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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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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일 두 가지


BY 플러스 2024-10-11

소설 [찬란한 그늘]을 전부 올린 것이 한 달이 좀 넘었습니다.
그 한 달 동안, 뜻밖의 일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첫째는 교보문고를 통해 서울 성동 구립 도서관에서 1권, 2권을 구매해 주신 것입니다.
개인이 아니라 도서관에서도 책을 구매해 주실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지라 놀랐고,
또 많이 감사했습니다. ^.^

또 하나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좀 많이 드는 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제는 병원 정기검사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이전에 숱하게 많은 ct를 찍었었으면서
그날따라 왜 그렇게 조영제 맞고 ct 찍는 것을 피하고 싶고, 심지어 두렵기까지 한 것인지
괜스레 마음이 힘들었던 날이었습니다.  
일단 병원 안에 들어가자 어떻게든 피하려던 마음이 내려놓아지고
한편으로는 여러 기억들마저 생생히 올라와
병원에서는, 아팠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저절로 마음이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던 것이었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이런저런 일이 겹쳐 분주히 보내다가
밤이 되어서야 조금 여유가 생겨 유튜브를 열었습니다.
두어 달쯤 전에--유튜브의 알고리즘인 것인지, 하나님의 섭리의 시작이거나 일부인 것인지--
처음으로 떴었던 교회의 수요 예배 영상이 올라온 것을 보았습니다.
제목만 보고 ㅜ.... 아, 이제 뭐라고 인사라도 드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두어 달 전, 처음 그 교회의 영상을 접했을 때, 한국 교회 역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저도 대단히 역사 깊은 훌륭한 교회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고, 또 설교자이신 목사님에게도 관심이 생겨서
이후, 새로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는 아니어도 한번씩 클릭하여 말씀을 들어보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전혀 예상치 못한 '이상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던 거였습니다.
어? 그럴 리가 없는데... 그렇지만, 아무래도 이상한데.... 혹시?...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그런 것 같다.'는 짐작과 함께
'나와 내 소설의 내용을... 긍정적이기보다는 좀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고 계신 듯 하다.'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주일. 설교 영상 시작에서부터 머리를 한 방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목사님이 4권 서두에 적은 성경 말씀을 인용하신 것으로부터 해서 4권과 3권에 나오는 내용들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의 이야기들을 여러 번 하신 거였습니다.  마치 대놓고 독자이시라고 알리는 것도 같고, 마음의 움직임을 크게 느끼셨다고 말씀하시는 것도 같았습니다.

너무 감사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부분에서도 감사했고,
소설의 글들이 목사님께 순수한 마음, 순수한 신앙,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의 사람이 되던 첫 마음, 그 첫 사랑의 마음을 더욱 순전하도록 독려하는 동기로 작용한 것을 보게 된 것 같아...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소설을 통해 건너 간 감동이 다시 설교 말씀을 통해 내게로 고스란히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행복했습니다. 이런저런 염려로 잔물결이 끊이지 않던 작은 마음이 '믿음 안에서, 형제 자매된 크리스천을 신뢰하는 마음 안에서' 깊은 바다처럼 잠잠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고 수요일인 그제, 제목만 보고도
'이제 거의 다 읽어 가시는 걸까? 아, 어떻게 감사하다고 인사라도 드려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글을 쓰지 못했고,
인터넷으로 그 교회의 역사나 한번 찾아보려 했습니다.
그리고, 저 같은 사람도 들어 본 적이 있는 유명한 목사님의 옛 대담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몇 마디 하시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 이분은 정말로 존경스러운 분이구나!'하는 마음이 절로
드는 분이었습니다.
소박하고 진실하시고.... 그래서, 이미 여든이 넘은 나이의 영상이었는데, 사랑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오늘 종일 집 정리를 하는 동안, 그분의 설교를 찾아 들어보았고
강직하신 면모가 곳곳에서 보이는 설교 속에서 참 많은 위안과 힘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또 감사했습니다.
전쟁과 분단의 어려운 시대 속에서 그야말로 찬란한 빛이 되어주신... 그러나 실제로는 너무나도 소박하신, 큰 어른들 중 한 분이셨을 거라는 것을, 누군가로부터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습니다.

오랜만에 하는 집 정리라 이제 좀 끝이 나고
조금 전 다시 유튜브를 열자, 같은 교회 금요 예배가 생방송으로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처음 뵙는 젊은 목사님 한 분이 욥 이야기를 짧게 하시는데
제 가슴이 또 주책스럽게 뛰기 시작한 거였습니다.
별. 하늘. 교향곡... 플러스.... 이런 단어들이 마치 저를 '안다.'고 말씀해 주시는 것처럼 들리는 거였습니다.
.. 그러다가 갑자기 몸둘 바를 모르겠다는 기분이 되어서 거의 즉흥적으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데,
과연 제가 이 글을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ㅜㅜ

...어제는, 이 맘때쯤 혼자 밖에 나가서 천천히 아파트 주변을 돌았습니다.
몇 분쯤 내린 비로 더욱 맑아진 대기 속 하늘이 참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하얀 구름들,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검은 공간을 올려다 보며
몇 해 전 티롤 알프스에서 '경이'로 가득한 밤하늘을 보여주신 하나님을 떠올렸습니다.
불빛으로 인해 하늘의 별을 '눈으로' 볼 수 없을 뿐
그 하늘이 바로 머리 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듯,
혼탁하고 어지러운 문화와 환경 속에서 잘 보이지 않을 뿐
이 땅 위에 살다간 믿음의 선조들은 물론, 지금 현재도 아름다운 믿음의 스승들, 선배들, 형제 자매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거대한 창조의 하늘을 수놓은 무수한 별들처럼 아름다운 그분들 속에서...
나같이 작은 사람에게도 작은 일 하나 꼼꼼히 할 기회를 주신 하나님이 얼마나 감사한가...라고도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