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는 아버지가 몹시 보고싶어 질때가 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 사이가 썩 좋은 것만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내 기억속에는 잠깐 동안 아
버지를 죽도록 미워했었지만 그만큼 더욱 가슴 시리고 힘들고 어려울때는 더욱 그리운 존재
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시각장애인 이시고 올해 80세가 되셨는데도 여전히 당신이 우리를
낳기전부터 씨름하시던 그 자리에서 치열하게 그렇게 살고 계시다.
때론 이해하기도 벅차고 이해할수도 없는 경우가 많았지만, 내 가슴이 시리면서까지도 아버
지를 이해하려고 애쓰고 또 애썼던 순간들....아버지를 위해서라면 뭐든 감행했던 사춘기 소
녀시절...누가 부모님 욕을하면 대신 싸우고 그래서 내 가슴 찢겨가면서도 홀로 서야만 했던
시간들....그리고 방황....
가슴이 미어지도록 쓰리고 절망할 때도 아버지가 있었고 뭔가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할때
도 나는 아버지를 찾았다.
아무것도 아닌 어설픈 내 모습 속에서도 나는 늘 아버지가 아픈 만큼 더 가까이 다가왔다.
한번은 집을 나간 적이 있었다. 가슴이 너무 시리고 또 아파서 나는 그만큼 아버지를 등
져야만 했는데 그 멀어졌던 시간만큼 다시 아버지를 찾았고 우리는 아무말 없이 그냥 그렇
게 재회하고 또 다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월이 훌쩍지난 지금.........
아버지는 어머니와 서로 너무 멀어졌는데도 나는 여전히 그 가운데서 저울질하며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한다.
세월의 무게가 또 다른 모습으로 나를 더욱 안스럽게 만들고 있는것은 아닌지 마음 한쪽에
선 이런저런 감정들이 얽혀 있지만 나는 다시 예전 그자리에 돌아와 한없이 그리워하고 또
다시 가슴 적시며 이런저런 회한속에 나를 만난다.
아버지는 지금.......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고통속에 있는데.....
그 고통이 내 가슴을 때리고 깊이 들어와 다시 나를 뒤흔들어 놓았다.
이제 다시 내가 할수 있는 것을 찾기로 했다.
다시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한 길을 나는 알고 있다.
조금은 답답해보일지도 안타까와보일지도 모르는 내 모습을 뒤로하고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 같은 마음으로 다시 내 부모님을 위해
애써보기로 했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