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허리와 짠순이는 아줌마의 얼굴이다.(2005.가을에)
올 추석은 지난해보다 길고도 지루한 여름이 계속되어 덥
고 후텁지근했다. 어느 명절이나 마찬가지지만 결혼 3년
차 주부인 나에겐 찬바람 불기 시작하는 추석 때가 되면,
왠지 마음이 바빠져 자그마한 선물하나라도 준비하고 싶
어진다. 백화점은 가끔 눈요기로 가지만 결코 쉽게 구매
하지 않는다. 대형할인마트를 돌아다니기도 하지만, 생필
품을 사는 외에는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쾌쾌한 먼지를
털어내듯, 푸시시한 머리를 정돈하여 추석을 맞기 위해
미용실로 가는 길이었다. 저 멀리 속옷매장앞에서 ‘야
너무 싸다, 양말이 X원 미치겠다! 하며 재밌는 멘트를 날
리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가게이전
으로 폐업 처분하는 분위기였는데, 정말 전에 없던 파격
가(껌 한통 보다 더 싼)의 양말이 눈에 들어왔다. ‘아저
씨 이거 정말 이 가격이에요?’품질도 좋고 그야말로 가
격만 쌌지 정말 예쁜 정품이었다. 횡재한 듯이 놀랍고도
기쁜 맘으로 그 자리에서 이번 추석선물로 결정해 버렸
다. ‘올 추석엔 이거면 괜찮겠어. 그리고 이왕 사는 거
많이 사서 골고루 돌리자.’색깔도 맘에 들고 원가의 6%
면 공장에서도 가져올 수 없는 그런 가격이었다.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단골 미용실로 들어갔다.
고정된 단일가의 미용실이 생긴지는 몇 년이 안 되었다.
머리 하나를 해도 참 망설이게 되는 나에게 부담없이 다
가오게 하는 편한 곳이다. 집에 와서 양말을 포장지에 싸
놓고, 추석아침 모여 밥을 먹고 나서 후식을 먹을 때쯤
온 식구들에게 하나씩 전했다. 20대 선남선녀들도 꽤 많
은데, 일일이 나눠주니 더없이 즐거웠고 모두들 좋아했
다. 올 추석처럼 양말 하나에 웃고 감사하고 마음이 따뜻
해진 적은 없었던 거 같다. 품질 좋고 값싼 양말은 올 추
석 나에겐 큰 대박이었다. 정말 내년에도 또 나에게 이런
대박의 꿈이 찾아올까? 여자는 아이를 낳고 키우며 살림
을 하게 되면 정말 변하는 것일까. 정말 나는 안그럴줄
알았는데, 예외는 아닌듯 싶었고, 하나라도 더 따져보게
되고, 뭐를 사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고, 정말이지 전에
안하던 짓을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래도 어디를 가도
당당 할 수 있는 아줌마의 자존심(?!)을 가지고 아이도
구경시킬 겸 여기저기 참 많이 돌아다니기도 한다.
백화점에서부터 각 큰 시장과 각 대형마트는 나에게 신선
한 충동을 주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예뻐서 사고, 그다
음엔 이게 더 나은 거 같아서 사고, 이것저것 다 써본 후
에야 후회의 거듭, 그러다보면 산거 없이 돈은 온데간데
없고, 왜 그렇게 수많은 광고들은 혼란을 주는지…….결
국 여러 시행착오 끝에 긴급처분, X값, 떨이가 어느새 나
와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애기가 커갈수록 내 것 사는 것은 아까운 생각이 든다.
이런 내게 인터넷 쇼핑몰은 큰 후원이 돼 주고 있다. 화
장을 안 하다가 오랜만에 화운데이션 하나를 장만하려는
데, 시중에선 너무 비싸서 안사고 있다가 광고에 많이 나
오는 모 쇼핑몰 사이트를 무심결에 보고서 믿기지 않는
파격가(!)에 끌려 클릭해보니 이름 있는 수입제였다.
