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 텃밭에서 상추를 가끔씩 뜯어다 먹는데, 잎에 두서너 마리씩 달팽이가 매달려 온
다. 아들 녀석이 좋아해서 나또한 여지없이 작은 뿔통에 담아서 상추잎 여러장 깔고 책상위
에 얹어 놓는다. 보고 또 보고 여러번 반복하다가 달팽이가 잎에 숨어서 안보이면 또 신이나
서 엄마를 부른다. "달팽이는 밤에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해가 뜨거울때는 잎속에 쏘옥 숨어
있거나 잔단다." 녀석은 신이나서 엄마와 이것저것 주고받고 며칠을 그렇게 학습한다.
달팽이에 관한 동화책도 곁들여 읽어달라하고 금방 달팽이에 관한 학습은 마무리가 된다.
작년에는 집앞 공원에서 조금 크다싶은 거북이 한마리가 배회하는 것을 보고 아이와 나는 잡
에 데려와 몇달을 키운적도 있다. 그때도 아들놈은 열심히 거북이를 관찰하고 엄마인 내게
도 거북이에 관해 더 자세히 학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었다. 거북이는 칫솔로 딱딱한 껍질
을 씻어주면 그렇게 좋아하고 입을 벌리고 "하아아~"하기도 했다. 신기하고 재미있어했던 아
들놈은 이사하면서 사촌친구에게 주었다. 나중에 그집이서 문열어놓았을때 금방 없어졌다는
소리를 듣고 아이는 한참을 마음아파 했었다.
그리고 또 아이아빠도 버려진 토끼 한마리를 집으로 데려와 잠깐 키우면서 아이는 또 그렇게
학습할 수 있었다. 토끼는 근처 초등학교 토끼장으로 다시 보냈었다.
..........
달팽이가 채소도 잘먹고 계란껍질도 잘먹는다는 동화책을 읽고 아이는 매일 달팽이를
보면서 엄마에게 이것저것 묻는다. 나또한 부지런히 날씨가 더우니 상추잎도 갈아주고
물도 끼얹어 주고 채소도 조금씩 바꿔준다.
달랑 아들놈 하나 키우니 단지내 엄마들이 모이는 놀이터에 나가는 것도 가끔 눈치가 보일때
도 있다. 어른신들도 "하나 키우면 외로워, 울손자도 하나인데 고집세고 여간 먹지도 않
고...." 그냥 늘 식상한 소리를 들을때면 가끔 기운이 빠질때도 있다.
녀석..강하게 키울려고 엄마가 무척이나 마음 독하게 먹고 아침부터 하루종일 굉장히 타이트
하면서도 그가운데 때론 느슨하게 이모저모 변화무쌍하게 가르치고 배워나가고 있는데....
엄마인 내가 약해지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현명하게 잘 대처해
나가면서 소신을 가지고 앞으로 하루하루 녀석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며 체크해 나가야 겠다.
녀석때문에 엄마가 진로도 잠깐 수정하고 녀석과 함께 할수 있는 일부터해서 하나씩 키워나
가려는 엄마의 깊은 마음을 지금은 모르지만 이다음에 커서는 알아주는 날이 있겠지.
지금도 때론 가족들도 엄마인 나를 다 이해하지 못하는데...하루하루 지나면서 나를 이해해
가는 시댁과 친정 식구들....그리고 매일 매일 새롭게 나에게 다가오는 아이...
엄마에 대해 보답이라도 하듯 가끔씩"엄마 최고, 엄마 짱" 해줄때는 모든 힘들었던 기억이 싹
가셔버린다.
오늘도 더운 날씨에 작은 공간에서 아이에게 즐거움을 주고 잘 버텨주는 달팽이가 고맙고 대
견스러워 하루에도 여러번 들여다 보며 물방울을 끼얹어 준다.
"달팽이야, 며칠만 더 참아, 아줌마가 다음에 다시 네가 있던 곳으로 데려다 주께.."
지난번에는 작은 달팽이 녀석이 기운을 잃은 것같아 아이와 밭으로 다시 데려다주기로 해서
그런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큰놈이라 조금 마음이 놓였는데 잘 지내고 있어서 아이와 나는
마음이 더욱 즐겁고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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