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오면 둘째인 나는 힘들거나 말거나 그저 내가 할일은 다 해가려고 노력한다.
맏이인 우리 형님은 외동딸이다. 무남독녀이신지라 귀하디 귀한 딸이다.
신혼부터 나는 포기하고 살았다.
그저 며느리이니까 당연히 해야하는것이고 큰며느리나 작은며느리나
아무나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사랑하는 남편의 부모님께 늘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약방에서 종일 종종걸음하시며 돈벌어 자식공부 다 시켜 자식 월급으로
용돈한번 받아보지도 못하시고 장가를 보내셨으니 나만 행복을 누리는것 같기도 하고
죄송하곤 했었던 마음 사는 동안 효도하고 살면 하는 생각에
시댁에 갈때면 바리바리 해서 싸가곤 했었다.
지금 형편 같아선 아무것도 해갈수 없지만. 시부모님 다 돌아가시고
형님 한분 계시고 이제 얼마나 사랴 하는 생각에 사는동안 잘해야지 하는 생각에
내 성심껏 해가는 편이다.
일주일 내내 아이 돌보다 일을 하려니 힘에 붙이고 몸살로 아프긴 해도
나의 수고로 모두가 맛나게 먹을수 있다 생각하면 힘이 난다.
요것 조것 한가지씩 하다보니 보자기 한보따리이다.
큰집에 가려고 일어난 막둥이 아들은 손에 수건을 들고 보따리를 바라보더니
한마디 한다.
" 처갓집 좀 이렇게 해 가봐라 " 하며 아빠에게 향한 표현이다.
아빠는 낄낄대고 웃는다..
맨날 큰댁에만 가지고 가는게 못 마땅한가보다.
엊저녁에 회사에서 들고온 배 한상자를 내려 놓으며
엄마 ! 이거 외삼촌 갖다드리세요 하는 막둥이다
우린 그렇게 설날 아침을 시작해 큰집으로 남편갔다.
시동생 내외도 왔고 세 아들 식구들이 열두명이다.
떡국을 끓여 먹고 과일먹고 우두커니 앉아있다가 우린 친정으로 향했다.
아들들은 각자 볼일보러 간다고 다 도망간다.
마음 같아선 같이 가자고하고 싶은데 요즘 아이들은 우리세대같지가 않다.
남편과 둘이 친정으로 가는 길.... 집에서 떠날때는 오빠 뭘 갖다 드리지 하더니
가는 도중... 시동생이 준 꿀이 있기에 꿀도 오빠 드리자 했더니
인상을 푹 스며 뭘 다 드리냐고 하는데 정내미가 뚝 떨어진다.
순간 적막이 흐른다.
가만히 있다가 말했다
자기는 오빠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뭐가 아까운게 있느냐
사랑한다고 하면 내 가진것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것이 사랑이지
오빠가 얼마나 우리에게 잘하시는데 했더니 그제서야 그래 다 드려....하면서도
나도 먹고 싶은데 한다.
당뇨 있는사람이 꿀 두병있으면 됐지 뭘 욕심을 부리느냐했더니 그래그래 한다.
오빠집에 도착하니 올캐가 맛난 저녁상을 차린다.
역시 친정 밥상은 사랑이 가득하다.
언니는 한상가득.. 맛난것을 많이 해 주셨다.
나중에... 가지고 간 꿀을 열어보니 아카시아 꿀이었는데 남편은 한수저 떠 먹어보더니
꿀이 진짜는 아닌것 같다고 한다.
나는 속으로 왜... 혼자 실컷 먹지..진짜도 아닌 꿀을...그것도 단지만 멋있지 반병이나 될까..
에구구...
엄마가 안계셔도 오빠곁에 있으니 아픈것도 다 낫는것 같다.
먹고 누워있다가 언니가 요것조겻 챙겨주시는 사랑보따라 한가방 들고 집으로 왔다.
처갓집은 당신네집보다.. 사랑이 두배인데 처갓집에게 좀 잘해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