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은 제사를 모두 없애고나서 각자 바쁘게 살다보니 명절에도 모이지를 않는다.
친정은 엄마가 계시므로 명절마다 엄마를 모시고 사는 여동생네로 오남매의 식솔들이 모여 각자 해온 음식들로 푸짐한 상을 차려놓고 왁자지껄 보내곤 했었다.
올해는 이상기온으로 각자 해오던 음식도 없애고 점심 먹고 오후에 다과모임이나 갖기로 했다.
점심식사를 하고 느긋하게 동생네로 가려고 했는데 엄마는 빨리오라고 전화로 재촉하신다.
명절선물과 엄마께 드릴 봉투를 챙겨 동생네로 갔다.
동생네는 일본에서 근무 중인 아들이 와있고 네째네 딸들은 유럽여행을 가서 못오고 군 근무중인 우리 작은아들도 불참하여 오랫만에 이종사촌도 달랑 둘이만 만나게 되었다.
다과모임이 길어지자 결국 저녁식사를 동생네서 먹고 헤어졌다.
요즘은 명절 당일에도 영업하는 식당이 많았지만 그래도 집밥만 하랴.
예전 같았으면 시댁에서 싸온 음식으로 며칠 먹었으련만 오늘 반찬을 만들면서 한편 북적였던 지난 날들이 그리워진다.
어른이 계셔야 모이는 것도 할 수가 있나보다.
어제 플랭크자세를 해보이시는 엄마를 뵈니 앞으로 몇년은 별일없이 모일 수 있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