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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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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히 잠드소서


BY 김효숙 2012-12-25

이 추운겨울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에

시집와서 정이 든 사랑하는 시고모님께서 하늘나라로 가셨다

강원도 속초에 사시는 시고모님은 내가 결혼해서 30년동안

맛있는 생선을 보내주시곤 하였다.

시아버님이 세상을 떠나신 후로는 어버이날이나 시간이 날때면

남편과 함께 속초에 계신 고모님댁에 찾아가곤 했었다.

더운 여름에는 휴가를 얻어 며칠 씩 묵으며 고모와 고모부 두분의

며느리가 되어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 드리기도 하고

함께 외롭지 않게 해드리며 기쁨을 만들어 드리곤 했었다.

 

시아버님이 생각나도

시어머님이 생각나도

난 남편과 함께 시고모님 댁으로 달려가곤 했었다.

우리 고모님은 그런 조카와 조카며느리가 오는 날이면

신이나신다고 하셨다.

맛난것들을 사가지고 가면 동네에 계신 할머니들께 나눠주시며

우리 조카며느리가 사왔다고 자랑하시곤 했었다.

기뻐하시는 그 모습을 뵈면 왠지 나도 기쁘고 보람있었다.

 

시어머님은 내가 결혼하기 이년전에 돌아가셨고

시고모님과 정이 많이 들었었다.

철마다 나오는 생선들을 꽁꽁 얼려 한박스씩 보내주시기도 하고

우리가 그곳에 가면 새벽부터 부두에 나가  갓잡아 온 문어를 사다가

삶아서 한상 가득 차려주시기도 하였다

도로묵의 톡톡 튀는 알조림이며

도치의 통통한 살과 알을 넣은 김치찌개며

털게의  간장게장이며

곰솥 가득 골뱅이 삶아 통째로 내다 주시며 맘껏 먹으라고

기뻐하시더너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강원도 특유의 막장을 담가 주시기도 하고

강원도 특산물 포실한 감자도 한박스.. 가득 농사도 짓지 않으시며

찹쌀에 쌀도 듬뿍 사 놓았다 주시던 우리 시고모님

 

우리 남편이 시아버님을 닮았다고 만나면 맨날 아버님 생각이 난다고 눈시울을 적시곤 하셨다

 

얼마전  소화가 안된다고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위암 말기란다.

본인은 모르게 자식들만 알고 사시는 동안 편히 계시다가 가시게 한다고 알려드리지도 못하고

8개월간의 투병을 끝으로 어제 하늘나라로 가셨다.

 

다시는 돌아올수 없는 저먼 하늘나라에서나 만나뵐수 있는 우리 시고모님

말없이 얼굴도 다시 뵙지 못하고 보내드려야하는 조카며느리가 되었다.

 

멍한 마음으로 영정을 바라보며 금방이라도 오실것 같은 그 모습

하지만 불러도 대답없는 그 큰소리도 그 쩌렁쩌렁한 목소리도 다시는 들을 수가 없네

새벽이면 바다가 부르는지  바다 부둣가 한바퀴 돌고 들어와야 가슴이 시원하다고 하신 그 목소리가 들린다.

 

큰시숙과 시누님과 함께 갔다가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

시고모님과 함께했던 지난 추억들이 내 가슴에 잔잔히 그려져 온다

소리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조카도 안우는데 조카며느리인 나는 소리내어 운다

사랑하는 시고모님

내가 참 좋아했던 우리 시아버님의 동생

세상에 한분 뿐인 시고모님 참 사랑했었다.

조카며느리이지만 내 어머님처럼 내 마음을 다 드렸었다.

그런데 이제는 뵐수가 없다.

 

이 추운 겨울 당신을 보내고 돌아오는 조카며느리는 하염없이 웁니다.

시고모님이 보고싶어서 말입니다.

평안히 잠드소서

먼훗날 다시 만날 천국에서 고모 손잡고 속초 바닷가에서 수영을 해보아요

사랑하는 나의 시고모님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