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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세 번째 여행


BY 김정인 2024-07-20

아들이 이집트로 떠났다.
2주간 연락을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 말을 들은 이후부터 불안증 엄마의 본능이 서멀서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괜히 저 너머 영상통화 속 아들 얼굴을 쓸어 스크린샷으로 저장하기도 하고,
일주일마다 하던 전화를 주중에 몇 번씩이나 하고,
딸에게 오빠에게 잘 갔다오라고 통화하라고 독촉하기도 하고,
날씨 정보도 하루에 몇 번씩이나 보고.

가지말라고 할 걸 그랬나?
엄마의 애궂은 걱정때문에 24살의 아들의  선한 결정을 번복하기엔 부모로서의 체면이 안 섰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축구를 좋아하던 17살의 아들이 축구하러 고등학교를 일본으로 갈 때는 엄마의 뜻이 더 앞섰다.  철 좀 들라고 보내는 엄마의 시커먼 속내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천진난만한 울 아들은 그 어린 나이에  일본행을 선택했었다.

그리고 3년.
그 곳에서 아들은 자신보다 축구를 잘하는 학생들이 너무나 많구나를 일찌감치 깨닫고 일본어공부를 열심히 하며 철이 들어갔다. 지금에사 하는 말이지만, 만일 그렇게 힘든 곳인 줄 알았더라면 진작 도망갔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부모도 없는 이국땅에서 죽어라 훈련만 하고 시합도 못 뛰는 4군으로 줄곧 앉아 있었을 아들의 마음이야 오죽했으랴.

일본 대학을 떨어진 아들은 별 망설임없이 캐나다로 날아갔다.
영어라고는 중학교 때 배운 것이 전부인 실력을 가지고.
1년 죽자고 영어공부를 하더니 그 이듬해 스포츠과학과 컬리지를 들어갔다.
그리고 또 4년이 지난 것이다.

이번엔 이집트.
이 여행은 아들에게 또 어떤 의미가 될까?
인생이 바라는 데로 흘러가지 않음을 너무 잘 알아버린 나이이기에, 이제 호들갑 떨지 않고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멀찌감지 서서 아들의 인생을 바라본다.
훗날 이 우연한 결정이 아들의 중요한 삶의 부분과 맛닿아 있기를 기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