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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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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유


BY 김효숙 2014-09-29

요즘은 시간이 우리 삶에 있어 얼마나 귀한지를 새삼 실감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아침 8시 출근하여 저녁 6시반까지

쌍둥이 17개월 아기를 돌보고 집에오는 길은 천근 만근..

버스르르 타고 어깨는 축 쳐지고 눈은 자꾸만 내 얼굴에 곤함이라는

도장으로 진하게 그려져 간다.

토요일이라도 쉴까 했더니만 아침 8시 반부터구청에서 아이돌보미 교육이란다.

일주일 내내 일하고 토요일이라도 쉬어야 할텐데 사는게 정말 힘들다

주일날은 온종일 아침 저녁 성가대로 봉사를 하니  시간이 없다

 

그래도 마음에 여유는 무슨 일을 하던지  생각하기 나름이다

주일저녁 예배가 끝나고 남편 구역예배를 따라가서 저녁 먹고 집에오니

7시다.. 어떤 집사님이 구역식구들 나눠주시려고 근처에 사는

여동생네 들러서 호박을 열개는 따오셨다.

그 따스한 마음이 너무나 감사했다.

저녁을 먹고 헤어져 아기 얼굴같은 연한 호박을 들고 들어오며

공짜가 없으신 하나님에 마음을 느껴보았다

어제 교육을 받고 오며 시장 근처 노점에서 호박을 두개 사왔다

하나는 첼로 연습하러가는  권사님들이  옷가게에 모여있기에

얼른 집에와 피곤한 중에도 새우젓  넣고 지져서 열무김치랑 갖다주고

또 하나는 주일에 아프신 장로님으르 드렸다

 

호박을 두개 얻어 들고 들어오면서 남편에게 장로님 호박을 지져다 드릴걸

그냥 드려서 죄송하네....아침 7시에  일어나 교회를 가니 만들 시간이 없었노라고..

 

우리 남편 왈..

그럼 빨리 호박 새우젓 넣고 지져.. 갖다 드리자 한다.

가지는 쪄서 마늘 두쪽과 실파 몇개 얹고

호박은 지져서 스탠통에 넣고

열무김치도 넣고..

대장암으로 항암 치료 받으셨으니 섬유질 많은것 드셔야지 생각하다

고구마잎 장아찌 만들어 놓은것이 생각나.. 함께 쌌다..

 

우리가 갈곳은 분당이다 40분은 차로 달려서 갔다오면 열시는 되겠다.

남편에게 톨게이트 낼 돈 있냐고 물으니 있단다.

우리는 이렇게 가난하게 살지만 아프신 분들을 위해서라면 피곤도 다 물러가는  우리 부부

달려서  분당을 갔다.

아내인 권사님은 파킨스 병이시고 남편 장로님은 대장암 딸은 고명딸이 하나 있다.

집에 들어가 냉장고에 정리해 드리고 나오니 어느새 봉지에 무언지 가득 담아주셨다.

 

두분을 뵈니 눈물만 나온다.

우리집 옆으로 오시면 내가 다 해서 드린다고 말씀도 드렸더니 시골가서 살고 싶어하신다.

내가  사는것 걱정만 없으면 시골도 옆에가서 보살펴 드리고 싶다고 했다.

권사님은 기름이라도 넣어주어야는데 하고 걱정하셨다.

그렇게 이쁘고 멋지시던 분이 앞니는 다 빠지고 언어도 잘 되지 않는다.

맘이 아팠다..

 

집에와서 봉지를 열어보니 내가 없는것은 다 주셨다.

미역 김 구기자차 행주 쿠킹호일   하나님은 참 신기하신 분이시다

우리집에 없는것을 어쩜 그리도 잘 아실까

 

금방 쓰러질듯 쓰러질듯한 삶속에서도 작은 나눔을 할수 있는 마음에 행복함은

사랑하는 내 어머니가 남겨주신 작은 유산이다.

난 가진것이 마음에  부요함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여름에 모기장만 있으면 난 부자다

왜냐하면  집도 내것이 아니어도 집속에 모기장은 말이다.. 우리집이니까

 

아.. 1        죽을것 같은 피곤함도 마음에 부자 앞에서는 저리 물렀거라

내가 살아가는 이유 바로 이때문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