사진으로도 꽤 괜찮았고, 고객만족도를 보니 호응도 좋아
서 주저 없이 구매를 할수 있었다. 바로 3일후에 택배로
받았는데 택배비까지 합쳐도 시중에서도 살 수 없는 가격
에 품질 또한 만족스러웠다. 또한 아이의 신발도 시중에
서는 사이즈나 모양 고르기가 쉽지 않은데, 이 사이트를
통해 메이커신발을 시중가보다도 훨씬 저렴하게 사서 만
족스럽게 신고 있다. 사실 내 물건 값은 이 사이트를 통
해서는 택배비를 합쳐 만원이 넘어간 적이 없다(물품 1개
기준). 정말로 어려운 때에는‘아! 좋구나, 내게는 안성
맞춤이구나! 절로 감탄사가 나와서 기분 좋게 자주 이용
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시장이나 마트나 매장을 들르는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마트는 특히 여름철 더위를 피
하기 위해서도 자주 다니고, 아이와 편하게 갈수 있는 장
소이다. 마트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래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다섯 군데를 다니며 품질과 가격조사를 시작했다.
아이 옷이나 아이의 생필품은 내게 가장 적합한 한곳을
정해서 다녔는데, 그 매장은 포인트 카드가 없어서 아쉽
긴 했지만 아직까지 주거래 지역이 되고 있다.
아이 옷의 경우 실내복이나 평상복은 대형마트에서도 질
이 떨어지지 않으며, 유행에도 뒤처지지 않아 실용적으로
자주 이용하게 된다. 반찬거리도 마트의 천원코너를 자주
들르기도 하며, 특징있는 반찬쎄일코너를 들러 그날마다
식단을 정하기도 한다. 길거리에 보면 천냥샾을 흔히 볼
수 있다. 사실 각샾마다 물건의 차이가 많다.
그래서 동네와 조금 더 큰 데를 정해두어 쇼핑시에 꼭 따
로 들른다. 필요할 때 천 원짜리 한 장만 가지고 가도 민
망하지 않는 천냥집, 내겐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친구인
셈이다. 갈수록 내 맘은 천원보다는 990원 만원보다는
9900원에 익숙해져있다. 깎아달라고 하기엔 미안해서 하
나라고 더 싼 곳으로 가거나 쎄일 기간이나 쎄일 품목들
을 꼼꼼히 따져본 후 꼭 필요한 물건만 사고 나중에 사도
된다 싶으면 조금 기다렸다 사게 된다. 우리 집 10년이
된 중고차는 자동차 보험료를 절약하려고 폐차시킬까 하
는 맘이 굴뚝같았다. 애기가 있어서 타고 있는데, 오래된
차라 1리터에 여름에는 950원(18리터 한통에 17000원)하
는 첨가제를 넣음으로써 꽤 연료비가 절감된다. 겨울에는
첨가제에 성분이 추가되어 천원이 더 비싸다.
물론 첨가제 판매가 일부 주유소의 반대로 법안이 통과
안 된 점도 있다지만, 절약차원에서도 첨가제의 우수성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막 뽑
은 새 차가 아니라면 웬만한 차들은 거의 첨가제를 넣은
경험이 있거나, 첨가제로만 유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실정인 듯하다. 요즘 핸드폰은 있어야할 필수품이 된 것
같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가끔 장식품 같은 존재다.
그래도 없애기에는 오히려 남들이 답답해해서 정액제로
사용하고 있다. 만원부터 충전이 가능해서 만원 충전해서
한 달을 쓰기도 하는데, 길거리 공중전화가 있는 곳에서
는 공중전화 사용하기도 내 노력중의 하나다.
나처럼 집에만 있는 아줌마(아니 전국의 핸드폰 비용 절
감을 원하는 아줌마)에겐 정액제 사용은 참 좋은 소식일
수 있다. 처음에는 무슨 청소년 애들이나 쓰는 것 같기도
하고 민망한 생각도 있었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은 남에
게도 권유하고 있다. 지금의 번호를 해지하고 다시 새 번
호로 가입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한다면 전국적으로 확산
되야 하지 않을까. 절약의 끝은 어디일까.
가끔 너무 궁색해지는 게 아닌가, 남들이 생각할 때 어떨
까, 우려할 때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절약하다보면 열
가지, 백가지, 천만가지 절약이 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나는 아줌마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
며, 지금 내겐 특권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정의 중요
책임자로서 가정의 화목을 이루는 데는 경제관리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주부들이 부지런히 노력의 노력을 거듭
할 때 이 나라 경제에 일조한다고 믿는다. 행동으로 실천
해 나가는 주부들이 많다면,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 그 이후로도 더 잘사는 세상이 될 것이다.
