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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일기 5 / 단독장


BY 그리운섬 2007-04-08

노점일기 5 / 단독장













글/김덕길













2006년 그해 봄, 아파트 알뜰 장에서 단돈 3만원을 벌어온 후유증이 커서 나는 나 혼자 장사를 해 보겠노라며 무작정 집 근처 아파트 관리사무실로 들어갔다.




제일 세대수가 많은 구성 동일 하이빌에 들어가 부녀회장을 찾았다.




“여보세요! 부녀 회장님이시죠?”




“네, 그런데요?”




“오늘 이곳에서 뻥튀기 장사를 하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안됩니다. 우리 아파트는 단독장 받지 않습니다.”




전화가 끊어진 후에 울리는 ‘뚜뚜뚜’ 음이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단독장이란 혼자 아파트 안에서 단독으로 장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장사가 잘되는 큰 아파트는 한 달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나는 근처 삼성레미안으로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그날 아파트 장이 서는 날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 장의 팀장을 만나서 장사 여부를 물었더니 건어물에서 뻥튀기를 취급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건어물을 취급하는 곳에서는 거의 모든 물건을 두루두루 가지고 다닌다. 그래서 뻥튀기 한 가지 만으로 장을 들어가기는 여간 쉽지 않다. 바로 텃세라는 것이 작용하는 것이다. 건어물에 피해가 가니 아무리 접시를 튀기는 뻥이라 할지라도 못 받겠다는 것이다.




쓸쓸해진 마음으로 할 수 없이 나는 다른 아파트를 향했다. 큰 아파트는 단독장을 받지 않으니 작은 아파트를 들어가 보라는 어떤 분의 충고를 듣고 500여 세대밖에 되지 않는 조그만 아파트에 들어가 부녀회장과 통화를 했더니 장사를 하라고 하신다.




아파트의 놀이터 근처에 장을 펼치고 본격적인 장사를 하려고 할 때였다. 트럭한대가 들어오더니 운전기사가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니 이봐 형씨! 누가 여기서 장사 하라고 했어요?”

어안이 벙벙해진 나는 그 사람을 빤히 바라보았다.

“저저기 그러니까. 부녀회장님이…….”

“뭐야? 이 아줌마가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우 씨!”

휴대폰을 집어 들더니 그 사람은 부녀회장에게 전화를 걸더니 한참동안 말다툼을 하였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원래 단독장으로 들어오면 한 사람만 받아야 하는 겁니다. 제가 전부터 군밤을 팔았었거든요. 군밤하고 뻥튀기하고 같이 있으면 같은 먹거리이기 때문에 수입이 반으로 떨어지는 겁니다. 서로 손해지요. 처음 오셨다니까 오늘만 하시고 다음엔 하지 마세요.”




속으로 ‘오늘 대판 싸워야 하겠군! 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분은 오히려 처음과는 다르게 매우 순한 양이 되어있었다. 얼굴은 산적 같은 얼굴인데 말하는 품새가 산전수전 다 겪은 듯 보였다. 아파트 알뜰 장에서부터 오일장체험기 그리고 바자회까지 두루두루 섭렵한 그 사람의 말은 곧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과 같았다. 워낙 노점초보인 나로서는 그 모든 것들이 신기하게만 들렸다. 역시 그 사람은 단골들이 많았다. 뻥튀기가 먹을거리는 훨씬 많은데 사람들은 군밤을 사가기에 바빴다. 사람이 와서 사가기만 바랐을 뿐 드셔보시라고 손 한번 내밀지 못한 나의 불찰이었음을 그 땐 미처 몰랐다.




그래도 매출은 크게 만족은 못하더라도 하루 일당정도는 했으니 첫 단독장 체험은 나름대로 나에겐 큰 의미가 있었다. 다만, 단독장을 뛰기 위해서는 각 아파트 부녀회장 전화번호를 알아서 통화를 하고 사전 스케줄을 맞춰야한다는것, 그리고 아파트 알뜰장이 열리는 날은 피해서해야 한다는 것, 등 많은 문제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뭐든 사업은 그렇다. 쉽게 돈을 벌려고 하면 절대 돈은 따라 와주지 않는다는 것, 내가 얼마나 열심히 성의를 보이는가에 따라서 매출은 천차만별이라는 것, 내가 열심히 하고, 제품이 월등하게 맛이 좋아야 하고, 내가 상대방이었다면 과연 저 사람한테 물건을 사고 싶겠는가? 라는 생각을 항상 해봐야 한다는 것, 아직도 멀기만 한 노점생활의 적응기는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내일은 단속이 뜸한 시골 아파트 밖 길가에서 장사를 해 보리라 마음먹었다. 그곳은 다름 아닌 내가 자주 일을 하러 다녔던 광주 오포 우림 아파트 입구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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