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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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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일기 1 / 노점 첫 날


BY 그리운섬 2007-03-29

노점일기 1. / 노점 첫 날






글/김덕길





"비가 속절없이 퍼붓던 어느 날 / 간다는 소식도 없이 가버린 친구가 오늘은 자꾸 눈에 밟힙니다."








언젠가 썼던 '그 친구'란 시가 오늘은 꼭 나를 이야기하는 것만 같아서 오늘은 뜬금없이 글을 올린다.




'잊혀져버리면 슬픈 것이 아니라 잊으려 하지 않았는데 내 기억 속을 자꾸 밀어내고 끝내는 보이지 않을 만큼 흐릿한 기억의 파편이 되어 어느 날 돌아보니 벌써 잊혀져있었다' 라는 어떤 이의 글이 남의 글 같지 않은 오늘이다.








그렇게 잊혀져가는 내가, 그렇게 지워져가는 내가, 이 시리 운 겨울 어느 능선 한 가닥을 붙잡고 덜덜덜 떨고 있다. 아직도 잊힐 기억보다는 되새기고 싶은 기억이 숱하게 많은데, 계절의 틈바구니에 다시 돌아온 연말은 지울 것은 지우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며, 마흔이라는 나이를 앞세운 새해라는 사내는 저 가파른 능선을 사정없이 타고 넘어 돌이켜볼 시간도 없이 가시덤불을 헤치고 온다. 어쩌면 잊힘이란 남들이 나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남들의 기억 속에서 숨어버리는것은 또 아닐까?








아파트 알뜰장 노점생활이 벌써 2주째 접어들었다.




혹시라도 이 글이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거나, 새로 노점사업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더할나위없이 고맙겠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노점일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반 년 정도 아파트 알뜰 장에서 일을 하시던 형님의 뻥튀기 사업을 인수받기까지는 내 나름대로 고민도 많았다.




내가 노점을 뛰어본지가 지난 2006년 2월이었다. 차량에 물건을 가득 싣고 분당 이마트 앞 사거리 코너에서 겁도 없이 오전 11시부터 자리를 깔고 뻥튀기를 팔았다. 그 당시엔 접시뻥튀기 기계조차 없이 그저 물건을 받아다 팔기만 하였는데 장사는 기대이상으로 잘 되었다.




오후 네시경까지 이십 여만 원을 팔았는데 단속이 뜬것이다. 주차단속 스티커를 딱 붙인 다음 물건을 치우라는 거였다. 아니면 다 실어갈거라고 했다. 결국 4만 원짜리 주차 딱지 끊기고 물건을 일단 접어서 집에 돌아와 늦은 점심을 먹고 저녁 다섯 시 경에 다시 그 자리에 가서 야간 장사를 했다. 밤 열한시 반까지 장사를 했는데 그날 매출이 38만원이었다.




마진율 약 60퍼센트를 계산하면 대충 하루 수익이 짐작될 것이다. 노다지는 바로 노점에 있다는 사실을 딱 하루 장사해보고 난 터득한 줄만 알았다. 의기양양해진 마음으로 나는 닥치는 대로 거리를 향해 장사를 나갔다. 그러나 내 희망은 좌절이라는 명제 앞에서 깡그리 허물어지고 있었다.








세상에는 나 하나만 잘 살 수 있도록 세상이 허락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나보다 더 약아빠진 사람들이 군림한다.




세상에는 나보다 더 펄펄 나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들을 과감하게 타고 넘어서야만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바로 사회라는 이 냉혹한 현실이라는 것을 나는 모르고 살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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