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이 셋이 올라왔다.
이틀씩 외박을 즐긴 남편이 누님 세 분을 모시고 들어온다.
여느때처럼 숯불통을 나르며 손님맞이에 한창이던 나는 순간적으로 표정관리가 어눌해졌다. 뒤통수를 무언가에 한 대 얻어 맞은 듯 마인드컨트롤이 안된다.
차라리 억장이 무너진다고 해야 할까. 나는 참으로 기가 막히다.
다름아니라 연세 지긋하신 시누이 세 분께서 방금 막 레이저로 기미제거 시술을 받고 오는 길이란다.얼굴 군데군데 발갛게 상처가 얼룩진 걸로 보아 점도 여러개 제거한 모양이다.
세 사람은 나와 얼굴을 마주치더니 사뭇 겸연쩍은 표정이다.
아니나 다를까. 형님들에게 절대복종, 아내에겐 절대 제왕이신 훌륭한 남편의 충절의 단막극이었음이다.
남편은 누님 세 분의 안면 박피술을 모두 책임지겠노라 했나보다. 절친한 친구가 모 병원 사무장으로 있어 혜택을 좀 보았던 게 분명했다.
그러나 돈도 돈이려니와 어찌 한결같이 형님들과 조카들에게 선심쓰기를 불사하는 지 도무지 남편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생각을 가진 나는 악의 화신인가?-
아무리 참고 성질을 다스리고자 하지만 이번 일은 도대체가 납득이 안간다. 아무리 마음을 다지고 추스려 보지만, 생글생글 천진난만(?)한 시누들을 아무말도 없이 보고 있으려니 울화가 치민다.
20여년을 엄마 없이 시집 온 자괴감 때문에 이때껏 복종만 하며 살아왔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해요' 라는 한용운님의 시처럼 말이다.
병원 수술대에 누워 마취가 덜 깬 상태에서도 " 여보, 내 곁에 있어 줘...." 소리 한 번 못 해 봤다.
그랬다. 스스로 박복한 팔자라는 자격지심탓에 잘난 남편만 바라보며 살아왔다.
중학생 작은 딸애는 이마에 혈관 확장증이 있어 파우더를 바르고 머리카락으로 이마를 가리고 다닌다.
매정도 하지. 자기 딸도 덤으로 데려가 주면 어디 덧나나? 조카들 취직도 잘 시켜주고 친구들 대접도 잘 해 주는 사람이...
능력있는 남편을 인정하지만 가족에게 냉정한 그이가 조금은 원망스럽다. 사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나와 상의해서 일을 처리했으면 더 좋았을것을.... 왜 시누이와 올케사이를 껄적지근하게 만들기만 하는 걸까...
조반을 챙겨야 할 탓에 어학원에도 결강을 했다.-에구 아까운 시간이여-
2차 검진을 위해 누님 세 분을 모시고 씩씩하게 집을 나서는 남편의 뒷모습이 마치 지나가다 한 번 들른 타인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갓 태어난 철부지 병아리마냥 뒤를 쫓는 시누이 셋이 나로 하여금 쓴 웃음을 짓게 만든다.
아쉬운 소리 한 마디 없이 쉽쟎은 식당일을 하다보니 종잣돈이 땅에서 솟은 줄 아나보다.
얄미운 김에 툭하니 내던진 말,
" 식당일이 그렇게 쉬워 보이면 형님이 한 번 해 보시구려".
내 심보를 양껏 뒤틀어 놓은 남편이 함께 잠을 자는 적과 같음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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