나는 오늘도 빈병 하나라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
신문도 차곡차곡 모아 가까운 고물상에 판다. 돈 때문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아이에게 작은 것 하나의 중요성을 가
르치려면 나부터 솔선수범해야 할 것 같다.
사실 내가 이렇게 지독할 수 있는 것은 결혼 전에 카드가
정지되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고생을 한 적이 있었
다.
큰 액수는 아니었지만 여러 개 카드라 갚아나가도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결국 손을 놓아버리게 되었고 자신조차
잃어버렸다. 2004년도에 신용을 구제해 주는 기관이 생겨
서 그곳을 통해서, 원금에 대하여만 적은 액수로 꾸준히
매달 갚아나가고 있다. 발목을 잡고 있던 신용도 회복되
고,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인지 마냥 자유를 만끽하듯 즐
겁기만 하다. 나는 내일도 빈병을 그냥 버리지 않을 것이
고, 신문 한 장 한 장에 손때를 묻힐 것이다.
지난달에는 아침운동 삼아 전단지를 잠깐 돌린 적이 있었
다. 아줌마들만 구하는 일이었고, 회사차로 출퇴근해서
편하고 즐겁게 일했었다. 살도 빠지고 용돈도 벌수 있는
일거양득의 시간이었다. 아이 때문에 잠깐 동안이었지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지금 내가 돌봐야하고, 잘 양육해야할 아이가 있으
므로 즐겁고 행복하다. 한 아이의 엄마가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를 스스로 터득했다. 이제는 싼 물건을 고르려고
많은 사람들 속에 서있어도, 맨얼굴로 누군가를 길에서
만나도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아줌
마이다. 내년쯤에는 아이도 어린이집 보내고, 나도 일터
로 나갈 계획이다. 절약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수입을
더 늘리려는 나의 전략이다. 아이도 하나 더 낳으면 좋겠
지만, 지금 나의 판단을 믿으며 내 소신껏 밀고 나갈 생
각이다. 내겐 모자격증도 있고, 돈 더 벌수 있는 일도 얼
마든지 많으며, 아직은 젊음도 있고 자신감도 충분하다.
또한 한번 신용에 문제가 생겼다면, 최소한 몇 년 정도라
도 직장생활을 해서 신용도를 높이는 것이 나와 가정경제
에 더욱더 유리하지 않을까싶다. 또한 개인적인 생각에
신용카드는 가정주부들에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매개체
인 거 같다. 꼭 필요한 물건을 살 때 무이자 할부는 목돈
이 안 깨지니 얼마나 기쁘고 고마운 일인가.
또한 소위 말하는 포인트 족이 되어 웬만한 살림살이를
모으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얼마 전에 생긴 현금영수증
카드는 내게 이런 희망을 가져왔고 열심히 적립하고 있
다. 이카드의 가장 큰 장점은 소득공제 및 포인트가 적립
되어 현금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한편 5천원부터 적립돼
서 5천원 이하 구매 시 5천원을 맞추려는 심리가 자극되
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지혜롭게 사용해 나갈 것이다.
결혼생활 3년 동안 아이를 낳았고 키우고 가정경제에 참
여하면서 얻은 것이라면 단단한 정신력뿐이다.
나는 오늘도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
정보를 교환하거나, 길거리 바자회, 벼룩시장을 기웃거리
며 내 작은 것으로 서로 교환하기도 하고 나누기위해 열
심히 뛰어다닌다. 내년부터는 열심히 벌어서 신용도 쌓고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작은 재미도 느끼며, 한걸음 더
앞으로 나갈 것이다. 이전엔 투자나 증권이란 말들은 신
문을 봐도 먼 상대였다. 앞으로는 시야를 넓혀 영역을 확
대해 나가며 우물 안 개구리 식에서 탈피하여 지금보다
훨씬 더 멋지고 아름다운 세상을 맛볼 것이다. 무엇이든
지 지나쳐서 탈이지 적당하게 사용하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나의 가정을 알뜰히 지켜 튼튼히 키워나가며, 더
불어 잘사는 세상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어느 샌가 눈
덩이처럼 행복한 웃음이 가득하여 우리 모두가 잘사는 모
습을 분명 발견하지 않을까.
경제체험 수기 출품^^부끄부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