마음이 안 드는지

줄 수만 있다면

살과 뼈 그리고 심장과 영혼까지

전부 주어도 모자라 안타까움에 조바심이 난단다.


영겁의 세월을 퍼내고 또 퍼내어도

줄어들지 않는 우물을

가슴에  깊게 깊게 파서

삶이 힘겨워 목마를 때 찾아와

인연의 두레박을 풍덩 던져

허옇게 타들어가는 입술을 시원하게 적셔줄

너의 휴식 같은 우물이 바로 나란다.



딸아,

검은 벨벳이 드리워진 아름다운 꿈나라에는

장난꾸러기 별님과 숨바꼭질에

개구쟁이 달님과 소꿉놀이에

심술쟁이 해님과 달리기 하며

자연과 호흡하고 우주와 하나 되어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있겠지.


해맑은 웃음은 우울한 엄마의 입가에

따스한 미소를 만들어주고

앙증맞은 재롱은 지친 어깨위에

신명나는 어깨춤이 저절로 덩실하게 만들고

재잘거리는 음성은 배고프고 서러운 가난도

행복한 부자로 만드는 요술지팡이란다.


딸아,

순백색 도화지위에 하나씩 그려나갈 

미지의 인생이 꿈의 날개를 달고

티 없이 맑은 색색의 크레파스가

아름다운 희망을 채워 넣으면

시간은 추억이란 명찰을 달고

커가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겠지.


오늘 밤도 새근새근 잠이든

뽀얀 얼굴과 연분홍빛 뺨 위에

볼을 부비며 미안함에 가슴이 저려온단다.

용서하렴, 용서하렴!

숨 막히는 가난과 반쪽자리 가족 안에

한마디 상의 없이 너를 밀어 넣어서…….


빈곤한 살림살이와 애끓는 모정을 아는지

감기 한번 하지 않은 내 딸아,

셀 수없이 많은 모래알 같은 사람 속에

모녀지간으로 만나진 것은

하늘에서 맺어진 전생의 약속이었음이

알아지고 느껴지는 그 날에는

너는 여름 파도같이 시원한 엄마가 되고

나는 가을 단풍처럼 고운 할머니가 되어

손녀의 잠자는 얼굴을 사랑으로 쳐다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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