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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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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물보다 진하다


BY 김효숙 2012-11-25

어제는  큰오빠네 하나뿐인 아들 결혼식이다.

요즘 처럼 힘든 때 하필이면 결혼을 하는지 맘껏 축의금을 하지 못하는 형편이라

마음이 무겁다. 오빠랑 통화했을 때는 마음에 부담 갖지말고 오너라 했지만

얼굴만 보면 부자처럼 보이는 나의 마음은 무겁기 그지 없었다.

그이랑 강남으로 향했다

강남스타일이란 노래가 세계 방방곡곡에 뜨는 강남엘 갔다.

복잡한 거리에 높은 빌딩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차는 빵빵거리고 길은 꽉 막혀 오도가도 못할 정도로 늘어선 차들의 행렬은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내리고 싶었다.

 

고모라는 이름이 있으니 평상복도 못 입고 한복을 곱게 차려 입었다.

한시간  정도 걸려서 예식장에 다다르고 오랫만에 보는 친척들과 형제자매들

얼굴들이 그리움 되어 하나씩 보인다.

꼭 포옹하고 또 포옹하고 우리 친척들의 특별한 반가움의 제스처이다.

 

우리 엄마가 늘 그러셨기때문에 사촌 형제자매이든 형부이든 다.. 꼭 안아주신다.

큰오빠 올캐는 칠십이시다. 칠십에  사위 셋은 다 얻고 며느리를 얻는다.

그맘이 얼마나 설레고 기쁠까

참 좋다 ....

그렇게 결혼식이 끝나고 사진 찍고 폐백실에 가서 절을 받고 절값을 주고

축하 축하..짜짠....................................

 

미아리 사는 언니를 데려다 주려고 나서는데 둘째 언니가 귓속말로

내 가방에 돈을 넣었댄다. 쌀 사먹으렴

둘째 언니 나이는 칠십오세다

그런 언니가 백수가 된 우리를 보니 안스러우신가보다.

이그  이그            남들 보는 눈있으니 말없이 가란다.

그이랑 미아리 언니 차를 태워 모셔다 드렸다.

언니는 커피 한잔하고 가란다.

할수없이 아파트 오층에 올라가 과일을 먹고 나오려는데

언니는 아픈 다리를 절룩거리며 방에서 쌀 한포대를 가지고 나오신다.

가져 가렴.. 평택에서 햅쌀을 샀는데 반이다

나랑 실갱이 하다 결국은 언니를 못이긴다.

 

김이랑 이것저것 다 싸주신다.

나오는 길에 작은 언니한테 받은 돈은 형부 까까 사드시라고 방에다 몰레 놓고 나왔다.

 

차를 타고 오는데 그이가 봉투를 내민다.

작은 오빠가 또 봉투를 주셨다고 한다.

열어보니 십만원이다. 무슨 돈을 주시는거야. 이그.

우리 오빠는 아버지 같아 아버지 대신 우리를 사랑으로 지금까지 잘해주신다.

엄마를 꼭 닮아 사랑이 무척 많으시다.

자기 보다는 엄마와 동생들이라면 끔찍히도 사랑해 주신다.

우리 오빠. 참 정이 많은 오빠다.

내가 잘 살아 우리 오빠한테 잘해주고 싶었는데 또 받기만 하니 어쩌나

 

그 사랑에 빚을 언제나 다 갚을까.

 

쌀이 넘친다.

내일은 사랑하는 내 친구 햅쌀 조금 싸다 줘야겠다.

 

나눠주며 살다보면 넘치도록 사랑으로 베풀어주시는 좋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내 사랑하는 형제자매들 그 사랑을 어찌 다 갚을까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

모두 넉넉치 않아도 사랑은 넘치는 강물같아

우리 언니 오빠들은 참 사랑이 넘치는 바다물 같아 끝도 없이  그 마음 넓고 넓어라